편견·차별 없는 세상 꿈꾸는 김영선·설정희 수어통역사
고령의 농아인들 위한 쉼터 공간 마련 필요

가장 좋아하는 수어 ‘좋아’와 ‘영원’을 표현한 설정희·김영선 수어통역사

“지역에서 농아인들을 위한 복지가 조금 더 체계적이고 확대됐으면 좋겠다. 특히 아무런 편견과 차별 없이 그들을 바라봤으면 한다. 그들도 똑같은 우리네 이웃들이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합창대회에서 수화찬양팀의 공연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김영선 수어통역사와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15년 째 통영의 농아인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설정희 수어통역사.

그녀들은 (사)한국농아인협회 경남협회 통영시지부 부설 통영시수어통역센터에서 근무하며 지역의 농아인들과 함께해 오고 있다.

수어란 청각 장애인과 언어 장애인들이 구화(口話)를 대신해 몸짓이나 손짓으로 표현하는 의사 전달 방법으로, 손가락이나 팔로 그리는 모양, 그 위치나 이동, 표정이나 입술의 움직임을 종합해 행해지는 것을 말한다.

통영시수어통역센터 김영선, 설정희 통역사는 농아인들의 기본적인 생활에서부터 여성 농아인의 경우에는 출산의 순간까지 곁에서 함께 한다.

예전에는 농아인들과 삐삐와 팩스 등으로 소통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영상통화를 이용해 농아인들과 어렵지 않게 소통을 해오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이날도 중간 중간 걸려오는 영상통화를 받아 농아인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특히 이들은 농아인들에게 동시통역 시 문장안의 단어들이 의미하는 뜻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쉼 없이 하며, 더 정확하고 신속한 통역을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설정희 통역사는 “농아인들과 함께 해오면서 즐거움, 슬픔, 괴로움 다양한 감정들을 느낀다. 그 중에서도 이들로 하여금 정말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즐거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장애를 가졌다고 절대 다르지 않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이다.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설정희 두 통역사는 요즘 고령화 사회에 따른 고민이 깊어져 간다.

이들은 “요즘은 고령화에 따른 여러 가지 애로사항들이 있다. 보통 어르신들 경우 노인회관이나 경로당, 쉼터 같은 곳에 모여 시간을 보내시지만 고령의 농아인들을 위한 공간은 거의 전무하다. 농아인 나아가 장애를 가진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 공간이 필요하다. 장애인 복지 차원의 적극적인 서비스와 지원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통역사는 현재 방과후 수업, 통영시의회, 회원들의 요청에 따라 수어통역을 진행,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3월 통영시의회와 수어통역 업무협약을 체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의정활동 구현을 이뤘다.

협약을 통해 제19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수어통역 서비스를 시범운영했고, 그 이후 정례회 본회의에서는 인터넷방송을 통해 농아인들이 실시간으로 시청하거나 재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영선 통역사는 “통영시의회 본회의 수어통역을 시작으로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넓혀져 통역사로서 기쁘고 의미 있게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통영시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수어통역 관련 서비스가 보다 확대돼 차별 없는 사회가 만들어 지길 희망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설정희 통역사 역시 “의회 수어통역을 하면서 최대한 집중하고 정확히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의회 통역을 통해 통영시의 행정, 사회적인 일들을 농아인들도 자세히 알 수 있게 된 점은 고무적이다. 앞으로도 농아인들의 소통창구 역할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