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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수의 통영이야기 258 - 삼봉산 1
   

삼봉산은 용남면 동달리, 삼화리, 장문리 3개 리에 걸쳐 있는 용남면의 중심 산이다. 일봉, 이봉, 삼봉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삼봉산이라 불린다. 높이는 각각 186.0m, 224.5m, 255m로 삼봉이 제일 높다. 통영의 주산인 여황산(174m)보다 높지만, 바다 건너 미륵산(461m)보다는 낮은 아담한 산이다.

지명을 찾아보면 삼봉산이란 이름은 함양에도 있고, 거창에도 있다. 저마다의 유래도 다르고, 품새도 다르다.

삼봉은 셋 중에 제일 높기도 하지만 정상부가 수목에 가려있지 않아 전망이 탁월하다. 이에 비해 이봉에 올라서면 숲에 가려 보이는 게 없고, 일봉도 삼봉에 비하면 전망이 못하다. 삼봉 정상에서 남쪽을 바라보고 서면, 왼쪽으로는 거제도 시래봉, 산방산이 마주 보고 섰다.

정면으로는 바다 건너 한산도가 자리 잡았고, 오른쪽으로는 미륵산이 우뚝 솟아 있다. 이들 섬 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봉산에 올라 바라보는 풍광은 가히 절경이다. 통영 육지부와 거제도, 한산도, 미륵도 사이에 펼쳐진 바다를 품에 안은 명소임이 틀림없다.

일봉, 이봉을 거쳐 삼봉에 올라서니 산불감시초소가 우뚝하다. 2층으로 지어놓아 한 층 더 전망이 시원한데, 여느 초소와 달리 주변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덤불을 걷어내고, 잔돌을 주워다가 담도 두르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초로의 산불감시원에게 물었더니 본인의 작품이라고 한다.

산불을 감시하면서 틈틈이 재미 삼아 시작한 것이, 눈 앞에 펼쳐진 전망과 어우러져 단정하고 정갈한 삼봉산 정상 마당이 되었다. 가을부터 봄까지 이곳에서 지내니 어떠시냐 물었더니, "모든 걸 내려놓은 느낌이다. 그동안 왜 그렇게 아등바등 애쓰며 살아왔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인생은 애쓰며 살 필요 없다." 큰 스님의 법문 같은 말씀을 하는 동안에도 그의 눈은 바다와 산을 넌지시 바라본다. 새봄에 피어나는 버들강아지를 어루만지듯, 잘피 속을 헤엄치는 어린 물고기 떼를 눈으로 어루만지듯.

20년 전 천암산에서 만났던 산불감시원 할아버지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눈매랑 닮은 말씀이 박경리 선생께서 인생 말미에 쓰신 글과도 닮았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용쓰지 않으면서 성실한 삶, 그럼으로써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삼봉산 정상에서 만났다.

삼봉산은 이렇듯 호쾌하고 멋진 풍광을 거느린 채, 인생의 의미를 되새길만한 고즈넉한 장소만은 아니었다. 6.25 전쟁 당시 해병대가 단독으로 진행한 통영상륙작전 당시 중요한 거점이었다. 장평리로 상륙한 해병대가 삼봉과 이봉이 만나는 언덕에 집결하여 대기하고 있다가 시가지를 향해 돌격을 시작하였다.

70년 전 핏발 선 눈의 청년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던 삼봉산은 오늘 바다와 섬과 산으로 어우러진 풍광에 탄성을 연발하는 길꾼들에게 조용히 품을 내어주고 있다.

※저자 주. 이야기는 다음 호로 이어집니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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