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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수의 통영이야기 260 - 통영 사람, 통영 사람을 말하다 1
   

지속가능한 통영을 꿈꾸는 시민들이 "칭구야 핵교 가자", "배아서 남 주자"며 모인 곳이 있다. 통영시민학교다. 학교지만 운동장도 교사(校舍)도 없는 열린 학교, 움직이는 학교다. 2017년 시작해 매해 봄, 가을마다 6주에서 10주간 정도 열렸다가 닫힌다. 초빙 강사는 있어도 가르치는 선생과 배우는 학생이 따로 없다. 서로 배우고, 서로 가르친다.

공부의 주제는, 첫 시즌에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문제 전반의 거대 담론으로 시작해, 차츰 지역의 문제로 옮겨왔다. 통영의 정체성과 지역공동체, 마을 만들기, 시민 미디어로 이어지며 통영 이야기를 속속들이 나누고 있다. 이번 시즌 7에서는 <소통하는 통영(通榮), 지속가능한 통영(統營)>이라는 주제로 통영시 체육교육지원과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강의 "생활 정치, 통영을 바꿀 수 있나?"에서 토론 주제는 "통영 사람이 말하는 통영 사람"이었다. 통영 사람들의 기질은 어떤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그런 기질은 왜 생겨났는지, 우리가 꿈꾸는 통영 사람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함께 머리를 맞대어 보았다. 사회학자가 전문적으로 분석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그려본 자화상을, 시민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지면으로 옮겨서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 번째 특징은 예술가 기질이 강하다는 점이다. 문화예술 도시에 걸맞은 자질을 말함인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적어 보인다. 실제로 이런 기질을 잘 살려서 시민들이 스스로 창의적으로 사유하고, 예술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창조하는지와는 별개로 예술에 관한 관심과 안목은 매우 높다. 한마디로 멋스러움이 있다는 것인데, 풍류를 즐길 줄 알고, 긍정적이며 삶과 예술을 즐길 줄 안다는 얘기다.

두 번째 특징은 '재주가 많다' 이다. 이유로는 '바다를 끼고 살아서'가 꼽혔다. 다도해의 변화무쌍함과 높은 생산성에 기인했으리란 판단이다. 거기다 뛰어난 공예기술의 고장이란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재주가 많은 통영 사람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우월의식이 있다는 평까지 나왔다. 외지인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나~가!"라는 표현은 이런 튼튼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편 '잔정은 없지만 깊은 정이 있다'도 나왔다. 오랜 세월 묵묵히 눈빛으로 몸짓으로 말해온 우리네 아버지들처럼 말이 짧아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정이 많은 만큼 손도 크고, '기마이'도 좋다. '그기 머시라꼬!' 이 한 마디면, 성가신 일도 후딱 해치워 버리고, 음식도 물건도 푸짐하게 차려진다. 축제 때 정으로 차려 길손들 먹이는 음식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도 이런 연유다.

꺼칠한 말 품세와 달리 깊은 정으로 사람을 대하니 통영에 살러 온 사람들이 처음에도 울고 떠날 때도 운다고 하였다. 떠날 때 우는 거야 정이 들어서 라지만, 올 때 우는 건 무서워서란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갓 발령받아 온 새내기 검사의 새댁이 시장에 갔다가 혼비백산했다는. 이것저것 생선 가격을 물었더니, 생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휘두르며 "야 이 ××아, 사지도 않을 거면서 왜 자꾸 물어보고 지랄이고~" 불쌍한 새댁이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려버렸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해온다.

그래서 어느 모둠에서는 "겉까속촉"이라는 '사자성어'로 통영사람 기질을 표현했다. 겉은 까칠하고, 속은 촉촉한.

저자 주. 이야기는 다음 호로 이어집니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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