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생활력이 강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사실 이 이야기는 통영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어머니들의 억척스러움이 없었다면 한반도의 백성들이 근현대사의 그 모진 세월을 어떻게 넘어왔겠는가? 본인의 경험으로는, 남녀의 생활력에 있어, 통영은 오히려 다른 지역에 비해 차이가 작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애매한 특징도 있었다. 입맛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워낙 싱싱한 해산물을 언제든 자유롭게 먹다 보니 웬만한 음식은 성에 차지 않는다. 질 좋은 음식을 즐길 줄 안다는 건 장점인데, 객지에서는 입맛 때문에 고생이 심하다니 단점이겠다 싶다.

목소리가 크다는 특징과 같이 세월 따라 달리 평가받는 것도 있다. 바람 많은 바닷일에서 큰 목소리는 자연스러운 데다, 조선팔도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제 목소리 내는 모습은 통영다움의 하나였으리라.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내용과 실력 없이 나이와 권위만 내세우는 허세에 '목소리만 크다'는 지청구를 대게 된다.

큰 목소리와 함께 무뚝뚝함과 강한 의지가 제기되었고, 덧붙여 '남의 말을 몽창시리 안 듣는다'도 꼽혔다. 의지와 고집은 동전의 양면이다. 본인에겐 의지이지만, 상대에겐 고집으로 비치기도 한다. 사실 통영 경제력의 근간은 바다와 더불어 바로 이 의지였으리라.

어느 지역 사람인들 남의 말을 잘 들을까마는, 어쨌든 통영 사람들은 그리 느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남의 말을 잘 듣는 게 꼭 좋은 일이기만 한가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고집이 응어리져, 통영사람이 꽤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집단주의, 끼리끼리 문화, 왕따 문화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들 한다. 한  배를 탄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야 산다는 절박함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동네에 살아도 다른 배를 탄 사람과는 결코 물고기를 나눌 수 없다는 '독식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을 뛰어넘지 못하면 장래는 암담하다. 21세기를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게 창의성이고, 창의성의 씨를 말리는 게 바로 극심한 경쟁이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융합과 복합, 협력을 기반으로 태어난다. 한국 교육의 최대 아킬레스건도 바로 이 지점이란 걸 유념해야 한다.

고집과 배타성은 외부의 위기 앞에서는 큰 장점이기도 한데, 내부 단합이 필요할 때는 오히려 해악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제반 여건의 변화로 내부 혁신이 필요할 때 창조적 통합 대신 소집단이기주의가 판칠 때 공동체의 앞날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집단주의로 인해 '행동은 하지 않고 수수방관한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좁은 지역 사회에서 배타성과 집단이기주의를 뚫고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옮기는 건 사실 위험천만한 일이다.

특히 누군가와 어느 집단의 이익이 걸려있을 때는 더더욱 어렵다.

할 말은 하고, 뚝심 있게 행동하던 '통영 정신'은 이 언저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듯하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