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어떤 일을 하든 체면을 차린다는 의미이겠다. 추측건대 풍요로운 경제생활로 인해 웬만한 일에서는 체면을 차리고, 허세도 부릴 줄 안다는 얘기다. 궁핍한 살림에 '가오' 잡을 일은 없을 테니.

이런 폼 잡는 모습은 한 방을 노리는 "우닥방망"이 문화와도 연결된다. 바다 사업의 특성상 몇 해 실패하더라도 크게 한 번 성공하면 떼돈을 벌기 때문에 이런 도깨비방망이 같은 한 방, 한탕에 목매는 분위기도 형성되었으리라는 해석이다.

통영의 끼리끼리 문화는 유명하다. 조그만 공통점만 있으면 쉽게 뭉쳐서 '우리'가 된다. 대표적인 게 '국연회'다. 같은 해에 졸업한 모든 국민학교 졸업생들이 연합회를 만들어 체육대회를 하며 '동기생'의 우애를 다지는데, 다들 뿌듯해한다.

통영 사람들의 기질과 성격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는,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유산, 특히 삼도수군통제영의 역사, 12공방과 다양한 예술가들이 꼽혔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내가 잘나서 잘난 줄 알면, 통영에선 촌뜨기다.

통영 사람의 기질과 풍토를 풍수지리설로 재미있게 해석한 경우도 있었다. 주산(主山)인 여황산보다 조산(朝山)인 미륵산이 더 높기 때문에, 통영에 사는 사람보다 외지로 나간 사람이 잘 되고, 통영 안에서는 외지에서 온 사람이 잘 된다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출향인 중에 출세했다고 할 만한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짚어볼 게 하나 있다. 출향인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통영 사람들의 실력이 출중하다는 것인데, 왜 통영 안에서는 통영 사람 대신 외지에서 온 사람이 잘나갈까 하는 점이다.

규모는 작아도 경제가 튼튼하고 외부와의 교류가 많은 고장이라, 실력 있는 이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라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고장 출신들이 잘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동네 사람들의 견제 때문이라면 생각해 볼 문제다.

어금버금 실력을 갖춘 이들이 더 치열하게 노력하고 경쟁해서 자신의 실력을 높이고, 지역의 수준도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 대신, 제 자리에 안주하면서 시기 질투하고 '나가~'만 외치는 분위기 때문이라면 지역사회 전체가, 특히 리더 그룹들은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통영시민이 꿈꾸는 미래 통영 사람의 모습은 어떨까? 소통과 포용력이 가장 두드러졌다. 약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뜻도 있겠지만, 21세기 인류문명을 관통하는 핵심어를 짚은 것 이기도하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창의적 사고는 어렵다. 21세기 창의성의 바탕인 융합과 복합을 위해서는 소통을 바탕으로 아주 이질적인 것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통영 사람의 강점인 모험적인 기질을 살려 경제, 문화, 예술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만들자는 의견도 돋보였다. 아울러 민주시민 의식을 갖춘, 지역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어쩌면 통영 사람이 꿈꾸는 '통영 사람'은 이미 통영 사람 속에 있었다. 통영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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