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싹 구운 스테이크는 먹지 않는다.
 행간에 술이 흘러나와 있지 않은 시는 읽지 않는다.
 아무리 긴 산문이라도 세 줄만 읽으면
 작가가 술을 마시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고,
 시집은 펼치지 않고 표지 냄새만 맡아도 시인의 주량을 알 수 있다.

 "술은 물과 불이 더불어 있으니, 술 마신다는 건 물불을 안 가린다는 얘기다"
 정현종의 이 구절이 그의 유일한 주칙(酒則)이다.
 술에 지고 그리움에 지는 것이 태초부터 예정된
 시인의 행복한 숙명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송주(送酒)를 선언했다고 한다.
 남쪽 바다에 있는 아름다운 섬에서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난폭한 사랑을 보냈다고 한다.
 
 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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