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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수의 통영이야기 264 - 명정샘에서 밝음을 보다
   

'물은 생명'이라는 문구는 S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호소해온 가치이자 선언이자 약속이다. 물은 분명 생명이다. 물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생명은 없다. 물이 있으면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지구 밖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노력은 곧 물을 찾는 것이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모여들고, 둥지가 꾸려지고, 마을이 형성되고, 역사가 일어선다. 물이 끊어지면 역사도 사라진다. 척박한 섬이라도 물이 풍부하면 복 받은 섬이다. 살림살이가 확연히 다르다. 물에 깃들어 사는 생명치고 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존재는 없다. 하지만, 자연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다. 최근 들어 부쩍 사고를 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있다.

마을 가운데 샘은 삶을 유지하고, 삶과 삶을 이어주고, 역사를 일으키는 동력이다. 그래서 샘에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반대로, 샘에서 이야기를 만나지 못하면 갈증에 물 한 모금 얻어먹지 못한 꼴이다.

명정동은 샘의 마을이다. 마을 이름 자체가 샘에서 유래했다. 일정과 월정으로 이루어진 명정은 충렬사와 더불어 명정동의 핵심이자, 통영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충무공 향사에 이용하는 물은 이곳 정당새미, 명정샘에서 길었다. 충렬사가 있어 명정샘이 있었고, 명정샘이 있어 충렬사가 있었다.

지금은 마을 주민은 물론이요, 관광객도 잘 찾지 않는 곳이 되었지만, 물이 귀하던 시절에는 물 긷는 소리와 새미 곁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소리가 온종일 울려 퍼졌다.

그 시절 명정샘에서 오구작작 물 긷는 소리는 북녘서 온 시인 귀에 걸리고, 욕지거리 섞어 탕탕 두들기는 방망이 소리는 여황산 바람 귀에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 일정과 월정을 합쳐 일월정(日月井)이라 부르지 않고, 왜 굳이 일(日)과 월(月)을 합쳐 명정(明井)이라 불렀을까? 해와 달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하나는 바로 밝음이니, 마을과 통영과 국토가 밝고 평안하기를 비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통제영의 지과문(止戈門)이 무(武)자를 파자(破字)한 이름이라면, 충렬사의 명정은 일과 월을 합자(合字)한 이름이다. 둘 다 참 아름다운 이름일 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되새겨봄 직한 뜻깊은 이름이다.

해와 달은 양과 음의 대립적 개념이다. 비슷한 짝은 많다. 백과 흑, 하늘과 땅, 산과 물, 남과 여, 낮과 밤, 젊음과 늙음, 좌와 우, 보수와 진보 어느 하나 따로 떼어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뭉뚱그려 하나가 되어서도 안 된다. 따로 존재하되, 서로가 함께할 때 완성되는 존재들이다. 이것을 음양의 조화라고들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따로 떼어서 한 쪽만을 좋아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생명의 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호모 사피엔스의 습성이 여기서도 반복된다.

해와 달이 의기투합해 밝음이 되듯, 도저히 함께하기 싫은 짝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때 우리는 거기서 밝음을 만날 것이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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