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플라스틱의 역습 ‘바다를 지켜라’>
해양쓰레기 문제, 통영의 현재를 진단한다
지구를 살리는 지구, 버릴 것 없는 가게 ‘지구’
지구별을 친환경 행성으로 ‘지구별 가게’
쓰레기의 화려한 변신, 바다 살리는 ‘비치코밍’
수산1번지 통영, 해양쓰레기 해법 찾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보고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5년 동안 플라스틱 생산량은 83억톤이며,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63억톤이다. 이 중 13%는 소각, 10%는 재활용, 77%는 매립되거나 버려진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누적 쓰레기 발생량은 330억톤이 매립되거나 버려질 것으로 추정된다. 버려진 플라스틱 가운데 1천만톤 정도가 바다로 흘러가지만 정확한 양은 파악하기 힘들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소비재와 산업부품, 수산·양식업과 관련된 제품 등은 사용 후 제대로 수거되지 못한 채 바다에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자연상태에서 완전히 생분해되지 못한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장기간에 걸쳐 자외선과 풍화작용에 의해 5mm이하 크기의 미세플라스틱과 이보다 작은 초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부서진다. 이는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에 빨대가 꽂혀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이, 수 톤의 쓰레기를 삼키고 죽은 고래 등 환경오염의 피해를 바닷속 동물들이 고스란히 받는다.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면서 환경오염의 칼끝이 턱 밑까지 들어왔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들은 고스란히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위협하고, 가루가 되어도 분해되지 못한 채 생태계를 위협한다.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친환경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이제는 환경을 염려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통영은 남해안 중앙에 위치, 천혜의 조건으로 이미 100년 여 전부터 수산1번지의 명성을 얻고 있다. 어민들의 터전인 통영 앞바다 또한 밀려드는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다. 밀려온 생활 쓰레기뿐만 아니라 어업 양식업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는 미세플라스틱 형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통영 어업인들과 시민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 자체적으로 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고, 어민 스스로 바다를 지키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산신문은 지구의 환경이 나의 건강과 직결되는 요즘,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위해 쓰레기 없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펼치고자 한다. 인간의 건강과 해양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플라스틱의 역습에 대처하는 해법을 살펴보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노력하는 이들을 집중 조명한다.
해양생태계 위협 스티로폼 부이→미세플라스틱 ‘환경오염’
스티로폼 부표 문제 화두…해수부 친환경부표 개발·보급
통영은 굴·멍게·미역·우럭·멸치·바다장어 등 연간 25만톤의 수산물이 생산, 수산1번지를 자랑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티로폼 부표를 많이 사용하는 양식업종은 김(48%), 굴 수하식 양식(31%), 해조류(8%) 등이다. 통영은 굴 양식으로 국내 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굴 양식에는 부이(부자)가 필수자재다. 부이에 매달아 굴을 자라게 하는 방식을 ‘수하식’이라고 한다. 바다 위에 부이를 띄우고 어린 굴을 매단 줄을 바닷물 속에 내려 키우게 된다. 부위는 양식장에서 물 위에 띄워 표시로 삼거나 부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쓰인다.
바다에서의 어업 및 경제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는 해양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티로폼 부표는 작은 충격 및 부식에도 쉽게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스티로폼 부표는 약 750만개의 플라스틱 알갱이로 쪼개질 수 있으며, 연간 약 15조개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바다에 방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랑과 햇빛의 노출로 떨어져나간 부표는 해안가 등으로 밀려 서로 부서져 해변에 쌓이거나 바다를 떠다닌다.
수거·처리되지 못하고 외부 환경에 노출된 플라스틱은 풍화작용을 거쳐 5mm 이하 미세플라스틱과 1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초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지욱철 의장은 “지난해 기준 전국 양식장 부표 5천500만개 중 4천100만개가 스티로폼 부이다. 플라스틱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나노 크기로 미세화된다. 미세먼지보다 작은 나노 크기는 세포간의 이동도 가능하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을 플랑크톤이 먹고, 플랑크톤을 굴 등이 먹는다.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정수도 안 되고 피할 길이 없다. 이 세계는 미세플라스틱이 잠식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스티로폼 부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해수부는 지난 2015년부터 친환경부표 보급지원 사업을 진행, 2022년까지 50%를 친환경부표로 대체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양식 현장에서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친환경부표가 기존 스티로폼 부표에 비해 비쌀 뿐만 아니라, 무겁고 딱딱해 물이 새어들면 부력을 급격히 상실한다는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식어업인의 참여와 더불어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양식어업인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 등 시민사회가 함께 친환경부표의 품질을 검증하는 ‘열린소통포럼’을 지난 2월 통영을 비롯 진도 세종 등에서 개최했다.
또한 친환경부표의 품질 개선을 위해 그간 지적된 문제점을 보완한 신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잘 부서지지 않고 재활용이 쉬우며 자체 부력이 확보되는 소재 위에 같은 소재를 덮어 내구성을 높인 것이다. 해수부는 올해 상반기 중 관련 지침을 개정해 하반기부터 신제품을 현장에 공급하고, 중장기적으로 플라스틱 소재를 완전히 대체하는 소재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지욱철 의장은 “미세플라스틱 주범인 스티로폼 부이(부자)를 알루미늄 부이로 대체하려고 준비중이다. 스티로폼 부이는 생산할 때, 소각할 때 비용이 많이 들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다. 알루미늄 부이는 오랫동안 쓸 수 있으니, 탄소 배출을 적게 할 수 있고, 기후위기·생태계 극복에도 도움을 준다. 알루미늄 부이를 친환경 부이로 만들면 기업체들도 지속성이 있고, 안전한 수산물을 확보하게 되면서 경제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광명소 통영, 쓰레기로 몸살 앓이
민·관 환경오염 인식 ‘바다살리기’ 돌입
보석 같은 섬을 품고,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통영은 매년 많은 관광객들과 낚시객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통영은 생활쓰레기와 더불어 낚시꾼들이 버려놓은 쓰레기, 부표, 폐어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통영시 해양쓰레기 연간 추정 발생량은 18만4천444톤이며, 지난해 해양쓰레기 수거·처리량은 1천230톤이다. 시는 매월 1~2회 민간단체와 함께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을 실시, 굴삭기 등을 동원해 해안에 방치돼있던 폐스티로폼 및 각종 해양쓰레기를 수거한다.
통영RCE 시민교육위원회에서는 연간 활동주제로 ‘섬 쓰레기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대도 일대 해변을 모니터링한 결과 중국·일본·대만·베트남 유입 생활쓰레기 및 어구, 비닐포장지, 플라스틱용기, 낚시용품, 밧줄 등이 해안가에 집중 분포, 다양한 쓰레기를 마주했다.
근해통발수협은 한·중 협정수협 어장환경개선사업을 진행, 근해통발선주협회 소속 통발어선이 투입돼 한·중 협정수협의 깊은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를 수거하는 작업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1년 동안 쓰레기 수거량은 15~20만kg에 달한다.
어업인들도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체적으로 쓰레기 수거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통영시와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관내 수협 또한 통영 해안에서 해양정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에는 통영시, 전국갈치낚시어선연합회, 근해자망선주협의회, 통영갈치낚시어선업자율공동체,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생명넘치는 바다만들기’를 위해 해양생태환경보존 민·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식을 통해 어업관련 단체는 조업중 발생한 해양쓰레기 되가져오기, 유실된 어구 위치 좌표 기록 및 신고하기, 운항 또는 조업중 발견한 상괭이를 절차에 따라 기록·제출하는 일을 진행, 통영시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돕는다.
특히 통영시에서는 전국 최초 해양쓰레기 전처리시설 설치사업 추진을 통해 1일 40톤 이상의 해양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또 올해 말 도서 해양쓰레기 운반선 준공 계획을 통해 도서지역 생활쓰레기 수거운반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어민 스스로 행동양식 변화, 바다 지키는 방안”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지욱철 공동의장
“해양 플라스틱 문제의 주범인 스티로폼 부자에 대한 어민의식과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지욱철 공동의장은 해양쓰레기와 관련, 생활터전 통영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어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201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처음으로 바다 밑 쓰레기 정화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나눔과 꿈 프로젝트’, ‘리빙랩프로젝트’ 등을 진행, 어민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을 하며, 어민들의 의식·행동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지 의장은 “어민과 함께 연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제안, 사업비를 지원 받아 침적쓰레기를 치우게 됐다. 주민주도형으로 침적쓰레기를 건져 올린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그는 “잘피는 얕은 바다에 사는 바다풀로, 바다 식물 중 유일하게 바다 토양에 뿌리를 내린다. 햇볕을 받아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인 잘피는 해양생물의 산란처이자 연안환경을 정화하고 적조를 예방하는 등 해양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생태계 보전에 필요한 생물이다. 하지만 사람 키 만큼 쌓인 침적쓰레기 더미가 흙을 덮어버려 잘피 서식지 파괴가 일어난다. 해양생물은 자신들의 산란처가 없어져 버리고, 어족자원이 감소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티로폼 부자에 대한 어민교육과 정화작업을 통해 어민들이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때 어민들의 행동양식이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리빙랩프로젝트를 통해 어민들이 인식 제고를 이끌어내고 지역사회의 관심과 역량을 모아 해양쓰레기, 스티로폼폐부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지욱철 의장은 “통영 바다환경은 어민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이용 당사자가 관리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해양쓰레기 수거작업을 넘어 폐스티로폼에 대한 인식, 수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과 공존과 더불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 환경운동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