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수국(水國)인 동시에 섬의 나라다. 섬이 두 번째로 많기도 하지만, 섬으로 인해 통영이 통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섬은 큰 섬 대로, 작은 섬은 작은 섬 대로, 통영의 일부이자 통영의 전부다.

특정도서(特定島嶼)는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사람이 거주하지 아니하거나 극히 제한된 지역에만 거주하는 섬으로서 자연생태계·지형·지질·자연환경이 우수한 섬을 환경부 장관이 지정하여 고시한 도서이다. 특정도서는 국내에 모두 257개 있는데, 통영에 26개, 경남에 62개가 있다.

비진도 외항마을 바로 앞에 있는 충복도(춘복도)는 2016년 12월 22일 특정도서 247호로 지정되었다. 충복도는 해식곡과 타포니 등 지형경관이 우수하고,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수달이 서식한다. 타포니는 암석이 비바람과 파도에 깎여서 파인 풍화혈의 일종으로서 벌집처럼 집단으로 형성된 구멍을 말한다. 충복도는 다양한 상록활엽수림을 중심으로 식물 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진도와 매물도 방향으로 향하는 여객선들이 내항마을을 지나 외항마을로 접어들 즈음,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외항마을과 모래사장, 선착장으로 쏠린다. 하선 준비를 알리는 선장의 안내 방송도 가세한다. 바로 그때 오른편으로 스쳐 지나는 충복도를 유심히 보는 사람은 드물다.

비진도가 산호빛 바다를 품고 있는 큰 섬이라면, 충복도는 산호빛 바다 한가운데 동동 떠 있는 작은 바위섬이다. 산호빛 바다와 더불어 비진도의 명성을 불러들인 하얀 백사장은 사실 충복도의 공이 크다.

외해로 열려있는 동쪽은 파도가 세어서 모래 대신 몽돌해변이 형성되었지만, 서쪽은 충복도와 그 너머의 오곡도에 막혀 파도가 없어 모래가 쌓였다. 해수욕장마다 파도에 쓸려나가는 모래를 보충하느라 애먹는데, 이곳 비진도에는 해가 갈수록 모래가 쌓여서 치우느라 애먹는다고 한다.

산 위에서 바라보면 충복도는 고래 모습을 띄고 있다. 산호빛 바다를 헤엄치는 오동통한 고래. 고래의 머리 부분은 푸른 잎으로 빛나고 있고, 꼬리는 물밖에서 하얗게 흔들린다. 꼬리는 충복도 아래쪽의 범여다.

그런데 지도에서 찾아보면 충복도는 물음표 모양을 하고 있다. 문득 이 물음표가 어쩌면 정말로 충복도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정말 사랑할 자격이 있는가?"

특정도서인 충복도에서는 모든 개발과 훼손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동식물의 채취나 외부반출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당연히 쓰레기 투기나 취사, 야영은 엄금된다. 하지만 충복도는 갈치와 감성돔, 뽈락을 낚으려는 낚시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라 훼손 금지라는 취지는 불안하기만 하다. 낚시를 사랑하는 이들은 정말로 바다를 사랑할 수 있을까?

비진도와 충복도의 바닷물이 산호빛으로 빛나는 건, 맑은 물과 그 속에 사는 플랑크톤 덕택이다. 만약 집어제로 뿌려대는 크릴과 함부로 먹고 버리는 쓰레기, 아무렇게나 버리는 납 봉돌과 낚싯줄, 바늘, 이런 것들로 인해 물이 오염되면, 플랑크톤이 사라지고 산호빛은 바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바다를 사랑했다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한 해 100만 명 이상의 낚시객들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사랑할 줄 아는 낚시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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