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31일 함양문화예술회관 ‘지리산문학제’서 시상

왼쪽부터 정성원‧김참 시인

제15회 최치원신인문학상에 통영 출신 정성원 시인이, 제15회 지리산문학상에 김해 출신 김참 시인이 선정됐다.

이번 최치원신인문학상과 지리산문학상은 최문자 홍일표 조정인 시인이 심사를 맡았다. 새로운 도약에 걸맞은 수상자 선정을 위해 심사위원들은 오랜 격론 끝에 최치원신인문학상 정성원 시인, 지리산문학상 김참 시인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최치원신인문학상 당선자인 정성원 시인의 ‘안개제조공장 굴뚝에 사는 소녀를 아니?’ 등 5편은 기존의 언어를 반복하지 않고 나름의 독자적인 시적 개성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자기만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세계와 존재에 대한 개성적인 접근 방식은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다른 응모자들과는 달리 작품 수준의 편차 없이 고르다는 점도 신뢰를 갖게 했다. 시단에 첫걸음을 내딛게 된 당선자 앞에는 험난한 미지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끝없는 도전과 갱신을 통해 우리 시단에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 주기를 바란다”고 평했다.

정성원 시인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피는 마음을 생각한다. 마음은 안개와 같아서 가끔은 흩어지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단단한 물방울로 뭉쳐지기도 할 것이다. 그곳에서 언어를 만지는 사람이 되겠다. 세상에 숨어있는 언어를 찾아 집을 짓겠다. 비뚤고 어지럽기도 할 테고, 어둡고 낡기도 할 테다. 그러면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을 것이다. 다만 침묵하면서 고요하게 저를 써내려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성원 시인은 통영 출생으로 글도리깨 동인에서 활동 중이며, 계간 ‘시산맥’ 등단자로 인정된다. 통영에서 주최한 전국한글시백일장에서 두 번의 장원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김참 시인은 경남 김해 출생이다. 1995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여행’, ‘그림자들’,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 저서 ‘현대시와 이상향’이 있다. 현대시동인상, 김달진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기린’을 포함한 7편이 일관되게 시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김 시인의 작품을 평하며 “시에서든 삶에서든 무엇을 얘기하기보다는 어떻게 얘기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그런 점을 감안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은 오는 10월 31일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제15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 가을호와 ‘지리산문학’ 동인지에 소개될 예정이다. 

 

손가락선인장         

                              정성원

 

장마가 시작되면 마르는 것을 생각해

비의 그림자가 버석거린다 냄새는 말캉하고

 

죽으면서 경쾌한 비

 

젖는 곳이 있다면 한쪽에선 증발하는 마음

 

공평한 방식으로 비가 내린다

 

비의 얼룩이 지워지면 백단이 핀다

오아시스로 가자, 서로의 손가락을 깨물며 광활한 모래 언덕으로 가자

 

갈망은 처음부터 목이 마르는 목적을 가졌지

그것은 행선지를 방황하는 모래알갱이처럼 우리의 방황이 깊어진다는 말

 

등을 구부릴 때마다 굴곡진 생의 촉수를 달고

한 번도 내 편인 적 없는 너를 생각할래

 

백단 숲에 손가락이 핀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괜찮다는 표정으로 흔들린다

비의 내용을 기록하는 손가락이 버석거린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