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플라스틱의 역습 ‘바다를 지켜라’>

-해양쓰레기 문제, 통영의 현재를 진단한다
-지구를 살리는 지구 버릴 것 없는 가게 ‘지구’
-지구별을 친환경 행성으로 ‘지구별 가게’
-쓰레기의 화려한 변신, 바다 살리는 ‘비치코밍
-수산1번지 통영, 해양쓰레기 해법 찾기

 

해양쓰레기 전문강사 양성과정으로 배출된 강사들(사진제공=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해양쓰레기 조사‧연구
해상기인 쓰레기 스티로폼 부표 문제 발견 ‘집중’

폐스티로폼 부표는 우리나라 해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다. 청정바다와 천혜의 양식 여건을 가진 남해안, 그중에서도 통영 또한 스티로폼 부표에 의한 해양쓰레기 기인을 피해갈 수 없다.

보통 해양쓰레기를 떠올리면 육상에서 발생되는 생활쓰레기의 양이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에 따르면 바다에서 발생되는 쓰레기양은 50% 이상으로 육상기인 쓰레기보다 해상기인 쓰레기가 많다. 양식업과 어업이 발달한 통영은 그만큼 발생되는 해양쓰레기의 양도 많을 수밖에 없다.

통영에서 해양쓰레기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찾고자 노력하는 단체가 있다.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은 2009년 동아시아 해양쓰레기 대응 네트워크 허브를 구축,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쓰레기 발생 원인을 찾아내는 등 ‘시민과학’으로 환경을 지키는 노력을 하는 시민단체이자 민간 연구소다.

이들은 시민들과 함께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조사와 연구, 교육 홍보, 정책개발, 국제협력 등을 진행한다. 연구자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면서 쓰레기를 관찰하고 기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다쓰레기 국제 학술논문까지 발표해 낸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연구는 연구원 등 전문가가 진행하지만 오션은 연구자와 시민이 함께 해양쓰레기를 모니터링 하면서 그 데이터를 해석‧분석, 어떤 정책으로 해결할 것인지, 정책이 아닌 것은 또 어떤 것으로 해결이 가능한지를 연구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스스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 결과를 통한 논물을 국내‧외에 발표한다.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홍선욱 대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플라스틱 시대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플라스틱이 아닌 것이 없다. 플라스틱 탄생으로 인해 생활의 편리함을 얻었지만,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수많은 연구결과들을 보면 해양쓰레기 70%를 차지하는 것이 플라스틱이다. 이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플라스틱에 집중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합의점이며, 이는 해양플라스틱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션에서는 해양쓰레기의 양과 피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한다. 2011년 유엔환경계획과 미국 해양대기청이 공동으로 개최한 제5차 해양쓰레기 국제학술회의를 계기로 작성된 ‘호놀룰루 전략’은 육상기인, 해상기인 그리고 현존 해양쓰레기의 양과 영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션에 따르면 해양쓰레기의 양은 스티로폼 부표가 많고, 생태계, 경계적, 선박운항, 낚시쓰레기 등에서 피해도가 높았다.

오션에서는 전국 해안쓰레기 모니터링과 해변 플라스틱 조사 등을 통해 우리나라 바다를 가장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것이 양식용 스티로폼 부표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11년째 지속해왔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정책 개발 워크숍을 개최, 2014년에는 스티로폼 부표 재활용 감용장 운영 실태 조사, 2015년에는 경남지역 어업인 면담을 통한 폐부표 발생량 조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로 정부의 제2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에서 폐부표 쓰레기 줄이기가 최우선 과제로 선정됐다.

홍 대표는 “해양쓰레기 중에서 양으로 봤을 때 양식장에 쓰이는 스티로폼 부표가 압도적으로 문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하고, 그 중에서 경남, 그리고 통영도 당연히 스티로폼 부표 문제가 심각하다. 오션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전국 모니터링도 하는데 조사하면 94%가 스티로폼 부표에서 기인하고 있다. 쉽게 부서지는 스티로폼 부표가 관리되지 않고 버려지거나 떨어져 나가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 문제는 앞으로 20~30년 동안 지속될 것이다. 오션에서는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티로폼 부표 어민 인식교육 활발
시민과학 연구결과 정책 변화 유도

오션의 시민과학 기반 연구결과들은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양식에 많이 쓰는 스티로폼 부표다. 오션이 설립된 직후부터 이 문제에 집중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정책개발 워크숍을 시리즈로 개최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제시, 새로운 정책적인 접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스티로폼 부표와 관련, 어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어민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굴수협 등과 연계해 교육을 펼치고, 교육 자료를 들고 직접 마을어촌계를 찾아다녔다. 그 결과 많은 어민들이 스티로폼 부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친환경 부표를 찾아 나설 수 있게 기틀을 마련했다. 굴수협 또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협 차원에서 친환경부표 실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선욱 대표는 “해양쓰레기의 확실한 발생원을 알았기 때문에 어민들과 함께 문제에 집중하고 활동했다. 교육을 하면서 어민들에게 못쓰게 된 폐부표는 되가져올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제는 어민들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아신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부표들이 많이 생산되지만 실제 현장에서 기존 부표를 대체할 만한 것들이 없었는데, 최근에 굴수협에서 괜찮은 친환경 부표를 발견했다. 모두가 좋은 스티로폼 부표문제를 위해 방법을 찾고 노력중이다. 바다를 보면 하얀 부자들 가운데 보이는 붉은색, 주황색 등의 부자 등이 친환경 부표다. 온통 하얀색이었던 부표들을 붉은색 부표로 교체하되, 부표자체를 적게 쓰면서도 양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5월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2025년까지 현재 사용중인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는 스티로폼 부표 제로화 계획을 밝혔다. 단가가 높고 부력 등에서 성능이 떨어져 보급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는 부표 성능개선, 부표사용량 줄이는 친환경 양식기법 현장 적용, 친환경부표 보급 사업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다. 또한 스티로폼 부표에 비해 3~4배 비싼 가격에 대해서는 예산 투입으로 친환경 부표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오션은 소통포럼 등을 통해 친환경 부표 인증과 관련 친환경 부표 인증제도의 근본 목적이 미세플라스틱과 해양오염 방지에 있다는 점을 강조, 제대로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및 품질 보증 필요성 등을 제시하면서 정책적으로 다가갔다.

홍 대표는 “사실 부표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은 없다. 정부나 연구자들이 개발한 것들이 어업현장에는 안 맞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문제를 어민 스스로 할 수 없다. 부표를 써야만 수산물을 생산해낼 수 있으며, 부표를 쓰지 않게 하는 것은 경제적인 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정책으로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하고, 그것을 어민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통영서 열린 오션 김정아 예술감독의 바다쓰레기 작품전.

전국 바다대청소 총괄, 쓰레기 분석 및 대책 강구
정부 및 지자체 연구용역…해양쓰레기 변화 유도

오션은 시민과학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시민전문가, 시민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과 지원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오션의 연구방법은 고가의 특수 장비나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는 고급인력만이 할 수 있는 것 말고 일반 시민들도 쉽게 참여하고 의미 있는 과학적 정보를 생산하며 그 결과를 다시 시민과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과학에 관심이 있다.

국제 연안정화의 날을 맞아 시민들과 함께 전국 바다대청소를 한다.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는 미국 민간단체인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가 1986년 텍사스주에서 처음 시작한 행사로, 3회 때부터 캐나다와 일본이 참여하면서 국제행사가 됐다. 행사가 열리는 9월 셋째 주 토요일을 ‘국제 연안정화의 날’로 정하고 있으며, 매년 전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5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환경보전행사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부터 이 행사에 참여해 오고 있으며, 오션은 국제 연안정화의 날 한국 행사인 전국 바다대청소 행사를 총괄하고 있다.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에는 조사카드를 통해 바다쓰레기를 발생 원인에 따라 ▲일상생활 및 해변 레크리에이션 ▲해양 및 수로활동 ▲흡연 및 불꽃놀이 ▲투기 ▲의료 및 개인위생 ▲외국으로부터 유입 ▲지역별 기타 등 7가지로 구분한다. 참가자들은 해안에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까지 다 줍고, 조사카드에 기록할 때는 쓰레기 종류의 수를 기록한다. 쓰레기 중 가장 많이 발견되는 Top 10 목록을 작성하고 비율을 구하고, 우선 대상으로 해야 할 원인을 찾아 대책을 마련한다. 지역별, 광역별, 국가별로 자료를 분석 후 다른 지역에 비해 눈에 띄게 심각한 쓰레기가 있는지 파악 후 대책을 강구한다.

오션은 전국 바다대청소 행사를 확대, ‘클린 스웰(Clean Swell)’이란 어플을 통해 1년 365일 누구나 어디서나 할 수 있도록 했다. 클린 스웰은 전 세계 시민자원봉사자의 쓰레기 줍기 활동을 기록하는 스마트폰 어플이다. 오션은 이 어플을 한국어 버전으로 탄생, 한국 시민들이 쉽게 쓰레기를 줄이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어플을 켜고 쓰레기를 주우면서 해당하는 쓰레기 항목 아이콘으로 쓰레기 개수를 입력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지도에 추가되면서, 세계적인 데이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홍선욱 대표는 “클린 스웰을 통해 시민 누구나 쉽게 집 근처 어디든지 쓰레기를 주울 수 있다. 클린 스웰로 자원봉사 시간도 받을 수 있다. 국제 연안정화의 날 보다 정밀도가 떨어질 수 있으나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은 매주 세미나를 통해 논문을 읽고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정부 및 지자체, 해수부, 해양환경공단 등과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 아시아태평양해양쓰레기시민포럼 사무국을 통해 바다 보전을 위한 역량강화에 나선다. 지난 11년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월 ‘오늘의 해양쓰레기’라는 뉴스레터를 발행, 최근활동과 세미나를 통해 공부한 내용을 나누고 있다. <끝>

 

“건강하고 풍요로운 바다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 홍선욱 대표
 

서울대학교 해양학을 전공, 석사까지 공부하고 한국해양연구원과 한국해양수산연구개발원, 한국해양구조단에서 바다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한국해양수산연구개발원 연구팀으로 근무 당시 해양쓰레기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 국제 연안정화의 날 기념행사를 국내에 도입하는 업무를 맡았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국제 연안정화의 날을 진행해오고 있다.

홍선욱 대표는 해양쓰레기 문제가 쉽게 끝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 ‘해양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각오로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Our Sea of East Asia Network, OSEAN)을 설립했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해양쓰레기 문제를 계속 파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40대의 나이에 통영에 사무실을 얻어 시작한 일이었다.

오션은 해양쓰레기 하나라도 근본부터 들여다보고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만든 단체다. 과학에 기반한 시민운동으로 동아시아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고, 바다라는 공유지를 공동체 의식으로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

그는 시민들이 스티로폼 부표, 밧줄, 그물, 통발, 낚시쓰레기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티로폼 부표와 더불어 낚시쓰레기에 의한 생물피해, 유해 중금속인 납추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환경에 미치는 피해에 집중했다.

홍선욱 대표는 “유해 중금속인 납이 낚싯대 지지대를 고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낚시인들은 납추를 토치로 녹여 갯바위 틈에 꽂은 후 낚시대 지지대를 고정시킨다. 이렇게 사용된 납추는 수거되지 않고 남아 풍화된다. 풍화된 납추는 가루가 되고, 잘 부서지기 떄문에 해양생태계에 유입되면 악영향을 끼친다. 한려해상국립동부사업소는 2017~2018년 이 폐납을 수거하고 오션에서도 검증을 했다. 30여 개의 도서에서 수거한 낚시대 지지대 고정용 폐납은 무려 1.3톤에 이른다. 다른 나라들처럼 낚시 면허제나 허가제를 적극 검토할 때”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어구실명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어업활동 중 일부러 어구를 바다에 버리는 사람은 없고, 어쩔 수 없이 잃어버리는 경우 어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유실어구신고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어업인들이 원하는 것은 폐기해야할 어구를 모아오면 바로바로 치워주는 것이다. 이미 선상집하장 보급으로 실현되고 있지만 바로 치우지 않아 불만이 생긴다. 바로 처리장으로 옮기는 행정서비스가 어민들이 스스로 어구를 되가져오는 풍토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선욱 대표는 시간이 날 때마다 클린 스웰 어플을 통해 쓰레기를 줍는다. 집과 사무실 근처에서 담배꽁초를 많이 발견했다. “담배 필터도 플라스틱”이라고 말하는 홍 대표는 “버려진 담배는 배수구로 흘러가 결국 바다로 간다. 흡연자들이 담배꽁초를 잘 버려주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스티로폼 부표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노력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알기에 원인을 분석하고 무엇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에 다가서는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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