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로 설악이요 극락이며 비원의 별천지네
도처의 별종 인간들이 눈도장 찍고 지그시 노크하는 별궁이네.
산맥에 자리한 산장들은 정신없이 헤갈 대는 별종들을
이런 정결함 누리라고 하늘밑 산의 꼭대기에 집결토록 소환명령장 하달이네

-‘별천지 소천봉 산장’ 중에서

한산신문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보한 시인이 백두대간 종주 10년의 세월을 담은 시집 ‘하늘재에서 천왕봉까지’를 출간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금을 받은 이 시집은 총 2부 55편의 시가 실렸다.

시집에는 시인이 백두대간 남진단독구간종주를 위해 기꺼이 투자한 만 1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울림을 준다.

김보한 시인은 한때 바다를 노래하던 시인이었다. 1990년대 그의 시는 인간과 바다의 조화를 꿈꾸면서 자본의 마수로 인해 황폐해져 가는 바다와 풍요로움을 상실해가는 인간의 삶을 냉엄하게 그려낸 바 있다.

표면적으로 시편들은 바다에서 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내포적으로는 그의 시에 일관하는 생태학적 상상력과 현실 비판의 엄정한 주제의식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다. 58kg의 몸무게로 28kg의 배낭을 메고 홀로 백두대간을 누빈 한 인간의 숭고한 열정은 곧 시에 대한 시인의 구도자와 같은 신앙을 증명한다. 누구도 명령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행해야 한다고 믿는 믿음에서 행하는 일, 그것을 우리가 ‘윤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면, 백두대간을 오르내린 시인의 발걸음은 미적·윤리를 향한 순례자의 길이다.

시인은 백두대간을 혼자 걷지 않았다. 산과 재와 계곡이, 나무와 새와 꽃들이 그의 여정에 함께 했다. 시인이 자연을 의인화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시인의 걸음을 이끌었다.

손남훈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백두대간을 오르내린 뚝심과도 같이, 기어이 백두대간을 체험한 시집을 내놓았다. 이는 시인이 ‘미학’이 아니라 ‘윤리’, 다시 말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일이 훨씬 더 시급하고 가치있음을 시사하는 것 일테다. 충일한 서정적 세계관의 발로로 구성된 이 시집이 백두대간의 의구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자락들만큼이나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아마 여기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김보한 시인은 “백두대간 남진단독구간종주를 위해 기꺼이 만 10년의 긴 세월을 투자했다. 그리고 7년이라는 흘러간 시간을 통해 1권의 시집과 1권의 시조집을 내보냈고 이번 것은 갈무리하는 시집이다. 하지만 기억의 손길은 이후로도 연이어 떠나지 않으리라 여긴다. 그간 살아오면서 명산을 두루 인연 맺게 해준 산 선후배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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