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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수의 통영이야기 271 - 통영 사람 이야기 1

통영에서 태어난 사람이 통영 사람인가?
통영에서 자란 사람이 통영 사람인가?
통영에서 사는 사람이 통영 사람인가?
통영에서 살아갈 사람이 통영 사람인가?

생각건데, 이들 모두가 통영 사람이다. 통영 사람이 아니라고 제외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과거, 현재, 미래 어느 한때의 '나'만을 '나'라고 부를 수 없듯이, 태어났든, 자랐든, 살고 있든, 살아갈 예정이든 모두가 통영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 두 종류의 사람만 통영 사람으로 통용된다. 태어나거나, 자랐거나.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속지주의보다는 속인주의, 즉 핏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자신이 태어나거나 자라지 않았어도 부모님, 특히 아버지가 통영에서 태어났거나 자랐으면 통영 사람으로 인정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과거형' 분류와 인식은 거대한 시대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이젠 벗어버려야 할 낡은 옷이다. 한동안 우리 몸을 감싸 따뜻하게 해주었던 옷이라도, 몸이 자라고, 옷이 낡아지면 벗어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게 정상이다. 배신도 아니요, 몰인정도 아니다. 버릴 때 버릴 줄 아는 게 지혜요, 잘 사는 비결이다.

평생을 통영에서 살았던 사람도, 태어나거나 자라지 않았으면 '객지 사람' 취급하기 일쑤다. 그야말로 낡은 관념의 옷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이다.

통영에서 태어나지도, 성장하지도, 살고 있지도, 앞으로 살아가지도 않을 사람조차 통영 사람이라 칭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 것이니 말이다. 통영을 사랑하고, 통영을 위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통영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을 굳이 통영 사람이 아니라고 강변할 이유가 있을까? 아직은 너무 앞서간 느낌이 들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

통제영 사백 년 동안 통영 사람은 늘 새로운 사람들과 뒤섞여 살았다.

조선팔도를 휘돌며 관료로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들이 통제사로 부임했다. 길어야 2년이었다. 끊임없이 새 통제사가 부임했다. 혼자 오지도 않았다. 식솔들을 거느리고, 자기 일을 도와줄 사람들까지 데리고 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문화'다. 음식이면 음식, 의복이면 의복, 글이면 글, 풍습이면 풍습, 갖가지의 새로운 '문화'를 안고 들어왔다. 지역 사람과 섞였다. 삶이 섞이고 문화가 섞였다. 통영 고유의 문화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고유'는 없었다. 해마다, 달마다, 매일매일 새로움이 흘러들어와 섞이고 변화하고 진보했다. '고유'가 있었다면, 늘 뒤섞이고 변화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는 사실만이 '고유'했다.

통제사 무리만이 아니었다. 삼 도의 군사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군은 권력이다. 영향력이 크다. 영향력은 곧 돈을 의미했다. 충청도 사투리가 들어오고, 전라도 음식이 들어왔다. '들어왔다'는 말보다는 '흘렀다'는 표현이 맞겠다.

저자 주. 이야기는 다음 호로 이어집니다.

한산신문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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