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식 굴 총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통영의 올 가을은 그야말로 제철 맞은 굴로 함박웃음이다. 코로나19로 울상이던 지역경제에 활기가 돌고 있다.

10월 2021년산 굴 초매를 시작으로 관내 180여 곳 굴 박신장에는 40~50명의 박신공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굴 껍데기를 분리,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작업장에는 30대부터 백전노장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박신공들이 일렬로 선 채 하루 평균 40kg의 알굴을 까낸다.

속 장갑, 고무장갑, 다시 목장갑 세 겹의 장갑을 끼고 굴 까기 전용 칼을 이용해 작업에 임하는 이들은 손가락, 손목, 허리, 무릎 성한 곳이 없다.

kg당 많게는 3천원선에 책정되는 이들의 작업, 10월부터 내년 4~5월까지 작업을 이어가는 이들이지만 벌어들인 수입의 절반은 병원비로 소요된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작업은 오후 4시가 돼야 마무리, 하루 12시간을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박신장에서 보낸다. 앞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이 되면 이들의 작업환경은 상상초월이다.

살을 에는 강추위에 바다에서 건져 올린 굴은 그야말로 얼음덩어리다. 손 곳곳에는 장갑을 꼈지만 상처가 생기기 일쑤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역경제 불황이 가중, 일식집을 운영하던 요리사마저 돈벌이를 위해 박신장을 찾았다.

남공 김씨는 “굴 까는거 쉽게 봤다가 큰 코 다쳤다. 이렇게 험하고 힘든 일을 척척해내는 여공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어머니 나이대 분들이 더 열심히 하신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반성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계절 중 두 계절을 박신장에서 보내는 이들의 손에서부터 3천억원에 달하는 지역경제효과가 발생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을 위한 처우개선 필요성의 목소리도 높다.

휴일도 잊은 채 작업장에서 바삐 손을 움직이는 박신공들은 수산1번지 통영의 또 하나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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