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힘들면 쉬어 가소서
고단하면 내 등에 기대시고
억울함도 설움도 다 털어 놓으시길
그런 사람 하나 그립고
그런 사람 되어봤으면

*기도하는 동자승/최진태 作

※시작(詩作)노트

기도는 자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나 또는 특정 대상을 위해 축원 또는 축복의 염원을 담아, 이룰 수 있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 절대자에게 자신의 소원을 비는 행위라고 생각된다.

연말 연초에는 자연스럽게 옷깃을 여미고 경건한 몸가짐으로 마음을 추스리게 된다. 그 자체가 기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종교의 유무, 지적 수준, 재산의 유무, 권력의 소유 여부를 떠나 예전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이러한 기도는 계속 될 것이다.

그런 기도에 대해 이문재 시인은 <오래된 기도>에서 잘 말해주고 있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솔숲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고개들어 하늘을 우러르며/숨을 천천히 들이 마시기만 해도"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도하는 손'과 조수아 레이놀즈의 '꼬마 사무엘', 에릭 엔스트롬의 ‘그레이스’, 밀레의 ‘만종’ 등의 이런 간절한 기도 모습을 닮으려 노력하면서,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 한번 천천히 들이 마시며 두 손을 모아봐야겠다.

한산신문 독자님들의 소망하는 계묘년 새해 기도 소리가 부디 피안의 저쪽까지 닿아, 만사형통(萬事亨通)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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