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멍게양식업의 본고장 통영, 거제 바다에서 일명 ‘물렁병’발생, 전체 180건의 양식어장 가운데 110곳에서 피해가 신고되는 등 양식어업인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특히 출하를 앞둔 2, 3년생 멍게의 떼죽음 현상이 빚어진 예년과 달리 올해는 어린아이 주먹 크기의 1년생 멍게까지 집단 폐사, 어민들의 넋을 빼놓고 있는 지경이다. 이에 본지는 17일 멍게수협과 양식환경연구소, 통영해양수산사무소, 통영시의 멍게폐사 합동조사에 동행 취재에 나서 멍게 폐사 현장과 어민들의 신음섞인 목소리를 청취했다.▲되풀이되는 떼죽음, “이제 멍게 보기도 싫다” “벌써 몇 년째 되풀이되는 떼죽음에 이제는 멍게를 쳐다만 봐도 몸서리가 쳐진다”오전 9시 30분 멍게수협앞 부두에서 출발한 수협지도선이 가쁜 엔진소리를 내며 10분여만에 도달한 곳은 통영시 인평동 민양마을 앞바다 성부열씨의 멍게양식어장.짠뜩 찌푸려진 성씨의 얼굴과는 달리 하얀 부이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성씨의 1년생 어장은 외관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 했다. 하지만 멍게 봉줄(양식용 밧줄)이 뱃전으로 올라오자 사정은 완전 달라졌다.우선 허물 허물해진 껍질 사이로 터져 나온 누런 멍게 속살들이 쌀뜨물 번지듯 푸른 바다를 뒤덮기 시작했고 주렁주렁 매달린 멍게들 대신 속살이 삐져나온 멍게봉줄은 앙상한 원줄만 드러내고 있었다.“통영에서 제일 잘된 채묘라고 칭찬이 자자했지. 그럼 뭘해. 석달도 안돼서 저 모양으로 쪼그라들었는데. 이제 멍게를 쳐다보기도 싫어” 애써 기른 멍게를 외면하며 반대편 바다를 바라보는 성씨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하다.잠시 후 성씨는 “벌써 몇 년짼데, 왜 죽는지 그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한맺힌 말을 내뱉었다. “폐사 원인이라도 알았으면…”어민들의 간절한 하소연은 이후 풍화리 뻘개, 평림동 갈목 앞바다에서도 계속됐다.▲‘환경 악화, 질병, 열성화?’원인이라도 알고 싶다성씨의 어장에서 1km가량 떨어진 맞은편 산양읍 풍화리 뻘개 앞바다 김실봉씨의 어장 역시 멍게가 떼죽음을 당하기는 마찬가지. 김씨는 수온이 25℃이상 넘으면 폐사하는 멍게의 특성상 여름이 닥치기 전에 수심이 깊어 찬 수온이 형성되는 바깥바다로 멍게를 이동시켜야 하는데, 잇따른 폐사로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렸다. 이어 평림동 갈목 앞바다 최상림씨 어장. ‘통상 1봉에 400알이 넘는 멍게가 부착돼 있다’는데 2년생 멍게봉줄에는 10개 남짓한 멍게가 힘겹게 붙어있다. 폐사율 100%와 다름 없었다. 지난 겨울 출하에 나섰던 최상림씨는 “2년 넘게 고생했는데 인건비도 안 나와 생산을 포기했다. 신경질이 나 못살겠다”고 한숨만 쉬었다.인근 노평기씨의 어장. 드디어 전봇대 굵기의 1년생 멍게가 매달린 어장을 만났다. 하지만 멍게봉줄을 들어올리자, 누런 속살이 터져 나간다. 노평기씨는 “지금은 좋아 보여도 한달 뒤엔 멍게가 다 녹아 죽어나간다. 원인이 뭔지 알아야 막아 보지”라며 맥없이 고개를 떨궜다.▲뚜렷한 해결책 없어, 행정기관 ‘난감’ 이처럼 “이젠 멍게 농사가 다 틀렸다”는 양식 어민들의 신음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관계 기관은 몇 년째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한편 이날 수협, 관계기관 즉석 토론에서는 ▲굴양식어장 사이에 넣은 멍게의 폐사율이 적어, 굴과 멍게를 동시에 양식하는 복합양식 실험이 필요하다는 점과 ▲고수온기에 멍게 봉줄을 저층으로 낮게 설치해 성장을 억제, 폐사를 줄이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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