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술 좌석에서 “오늘은 월평리 구장 술을 얻어 먹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때론 듣기도 한다. 이 말속에는 술 접대가 시원찮다는 함의가 내포된 뜻으로 사용된다. 우리 지방 술꾼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오다가 차츰 전국적으로, 아니 얼마전에는 필리핀에서 필리핀사람이 천연덕스럽게 월평리 구장 술을 들먹이더라고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알려지게 된 유명한(?)「월평리 구장 술」에 대해서 그 유래와 배경을 알아두는 것이 술꾼의 예의가 아닌가 싶다.하여, 필자가 고성읍 사무소에 들렀더니 마침 「월평리 구장 술의 올바른 이해」란 홍보책자가 있어서 여기에 그 전문을 옮기어 본다.고성에는 “술 떨어지면 안주 들어오고, 안주 떨어지면 술 들어온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이 말은 언 듯 듣기에는 술을 아끼려다 보니 술 접대를 잘못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이것이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월평리 구장 술”이다. 그러나 좀더 깊게 생각하여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월평리 구장술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술을 마시다 보면 술이 모자라자 다시 술을 사고, 술이 남아 있는데 안주가 모자라서 다시 안주를 사고, 안주가 남아 있는데 술이 모자라서 다시 술을 사는 것을 반복하였다면 얼마나 많은 술을 사야 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처음부터 술과 안주를 듬뿍 내놓고 술을 마시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술을 마시다가 술과 안주를 더 시키게 되는 경우에는 술을 많이 마시게 될 때 그런 일이 있지만, 대부분은 술을 마실 때에 아는 친구나 선·후배 등을 만나 그들에게 술을 한잔 권하다 보면 술이 떨어지고 안주가 떨어지는 일이 허다하다.월평리 구장도 술을 마실 때에 이 사람, 저 사람을 불러모아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셨기 때문에 술과 안주가 번갈아 가며 떨어졌던 것이다.그러면 월평리 구장, 그는 누구이며 어떤 성격의 소유자였을까? 그의 명예를 생각하여 이름은 밝히지 않기로 한다. 그는 1925년 월평리 어느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 훈장님을 모신 가운데 글공부를 배웠다. 천성이 어질고 후덕한 그는 친구와 이웃을 사랑하고 예를 중시하며 원성을 듣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는 44년전 월평리 마을 구장(이장)을 맡아 성실하게 일을 하였다. 성품이 후덕하고 호탕한 그는 구장 일을 하면서 자주 술을 사고, 술을 사면 오는 이 가는 이 할 것 없이 술 한잔 마시고 가라 권유하여 그 구장이 술을 살 때에는 주막이 사람들로 가득 찰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때로는 달빛 가득한 밤에 죽마고우와 어울려 술잔에 뜨는 달을 보며 정담을 나누다가, 술이 거나해 지면 달 그림자를 등에 업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돌아가는 그에게 권세나 벼슬 따위는 사치에 불과 하였으리라.월평리 구장이 술을 살 당시에는 보릿고개가 높아 넘어가기 힘든 시기였고 배고픔을 사무치게 느끼면서 살아야 했던 시절이다. 때문에 큰 마음 먹지 않고는 오고 가는 사람을 모두 불러 술을 사기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이시절 구장이 사주는 막걸리와 안주가 얼마나 맛있었을까?월평리 구장 술에는 이웃과 함께 하며 배고픔을 달래 주는 후덕함이 담겨 있고, 술을 마시면 정담을 나누는 낭만이 술잔에 녹아 있었다.즉 『월평리 구장 술에는 후덕한 인심과 낭만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월평리 구장 술의 실체다. 그는 술값을 아끼지 않고 남에게 술을 사 주다가 가산을 기울게 한 사람이다. 그 때문에 말년에는 종전처럼 술을 사지 못하였다 한다. 그래서 그는 “문전 옥답 팔아 삼년 술값, 곡간비워 일년 술값, 노송 팔아 하루 술값이니 나그네 술대접이 어찌 예전 같으리요”라는 글을 남겼다고 전한다.』월평리 구장은 가산이 기울 정도로 술을 많이 산 사람이다.그러나 누구처럼 잘 봐 달라고 부탁을 하기 위해 술을 산 일은 없다.이런데도 술을 제대로 살 줄 모르는 사람을 지칭하여 ‘월평리 구장 술’ 내느냐 한다면, 그것은 월평리 구장 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본래의 말뜻이 전해져 오면서 와전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가산을 팔아가면서 술을 사준 그 분에 대한 모욕이자, 월평리 주민에 대한 모욕이며, 구장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대부분 아무런 거리낌없이 지금까지 우리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던 ‘월평리 구장 술’의 올바른 이해를 통해 월평리 주민에 대한 명예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월평리 구장 술”은 우리 고성의 따뜻한 마음과 여유로움 그리고 낭만을 대변하여 주는 고성의 인심이다.오늘 밤하늘에 반쪽 달이 떠 있다.저 달에 돛대를 달고 떠가는 달을 보면서 술 한잔 할 사람이 없을까.월평리 구장과 같은 마음으로 사 주는 술 한잔 마시고 싶다.2001. 09. .固城邑長 李 元 斗필자도 월평리 구장 술에 대한 시 한편을 지었기에 같이 소개한다.월평리 구장술을 아시나요그럼, 월평리 구장술을 한번 마셔나 보았나요술 떨어지면 안주 들어오고안주 떨어지면 술 들어오는월평리 구장술을술을 짊어지고는 못가도먹고는 간다는 우리네 술인심오는 사람 가는 사람스스럼없이 잔 건네는 우리네 후한 술인심술 떨어지면 안주 떨어지는 술판이 아닌안주 떨어지면 술 들어오고술 들어오면 안주 떨어지는꼴짝한 술판이라고 숭을 볼라치면은마음껏 숭을 보라지요술 상무에, 폭탄주에술 떨어지면 함께 안주 떨어지는 흥청망청 술판보다야안주 떨어지면 술 들어오고술 떨어지면 안주 들어오는 월평리 구장술은없는 쪼잔한 우리네 살림살이에 손님을 맞는눈물겨운 정성이 보이고익살스러운 자린고비 절약정신도 묻어나네요고성 월평리를 아시나요혹여 들리시거든 월평리를 찾아월평리 구장술을 마셔나 보세요술 떨어지면 안주 들어오고안주 들어오면 술 떨어지는월평리 구장술을 (졸시,월평리 구장 술)<2004.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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