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때 유실,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산없다”…주민 발동동

   
“움푹 파인 모래밭과 나뒹구는 자갈로 앙상한 해안. 과연 이곳이 고운 모래와 잔잔한 바다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던 비진도 해수욕장 맞나?”길이 550m, 백사장 면적 7천평 규모를 자랑한던 비진도 해수욕장이 지난해 8월 태풍 ‘매미’가 할킨 상처로 모래밭의 2/3이상이 유실돼 올해 개장 여부가 불투명한 위기에 처했다.임시 필요한 모래만 10만㎥(10톤 트럭 1만대분). 하지만 주민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통영시 등 관계기관은 10억원에 달하는 예산 마련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이에 따라 여름철 해수욕장 관광객 6, 7만명을 대상으로 민박을 치며 한해 살림을 꾸려온 한산면 비진리 외항마을 53가구, 115명은 발만 동동 구른 채 울상을 짓고 있다.<관련기사 8면>▲모래 대신 자갈, 바위 나뒹구는 해수욕장.“모래가 황금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태풍 ‘매미’ 광풍이 몰아친 다음날 제일 먼저 목숨줄이 달린 해수욕장부터 봤는데 모래가 전부 없어져 버렸다”비진도 해수욕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손으로 가슴께를 가르키며 “7천평 모래밭에서 쓸려나간 모래 높이가 1m는 족히 넘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실제로 지난 16일 기자가 찾은 비진도 해수욕장은 파래와 굴쩍으로 뒤덮힌 자갈과 바위덩이가 폭 20∼30m 백사장을 점령한 채 을씨년스럽게 나뒹굴고 있었다.외항마을 오석진(63·민박업) 이장은 “당장 해수욕장을 개장하려면 모래가 있어야 하는데 다시 채울 방도가 없다. 한 3년전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3천만원어치 모래를 보충했는데 산더미 같던 모래가 해수욕장에 까니까 1cm밖에 안되더라”고 말했다.“1m 높이로 모래를 보충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텐데 주민들 힘으로 엄두도 못 내겠다”며 “공원관리공단이나 시청은 예산타령만 하고, 이대론 마을 사람들 다 죽게 될 판이다”고 한숨만 내쉬었다.▲국립관리공단·市, “모래 채울 예산 없다”“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의 한해 예산이 20억원이다. 이런 형편에 모래를 다시 채울 10억원을 확보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하지만 비진도 해수욕장의 관리를 맡고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는 태풍 ‘매미’로 쓸려간 모래 보충 문제에 대해 아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관리과 김현교 담당은 “해수욕장의 모래 보충을 위해서는 전년도 3월에 국비지원을 요청해야 하는데 8월달에 입은 태풍 피해 복구를 예산에 반영할 방법이 없었다”며 “2001년 거제 구조라 해수욕장 모래 보충 건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통영시의 경우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상황. 시청 건설과 담당자는 “비진도 해수욕장의 관리권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있어 그쪽에서 태풍 복구 업무를 전임하고 있다”며 “권한이나 예산이 없어 모래 보충은 엄두도 못 낸다”고 설명했다.결국 이대로 관계당국이 관리권 등 권한의 한계와 부족한 예산을 이유로 모래 보충을 외면할 경우 비진도 해수욕장의 정상적인 개장과 주민들의 생계는 한층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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