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어선업계 2중 부담, 제도적 보완마련 시급

어선업 인력난에 숨통을 틔웠던 외국인선원이 현지적응 실패 등으로 도주하는 사례가 빈번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일이 힘든 업종은 들어온 선원 중 절반 이상이 근무를 포기하면서 대체할 국내선원을 구하지 못한 업계가 출어까지 포기하는 등 애를 태우고 있다.

 

근해통발 업계, 114명 들어와 56명 남아


2005년부터 외국인선원을 고용해 온 근해통발업계의 경우 첫해 9명에 불과했던 외국인선원은 국내선원에 비해 저렴한 임금에 비해 높은 노동력을 얻을 수 있었던 탓에 꾸준히 수요가 늘어 지난해까지 총 114명이 들어왔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남아있는 인력은 절반도 채 안되는 56명에 불과하다.


짧게는 10일 길게는 15일 정도를 바다위에서 생활하는 등 일반 육상 업종에 비해 열악한 근무여건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부적응 선원들 중 일부가 정식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몰래 도주해 버리는데 있다.


실제로 근해통발업계의 부적응 선원 58명 중 절반인 29명이 별다른 통보나 이유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입국한지 1개월이 채 되지 않아 적응이 덜된 초보자가 많지만 6개월 이상 장기 근무하며 일이 손에 익은 선원도 부지기수다.


이들 대부분이 일정한 주거지가 없어 항구 근처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다 밤사이 몰래 달아나 버리고 있다.


때문에 인력공백에 따른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사업주(선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원들이 입국 당시 근무처를 정해 들어오는데다 인력규모도 제한돼 있어 일정기간 동안 외국인선원을 보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법상 사업장별로 인원수가 할당된 형태라 도주한 선원을 붙잡아 강제 출국시키지 못하면 1년간 보충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국내선원을 수소문해 출어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따른 추가 경비부담은 고스란히 사업주 몫으로 남는다.


결국 당장 선원이 없어 조업을 미뤄야 해 사업주들은 인력부족, 인건비 낭비, 조업지연에 따른 어업손실 등 2중, 3중의 부담을 떠안고 있는 형편이다.


외국인선원에 비해 국내선원의 임금이 한달 평균 100만원 정도 많고 한 척당 평균 2명의 외국인선원을 고용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해 인건비로만 2천400만원을 낭비되는 셈이다.


최근 출어전날 한 달된 외국인선원 1명이 사라져 열흘이 넘도록 발을 묶어두고 있는 장어통발어선 선주 A씨는 “어떻게든 (조업을)나가보려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있지만 국내선원은 구하려고 해도 없다”며 “이렇게 조업을 못 나가면 적어도 1, 2천만원은 그냥 깨진다. 인건비 조금 아끼려다 완전히 덤터기를 쓴 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원 빼돌리는 전문 브로커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마땅한 대책이나 이유를 찾지 못하다 보니 업계에서는 “선원을 빼돌리는 전문 브로커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신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지역 소형 조선소에 1명당 150여 만원을 받고 넘긴다”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용하던 선원 2명이 모두 달아나 버린 선주 B씨는 “그해 3월에 들어와 1년 가까이 잘 적응해 왔다. 남은 2년 동안 꼭 여기 있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며 “브로커 등이 나서 유혹하는 일이 없었다면 절대 도망칠 인력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선주 C씨도 “같은 배 선원끼리 있을 때는 생활을 잘했는데 밤중에 낮선 사람들을 몇 번 만나더니 곧장 없어져 버렸다”며 “이런식으로 인력 빼내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묶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밤새도록 여관방에서 지키고 있을 수 도 없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워낙 많이 도망치다 보니 전문 브로커 설까지 나오고 있다. 도주한 선원을 잡는다 해도 당사자에 대한 강제출국 이외에 큰 처벌은 없는 실정”이라며 “인력을 빼돌리는 무리를 찾고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대책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