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철폐 핵심품목 협상에 골뱅이 거론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통영지역 기타통발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꽃게와 함께 기타통발어선의 주요 어획물 중 하나인 골뱅이(고둥)가 협상의 핵심 품목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산에 2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지금도 뚜렷한 가격경쟁력을 갖지 못한 관련 업계는 생존권 사수를 위해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한-미 FTA협상 타결 이후 급물살을 탄 한-EU FTA 협상은 ‘연내 타결’을 목표로 오는 17일 계속될 3차 협상에 대비해 핵심품목의 개방수준에 대한 내부 의견조율 단계까지 왔다.


이들 핵심품목 중 하나가 골뱅이. 동해에서 주로 어획되는 국내산 골뱅이의 연간 공급량은 1천여 톤. 대부분 통영지역 기타통발어선이 어획한 것들이다.


반면 지난해 골뱅이 총 수입량은 4천200톤, 국내생산량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전량 껍데기를 제거한 알 골뱅이 상태로 수입된다. 이중 EU 회원국인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들어온 것이 3천600톤으로 전체의 86%에 달하고 있다.


EU 회원국이 한국에 수출한 수산물 중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골뱅이는 무려 40%를 차지한다. EU측이 유독 골뱅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번 FTA를 ‘골뱅이FTA’라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수입산 골뱅이에 붙는 관세는 20%로 비교적 높은 수준, 여기에 부가세, 물류비 등이 더해져 실제로 상품이 유통될 때는 수입 원료대비 30%정도 가격이 올라간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상승요인을 더한다 해도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수입산과 국내산의 가격차이는 크지 않다.


수입산 알 골뱅이 큰 크기의 1kg당 유통단가는 7천원 정도, 국내산은 이들 수입산의 가격변동에 눈치를 보며 평균 100~200원 낮게 책정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FTA체결에 따라 관세가 없어질 상황에 대한 관련 업계의 걱정도 쌓여만 가고 있다. 최소한 20%이상의 가격 폭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원가를 고려할 때 지금 단가가 사실상의 ‘마지노선’ 이란 것.


보통 한 번에 2~3일, 한 달에 25일을 조업하는 고둥잡이 기타통발어선이 유류비, 인건비 등으로 사용하는 한 달 경비가 6천~7천여 만원이다.


다행히 조업이 잘 돼 1만kg을 잡으면 수익은 7천300여 만원이지만 제반경비를 제외하면 순수익은 300여 만원에 불과하다.


통영지역 기타통발선주협의회 정남옥 회장은 “지금도 큰 수익이 남는 사업이 아닌데 관세까지 없어지면 사실상 출어경비 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을 맞아야 한다”며 “FTA체결로 피해가 예상되는 어업인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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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 생산 중단해야 할 판”

 

기타통발선주협의회 정남옥 회장

 

“수입 골뱅이 관세 없어지면 기타통발어선들의 골뱅이 잡이도 끝입니다. 사실상 국내산 골뱅이의 생산이 중단되는 것입니다.”


통영지역 기타통발어선 선주들로 구성된 기타통발선주협의회 정남옥(54, 만성수산(주)) 회장은 “20%관세에 10%의 물류비 등을 붙여야 마지노선에 걸쳐진 국내산과 가격이 비슷해지는 게 현실”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기타통발업에 몸 담은지 올해로 18년째인 정 회장은 기타통발어선의 동해안 골뱅이 어장을 개척한 장본인이다. 또 국내에 냉동꽃게어선을 최초로 도입했었다.


그는 “언론에서는 이번 FTA를 골뱅이FTA라 부른다. 그 만큼 골뱅이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관련 업계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부족하다”고 꼬집으며 “막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불가피 하다면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뱅이 잡이 어업인을 농민에 비유하며 “한-미FTA에 따른 국내 농업 손실 등을 보상하기 위한 제도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관세철패로 인해 발생할 국산 골뱅이의 단가하락 손실을 메워줄 현실 보상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타통발의 어획대상은 분명히 갑각류인데 일부 기득권세력에 의해 동해에서의 대게 잡이를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총허용어획량(TAC)중 일부를 기타통발어선에 할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척도 어민과 정부 양측의 목적이 맞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한중일 어업협정으로 황금어장을 잃은 것은 기타통발인데 감척 기준은 경북이나 동해 어선들에게나 맞는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타통발어선은 건조한지 7년 미만의 신조선이 대부분이다. 이들 어선도 감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상 선령을 9년 정도로 낮추고 보상 규모도 보다 현실성이 있게 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현행 40%로 제한한 외국인선원 고용 비율 확대 및 중국산 꽃게 수입량 조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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