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유기산업 가공, 유통…칼슘 등 영양소 함량 우수

올해 최악의 적조 피해가 발생한 지난 3일. 적조로 떼죽음을 당해 중화항에 산더미처럼 쌓였던 물고기들이 트럭에 실려 미륵도를 빠져나갔다.


20여 분을 달려 트럭이 도착한 곳은 도산면 관덕리에 위치한 유기질비료 가공 공장.


공장 부지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작업장으로 들어간 트럭은 곧장 화물칸에 실렸던 물고기들을 작업장 바닥에 풀었다.


400평 규모의 직사각형 작업장은 100M 달리기 트랙 형태로 구분된 공간 4칸이 옆으로 나란히 정렬한 형태다.


물고기들이 내려진 곳은 가장 왼쪽 편에 있는 공간, 물고기들은 트럭이 지나왔던 통로 바닥에 쌓였던 것들과 함께 버무려 진다. 톱밥이다. 물고기에 배인 수분을 빼내는 역할을 한다.


바로 옆 칸에는 톱밥과 하루를 보내 수분이 제거된 물고기들이 1.8m 높이로 평평하게 쌓이고 있다. 미생물을 넣어 물고기를 발효시키는 ‘교반발효공정’ 준비 과정이다. 이후 14일간 발효시킨다.


이 공정을 거친 것들은 다시 옆 칸으로 이동, 뜸들이기의 일종인 부속공정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발효되면서 내뿜는 가스를 없앤다. 이때 속에서는 최고 80℃이상의 열이 발생한다.
3일에 한 번씩 뒤집기를 반복하며 다시 14일을 보낸다.


이어 부속공정을 마친 후 딱딱하게 굳어진 것들은 마지막으로 파쇄, 이물질제거 작업을 거쳐 비닐에 담긴 비료 최종 상품형태로 완성된다.


3일 하루 들어온 폐사 물고기는 모두 30여 톤. 앞으로 한 달간 가공시키면 총 6톤의 고품질 비료가 만들어진다.


그동안 매립 이외에 별다른 처리방법이 없던 집단 폐사 물고기들이 최근 유기질 비료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물고기를 이용해 만든 유기질 비료는 음식물을 발효시킨 일반 비료에 없는 칼슘 함량이 높은데다 인과 마그네슘 등의 영양소도 포함, 고품질 비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20kg들이 비료 1포에 든 칼슘이 1만원 수준의 칼슘제 함량과 비슷하다. 별도의 영양제가 필요 없는 셈. 덕분에 진주, 경주, 포항, 김천, 하동, 창녕 지역의 친환경 작목반이나 비닐하우스 등에서는 해마다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통영유기산업(주)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비료를 생산, 공급하는 업체다.


통영을 비롯한 거제 남해 등에서 적조나 동사로 폐사한 물고기를 가져와 비료로 가공하고 있다.


이창섭 대표이사는 “비료를 사용하는 농가에 제발 영양제를 적게 넣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 이창섭 대표.“물고기 유기질 비료 효능 월등하다”

 

통영유기산업 이창섭 대표이사

 

“우리 비료 사용하는 농가는 따로 농약방 가서 영양제 살 필요 없어요.”


지난 2004년부터 적조로 폐사한 물고기를 이용해 유기질 비료를 생산해 온 통영유기산업 이창섭(48) 대표이사.


코끝을 얼얼하게 만드는 비료공장의 암모니아 가스를 1년 365일 몸에 밴 채 생활한지 올해로 8년. 당시 TV에서 폐사한 물고기를 땅에 매립하는 장면을 본 뒤, 당장 통영시에 전화를 걸어 “내가 처리 하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물론 처리비용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미 2001년 불가사리를 가공, 비료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던 터라 자신이 있었고 생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정작 돈이 되질 않았다. 처리비용도 받지 않은 데다 생산 기간은 긴 반면 원료를 가공해 생산되는 제품 물량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스로 “음식물 처리만 했으면 아마 부자 됐을 거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도 지금껏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발생하는 손실은 음식물 비료를 판 비용으로 메웠다.


‘기술중시 경영’을 첫 번째 경영이념으로 둔만큼 그런 와중에도 기술 개발에 손을 놓지 않았다.


이때 교반발효공정에 사용할 미생물 12종을 개발해 냈다.


이 미생물들은 당초 50일이 걸리던 생산공정을 30일로 단축시켰다. 기술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특허까지 냈다.


이를 바탕으로 물고기 비료 연간 생산량을 2천포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착공한 함양 제2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량도 높아질 전망이다.


그는 “물고기를 비롯한 수산물에는 작물에 이로운 물질이 너무나 많다. 당연히 이를 가공해 만든 비료의 품질도 월등히 앞선다”며 “어민들이 힘들게 키운 것들로 만든다는 게 못내 아쉽지만 좋은 제품인 만큼 보다 많은 곳에서 사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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