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망산 공원 주변 빈집들로 우범지역 가속화

   
   

 "한두 달 사이 불난 게 벌써 3번쨉니다. 도저히 불안해서 못살겠습니다. 저 빈집들 얼른 뜯게 신문에 좀 내주이소."


 "뜯으려면 다 뜯어 버리던가 아님 아예 손을 대지 말든가. 사람도 없는 빈집만 덩그러니 놔두니 사고가 끊이질 않는거 아닙니까?"


 "조금만 어두워져도 밖에 나가질 못합니다. 가게 저녁 8시 정도면 가게 문도 닫아버리고…"


 "최근 들어 이 주변에 도둑 안든 집이 없습니다. 집에 있는 패물, 현금 가리지 않고 들고 가버리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어요."


 금성수산 뒷편 골목과 남망산 조각공원으로 곧장 연결된 샛길 끝에 자리 잡은 금성슈퍼. 2평 남짓한 조그만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주민들이 너나할 것 없이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요지는 "불안해서 못 살겠다". 이유는 주변에 널린 '빈집들'때문이라 입을 모은다.
 불이 난 것만 몇 달사이 세 차례, "행여나 불똥이 튈까 겁난다"는 소리를 연거푸 하며 언성을 높여간다.


 이들이 지목한 범인은 뜻밖에도 관내 중고등학생들. 주변이 어두워질 때면 어김없이 찾아온다고 했다.


 남망산 조각공원에서 동네로 내려올 수 있는 샛길 주변이 모두 빈집들인 탓에 공원에서 배회하던 학생들이 밤이면 밤마다 내려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


 한 주민은 "빈집 바로 옆이 우리집인데 교복차림의 남녀 학생들이 맥주나 소주를 손에 들고 들락날락 거리는걸 종종 본다. '거기 뭣 하러 가냐'고 물으면 눈을 흘기며 대꾸도 안한다"며 "밤마다 혹시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 불안하다"고 말했다.


 슈퍼 주인은 학생들 무서워 골목이 어둑해질 때 쯤 문을 닫는단다. 얼마 전 담배 값으로 준비해놨던 목돈까지 도둑맞은 터라 신경이 더 곤두서 있다.


 그는 "초저녁에 잠깐 집을 비웠는데 화장실에 난 머리하나 들어갈 정도 창을 통해 들어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는 현금만 쏙 빼갔다. 주변 가게들도 하나같이 도둑이 들었다. 말을 안해 그렇지 이 동네에서 도둑 한번 안든 집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행정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는다.


 "이제 동네 자체가 우범지역이 되버린 듯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청에선 여태껏 조사한번 나오질 않았다"며 "주인들이 집을 비운지가 언젠데 그동안 대체 무얼 했기에 아직 이 모양이냐? 빈집만이라도 허물면 걱정이 덜 할 것 같다"고 언성을 높였다.


 곁에 있던 나이 지긋한 다른 주민은 "저 빈집들 없을 때만해도 여기가 참 깨끗하고 좋았다. 이웃지간 사이도 좋고…"라며 한숨을 내쉰다.


 통영을 대표하는 명소로 손꼽히는 남망산 공원 주변이 행정의 무관심속에 '소외된 땅'으로 전락, 점차 우범지역으로 변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문제는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빈집들.


 이들 빈집은 통영시의 재해위험지역 및 공원구역 내 불량주택 철거 시책에 따라 행정이 매입한 것들이다.


 지난해 보상이 이뤄진 2층 주택 4채를 비롯해 현재 주인이 없는 단층 목조 주택 1곳 등 총 5곳이 빈집상태로 남아있다.


 그런데 건물 철거 작업이 지지부진 하면서 청소년들의 탈선, 비행장소로 악용되면서 인근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발생한 3건의 빈집화재도 이들 청소년들의 '불장난'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런 학생들이 출입이 잦아지면서 주변 가정집을 상대로 한 절도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


 특히 최근 날씨가 부쩍 추워지면서 갈 곳이 없는 노숙자들의 출입도 빈번해지고 있어 화재나 절도 등의 각종 사건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주변을 찾은 경찰 관계자는 "빈집을 둘러봤는데 노숙자나 사람이 머물다 간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페인트 통에 나뭇가지를 넣어 불을 피운 흔적, 술병, 깔게용 박스들까지 발견됐다"며 "범죄 예방을 위해 신속한 주택철거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통영시 도시공원사업소 관계자는 "매입 주택에 살고 있는 분들이 동시에 나갈 수 없는 문제라 지난해 12월말께 이주가 완료됐다. 오는 3월 중 철거작업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거한 부지는 별도의 조성계획을 수립해 공원으로 만들예정"이라며 "매년 예산확보 수준에 따라 주변주택들도 매입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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