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한 상자에 12만원 거래…통영 거제 양식업계 본격 출하

   
   

"틱!티티티~틱! 푸다다~~닥!"

걸릴락 말락 하던 경운기 엔진에 겨우 시동이 걸리자 특유의 굉음을 내며 굵은 밧줄 하나를 연신 감아올린다.

동시에 엔진을 설치한 뗏목 가장자리 반대편 수면위로 울긋불긋한 튀김옷을 두껍게 입힌 밧줄 한 다발이 끌려온다.

끝은 붉은색의 오돌토돌한 돌기, 중간은 오랜지 빛 , 나머지는 아이보리색이 칠해진 '바다의 꽃' 멍게다.

5m 길이의 봉줄에 어른 주먹막한 것들이 빈틈없이 자리 잡았다.

1년 6개월 정도 거제 가좌도 인근 양식장에서 키우다 지난해 11월 한산도 앞 바다로 가져와 3개월 정도를 보낸 것들로 좀처럼 보기 드문 최상품이다.

이어 끄집어 올린 다른 봉줄 하나에도 탱탱한 멍게가 셀 수 없을 만큼 붙어있다.

봉줄 두 개를 나란히 놓고선 장정 셋이 달려들어 억센 손으로 봉줄에 붙은 멍게를 하나씩 떼 냈다. 손이 닿자마자 촘촘히 붙은 멍게들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붙은 것들을 반쯤 훑어냈을 즈음, 여공들이 가세한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큰 것, 작은 것들을 골라낸다.

그 사이 봉줄에 붙은 것들 다 제거한 장정들은 노란색 상자와 제설용 눈삽을 준비한다.

경운기 엔진이 다시 한번 가쁜 숨을 내쉬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먼 바닷물을 끌어오는 양수기 역할이다.

장정 2명은 바닥에 널린 큼지막한 멍게들을 눈삽으로 퍼 담고 한명은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닷물로 상자에 담기 것들을 씻는다. 여공들은 한켠에서 작은 멍게들을 골라 그물망에 담아 바다에 빠뜨린다.

뗏목 구석의 작은 테이블에 모여있던 다른 여공들은 먼저 빠뜨린 그물망을 끄집어내더니 껍질을 벗겨냈다. 이렇게 작업한 알멍게는 주로 젓갈용으로 가공된다.

직접 껍질을 까 노란 속살을 한입 머금은 어장장 안경래씨는 두말없이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봉 2개를 훑어내니 큰 멍게들만으로 60kg들이 3상자가 채워졌다.

가득 찬 상자는 육지로 연결된 컨베어밸트에 놓인다. 육지에선 활어차 한대가 대기 중이다.

전천후 경운기 엔진이 마지막 힘을 짜내며 컨베어밸트를 돌리자 육지까지 무사히 옮겨진다. 활어차에서 대기하던 장정 한 명은 화물칸 수조에 멍게를 털어 넣더니 곧장 어딘가로 떠난다.

이때 시간이 오전 12시 40분.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때다. 한시름 놓고 때늦은 점심이라도 먹을까 하며 뗏목을 정리하는데 활어차 한 대가 또 와서 주문을 넣는다.

"큰거 두개(상자)하고 작은거 하나(상자)요." 군말 없이 작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어장주 박창길씨는 "보통 아침 7시부터 작업을 시작해 하루 활멍게로 보통 40~50상자, 많을 땐 100상자를 생산해 낸다. 대부분 인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올라가고 일부가 통영시내로 나간다"고 전했다.

통영이 자랑하는 명품 수산물 중 하나인 멍게가 제철을 맞고 있다. 지난해 7월 생산을 종료한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유례없는 집단폐사 피해를 당하면서 새해 첫 경매(초매식)까지 연기하는 고초를 겪었지만 생산현장은 활기가 넘치고 있다.

통영과 거제지역에 자리잡은 20여 개 뗏목현장에서 하루 24톤 가량이 생산되고 있다.

다행이 초반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현장에서 유통상인에 넘기는 가격이 60kg 한 상자에 10만원선으로 형성되고 있다. 좋은 것들은 12만원까지 받는다.

지난해 이맘때 8~9만원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좋은 가격대다.

일본산 멍게 수입이 줄고 가격이 17만원대로 높아지면서 국내산 멍게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

국내산의 홍수출하가 없다면 최소한 3월까지는 지금의 가격대가 유지될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 생산초기인데다 대량폐사로 현재 생산능력이 크게 떨어진 점 등을 고려할 때 4, 5월 이후의 후반기까지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집단폐사 원인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아 벌써부터 내년을 걱정하는 어업인들도 적지 않다.

올해 최상품 멍게를 출하하고 있는 박창길씨 역시 같은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는 "도산면 1ha에 넣은 4천봉이 모두 전멸했다. 가좌도 인근에 있던 것들이 무리 없이 자라 올해는 걱정을 덜었지만 내년은 또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폐사원인을 밝혀내 양식을 지속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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