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월 금어기 끝낸 자망어업인들 이달 초 본격 출어 나서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새벽 3시50분께 통영수협 도천동공판장. 주변은 인적조차 드문데 유독 이곳만 예외다.


 주변은 몰려든 활어차와 화물차들로 초만원 사태, 잠시 뒤 경매가 시작될 공판장 현장도 꽉찬 사람들로 사정은 마찬가지다.


 '5, 8, 24, 2, 29, 58, 6...' 두서없는 번호를 새긴 빨간모자 무리가 공판장에 일렬로 늘어선 수조 주변을 서성인다. 수협 소속 중매인들이다. 살 것들을 미리 점찍어둔다.


 "경매 하는갑다." 정각 4시가 되자 통영수협 직원들이 공판장에 들어서고 곧장 경매가 진행된다.


 오늘은 가오리가 첫 번째다. "왈라 왈라 와알라~~라라…" 경매사 특유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이 시작되자 중매인들은 품속에 숨기 손으로 연신 수(手)신호를 보낸다.


 줄잡아 20여 명이 넘는 중매인들이 동시에 손을 흔드는데 경매사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한 명을 용케 골라낸다.


 가오리에 이어 아귀 3마리도 제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나서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흑갈색의 큼지막한 '봄 도다리'다. 어른 손바닥 2개 크기, 어민들 표현으로 '900다마(g)'쯤 되는 것들이다. '쑥국'용으로 안성맞춤이다.


 봄철 최고인기 어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눈치를 보던 중매인들이 연신 손을 흔들어댄다. 가격이 쑥쑥 오르더니 1kg 1만원에 멈춘다.


 그런데 같은 액수를 제시한 중매인이 2명. 이럴 땐 별수 없이 '가위바위보'로 낙찰자가 결정된다. 물건이 좋았던지 진 사람은 못내 아쉽다.


 이정도면 지난달 3천원선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제철을 맞은 이맘때 가격으로는 적당하다.


 낙찰을 받은 중매인은 자신의 번호가 찍힌 종이를 수조물에 푹 담그고선 상자 모서리에 붙인다.


 가위바위보에서 아쉽게 진 상대방은 다음 매물을 기다린다. 마침 도다리 3상자가 나왔다. 크기도 앞의 것과 비슷하다. 경매사와 몇 번 눈을 마주치더니 결국 따낸다. 그리고 자신의 번호인 '6'을 수조위에 띄운다.


 번호표가 붙은 물고기는 이내 밖에서 대기 중인 활어차들로 쉴 사이 없이 옮겨진다.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숨 가쁘게 이어진 경매는 1시간30분여가 지나서야 끝이 났다.


 중매인 장석만씨는 "지금은 뭐니 뭐니 해도 쑥국에 들어갈 도다리가 최고다. 특히 최근 들어 도다리 쑥국이 통영뿐만 아니라 외지까지 전파되면서 대구, 부산, 진주 등으로도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봄 도다리'가 제철을 맞았다.


 지난 1, 2월 두 달여간 금어기에 묶여 조업을 목 놓아 기다리던 통영의 자망어선들이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도다리 잡이에 나서고 있다.


 자망어선 1척이 하루 잡는 도다리가 70kg정도, 잘되면 100kg까지 어획량이 늘기도 한다.
 보통 생산량이 늘면 가격은 당연히 떨어져야하는데 도다리는 정반대다.


 지난달만 해도 조업 중 간혹 잡히던 도다리가 있었지만 가격은 지금의 1/3수준에도 못 미쳤다. 특이하게도 도다리는 산란기에 맛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부 식당이나 횟집 등지에서 '도다리 쑥국'을 개시했지만 신통찮은 반응들 뿐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야 도다리가 제 맛을 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


 통영 어느 식당을 가도 쑥국 메뉴가 추가되면서 소비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연안자망자율공동체협의회 한태열 회장은 "가격도 지금 수준이면 어업인들이 제법 재미를 볼 수 있을 정도"라며 "도다리와 광어는 눈의 위치에 따라 '좌광우도'로 구별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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