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권현망수협, 현지 유통업체와 수출 협의 완료

   

통영 멸치가 거대 소비시장 미국으로 진출한다.

현재 현지 유력 유통상과의 수출 협의가 완료된 단계.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6톤 가량의 통영 멸치가 미주시장을 향한 수출 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선권현망수협(조합장 정세현)에 따르면 지난 22·23 양일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LA한국우수상품/특산품 EXPO'를 통해 마른멸치 수출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통영 마른멸치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은 기선권현망수협 9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로 성사될 경우 수출규모가 크고 적고를 떠나 미국시장 개척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더해질 전망이다.

'한국상품 EXPO'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의 미국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LA한인상공회의소(회장 이창엽)와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마련되는 자리.

올해로 3회째를 맞아 LA현지의 월셔그랜드(Wilshire Grand)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기선권현망수협은 지난해 경상남도를 통해 참가를 신청, 심사를 거쳐 전국 48개 참가 업체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LA상공회의소가 보증하는 신뢰도 높은 현지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주목적으로 하는 만큼 미국시장 개척을 꾀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를 비롯한 국외 수출시장을 물색해 온 정세현 조합장은 통영 멸치 수출시장 개척의 호기로 보고 직접 현지를 찾아 수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4~5곳의 현지 유통업체와 접촉한 정 조합장은 올해로 설립 20년을 맞는 중견 식품종합유통업체 P사와 마른멸치 수출입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P사는 한국인 대표 L씨가 설립, 성장시킨 업체로 국내 한성기업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식료품을 수입, 유통하고 LA전역을 중심으로 텍사스주에 이르는 유통망을 갖춘 기업으로 알려졌다.

수출 단가, 공급 방법, 양측의 관계설정 등 세부적인 논의사항이 남은 상태지만 우선 연내 마른 멸치 3천 상자(1상자 2kg) 수입해 시장에 첫 선을 보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80만명에 이르는 LA한인시장 전반에 공급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삼고, 장기적으로 240만명 규모의 미국 전역 한인사회를 타켓으로 공급량을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

정세현 조합장은 "기존 중매인들의 유통선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만큼 갈등 요인이 없어 좋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멸치의 최저 단가를 유지는 물론 조합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 멸치의 진가  보여주겠다"

 

기선권현망수협 정세현 조합장"LA한인사회에서 멸치는 김치와 함께 고국을 느낄 수 있는 향수식품, 현지 이민자 세대에게 단순한 수산물이 아닌 감동 이었다."

지난 19일 서둘러 짐을 싸 미국 LA로 날아간 정세현 조합장. 그는 현지 이민자 1세대들이 통영 멸치를 접하고 난 후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며 수출 가능성을 높게 점췄다.

'한국식품EXPO'가 열리기 하루 전 현지에 도착, 경상남도 통상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뒤 곧장 현지 시장 조사에 나선 정 조합장은 안타까움을 토로해야 했다.

"20년 전 몇 차례 LA에 와본 경험이 있다. 당시 현지에서 팔리는 멸치는 상품의 질이나 포장 상태 등 모든 게 최하 수준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멸치의 품질도 현지 교민들의 인식도 20년 전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이런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회가 됐다. 준비해간 시제품이 최상품이 아니라 걱정이 앞섰지만 기존 제품과의 월등한 품질 덕분일까 교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심지어 눈물을 글썽이며 통영 멸치를 집어든 교민들도 부지기수였다.

"현지에 정착한지 20년 30년 된 교민 1세대, 1.5세대에게 통영 멸치는 어린시절 기억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과거 향수를 불러오는 매개체 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반응이 그에게는 보다 질 좋은 멸치를 LA현지에 공급해야 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심어주게 됐다고 했다.

"사실 기존 제품들이 멸치에 대한 인식을 크게 떨어뜨려 놓은 상황이라 안타까운 심정 이었다"며 "국내 유일의 멸치생산자조합으로 한국 멸치의 진가를 알리고 진정 멸치다운 멸치를 교민들에게 공급해야 할 의무를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가 더욱 절실하고 조심스러워졌다. 몇 차례 수출상담도 신중하게 진행했다. 그렇게 선별해 낸 업체가 P사다. 현지 상공인들과 교민들을 상대로 신용도, 재력, 유통능력 등 업체 전반을 검증해 냈다.

당초 현지의 대형 마트에 직접 납품하는 방법을 검토했지만 공급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디스트리뷰션 체인(국내 도매상 형태)'방식을 택한 P사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기업의 신뢰도를 최우선에 뒀다. 현지에서도 정평이 나 있는 업체"라며 "상품홍보에 도 적극적이라 멸치에 인식제고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또 국내 한성기업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독자적인 수출입 라인을 구축하고 있어 마른 멸치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타 유통업체의 경우 물류수송에만 15일 이상이 걸리는 반면 기존 한성기업의 수출라인을 통해 2주 만에 통관과정을 마친 상품이 시장에 진열되는 이점도 함께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조합장은 "단순한 조합의 수익사업 차원을 넘어 생산자 조합으로서 직접 미국시장을 개척하고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새로운 소비주체를 발굴하데 대한 의미가 크다"면서 "많은 물량 수출하겠다는 욕심 내지 않고 한 발 한 발 차근해 준비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멸치를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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