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 주민, 여객선 접안시설 잔교 일방 철거…관광객 발동동

   

마을 운영기금 출연 여부를 놓고 소매물도 주민들과 여객선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애꿎은 관광객들이 희생양으로 내몰리고 있다.

양측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감정대립으로까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선사의 소홀한 대응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민들이 여객선 승객의 섬 상륙을 원천봉쇄, 관광객 수 십명이 여객선 위에서 발만 구르다 돌아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육지로 돌아가는 배편의 매표권을 주민들에게 주고 매표수익의 일정액을 마을 기금으로 편입시켜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

선사가 이를 수용해주지 않을 경우 섬 주민을 제외한 일반 승객의 하선을 또 다시 막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 소매물도를 찾는 관광객 수송에 차질이 예상된다.

관련업계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7시 서호동여객선터미널에서 (주)섬사랑의 매물도페리를 타고 소매물도로 향했던 승객 24명이 목적지인 소매물도에 내리지 못한채 서호동 터미널로 되돌아왔다.

현지 주민들이 선착장과 부잔교(승객 승하선을 위해 항구에 띄운 뗏목)를 연결하는 철제잔교(다리)를 철거, 승객들이 여객선에서 섬으로 건너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주민들의 실력행사에 선사측은 사법기관 고소, 고발을 언급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은 오후 1시30분께 도착한 2항차 여객선 승객의 하선까지 막아섰고 승객 12명 중 주민과 평소 친분이 있던 방문객 4명만을 골라 상륙시켰다.

반면 이날 처음 섬을 찾았던 관광객 8명은 영문도 모른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대구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여객선에 올랐던 관광객 A씨는 "너무 황당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예 전부를 내리지 말든지, 안면이 있는 몇몇만 골라 내리는 것은 무슨 경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파행을 거듭하던 여객선 운항은 뒤늦게 사태수습에 나선 통영해양경찰측이 잔교 원상복구를 지시하면서 일단락 됐다.

덕분에 마지막 배편을 이용한 승객들은 다행히 소매물도에 닿을 수 있었다.

"지난 4월 전달한 주민 요구를 선사측이 여태껏 묵살해 온 것에 대해 주민 회의를 통해 실력행사를 결의했다"는 게 주민들의 항변.

이들은 "마을 어촌계 소유의 부잔교를 여객선 접안시설로 사용하고 있는데다 항로 중간기항지인 비진도에는 현재 매표수익의 10%를 기금으로 주고 있는 만큼 우리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을 찾은 관광객을 볼모로 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을 이용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 행위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시민 B씨는 "결국 피해자는 선량한 관광객들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상륙도 못하고 돌아간 관광객들에게 각인된 통영의 이미지가 어떨지는 뻔하다. 정당한 요구라면 그에 적합한 행위를 통해 얻어야 한다. 이번에 주민들이 한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주민들의 요구사항 역시 정당한 주장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 관계자는 "선사가 기항지 주민들에게 지원해야 할 의무나 명문화된 규정은 전혀 없다. 제승당과 비진도 항로의 경우 기존 선사에서 관행적으로 해 왔던 것일 뿐"이라며 "매표권리나 기금 지원 등은 주민들의 무리한 요구"라는 견해를 밝혔다.

주민들이 권리를 주장하는 부잔교 역시 어촌계 명의로 공유수면점사용허가를 받았지만 점사용료를 내지 않는 공공목적의 다중이용시설인 탓에 일부 주민들이 권리를 행사할수도, 임의로 훼손할 수 없는 시설.

경찰은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잔교를 철거하는 것을 위법행위로 간주하고 차후 발생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굳힌 상태다.

통영해양경찰서 관계자는 "법을 위반한 행위라는 점을 주민들에게 주지시켰다. 이후 유사한 행위가 있을 경우 영업방해, 해상교통방해, 공공시설물훼손 혐의 등을 적용시켜 엄중 처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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