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그린, 물 기름 혼합 1,000℃ 화력…연료비 30% 절감 기대

   

물과 기름을 혼합한 것을 연료로 사용해 1,000℃에 가까운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설비를 통영의 한 설비제작업체가 개발해 냈다.

이 설비는 기름만 사용하는 기존 설비의 유류사용량을 '100'으로 놓고 볼 때 '30'을 물이 대신하는 방식.

물 입자가 중유나 벙커C유의 완전 연소를 유도해 불완전 연소로 발생하는 탄소나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현저히 줄이면서 연료효율을 극대화 시켜 최대 50%에 가까운 연료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멸치잡이 기선권현망선단의 가공운반선이 사용하는 멸치자숙기(물을 100℃이상으로 끓여 멸치를 삶는 장치) 분야에는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상용화 단계까지 와 있어 천정부지인 기름값에 한숨을 내쉬던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설비를 개발한 주인공은 산양읍 남평리에 위치한 금광그린(대표 김정명).

금광그린은 21일 자사 공장에서 기선권현망 어업인 3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가공운반선용 자숙기에 적용한 설비 시연회를 열었다.

유화제 형태의 화학물질을 첨가해 물과 기름이 섞이도록 한 뒤 연료로 사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단순히 기름에 물을 섞어 연료로 사용하는 기계장비가 개발, 상용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첫 선을 보인 '물기름 혼합형 버너(가칭)'는 김정명 대표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연료분사 펜(회전 프로펠러)이 기름과 함께 공급된 물을 분쇄해 화력을 높이는 원리가 적용됐다.

연료인 물과 기름은 각각의 저장 탱크에서 연결된 노즐을 통해 펜 시설부에 공급되고 밸브를 이용해 사용자가 손쉽게 공급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김정명 대표가 LPG가스를 이용해 버너 끝에 불을 붙이자화염을 내뿜으며 자숙기를 달궜다. 10여분 후 자숙기 배출구의 온도를 측정하는 화면에 220℃가 찍혔다.

"최고 1,000℃에 달하는 화력으로 자숙기의 물을 130℃까지 끓일 수 있다"는 설명.

밸브를 돌려 물 공급량을 높이거나 낮추면 화력의 증감 정도가 눈으로 확인될 만큼 차이를 보였다. 무엇보다 굴뚝을 통한 매연 배출이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물 분자가 열을 받으면 잘게 부서지며 증발하는데 이때 나오는 산소와 중유, 벙커C유 분자가 반응해 완전연소가 이뤄진다"며 "연료를 완전연소 시키면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 매연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완전 연소로 낭비되는 폐열을 최소화하고 기름만 사용하던 설비에 비해 오히려 높은 화력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른 연료 절감효과는 30%이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료가 점도와 발화점이 높은 벙커C유로 이 정도 성능을 보였다. 기선권현망선단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중유를 공급하면 훨씬 높은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시설비도 기존에 비해 50만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시연회를 지켜본 어업인들은 실제 가동 장면에 놀라움을 보이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선권현망어업인 단체인 통영권우회 공인찬 회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숙기 연료비로 한해 6천만원이 들었다. 이중 20%만이라도 절약할 수  있다면 업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박수로 화답했다.


"물 입자를 미립자화 만드는 팬이 관건"

김정명 대표.

상용 모델이 나오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물 한 방울을 얼마나 잘게 부술 수 있는냐?'가 관건이었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된 물 입자의 특성상 미립자 상태가 아니면 점화된 불을 꺼 버리기 때문이다.

금광그린 김정명(48) 대표는 팬(Fan)의 형태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바람을 발생시키는 선풍기 날개 모양의 팬은 공급된 연료를 뿌려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름만 사용하던 기존 시설에서 사용했던 원뿔모양의 팬을 사용해 봤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실패.

기름과 함께 공급된 물 입자가 그대로 불을 향해 쏟아졌고 연소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소화시켜버렸다.

원뿔에서 원통으로, 프로펠러를 2개로 늘려보기도 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3년 이라는 시간은 사실상 완벽한 팬을 만드는데 쓰였다.

"몇 개의 팬이 만들어졌다 폐기됐는지 헤아리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그렇게 완성된 모델이 원뿔과 원통, 톱니바퀴 요소가 결합된 지금의 펜이었다. 여기에 물 입자가 연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크기로 쪼개지도록 팬의 초당 회전수를 2만RPM으로 맞췄다.

최적의 경사도를 타고 원통으로 흘러 들어온 물 입자가 원통과 원통가장자리의 톱니바퀴 돌기를 지나 미립자로 세분화되는 단계까지 성공했다.

팬이 완성되자 나머지는 일사천리, 멸치 자숙기에 적용했더니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물 입자가 완전연소를 도운 덕분에 중유나 벙커C유를 태우면 으레 발생했던 매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김 대표는 "당초 시설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멸치 가공선의 시꺼먼 연기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설비 하나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탓에 기간이 제법 걸렸지만 만족할 만한 상품이 됐다"고 했다.

그는 "자동점화장치와 온도센서만 있으면 보일러 설비로 응용할 수 있다"면서 "대용량의 산업용 보일러나 열 에너지가 필요한 분야로 활용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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