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통영향인회, 시제 '내고향 통영' 주어져

지난 2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운동장에서 실시된 재경통영향인회 한마당잔치에서 시행된 백일장 장원은 통영여중고총동창회장 정형숙씨가 차지했다. '내고향 통영'이라는 시제가 주어진 가운데 차상은 양민숙, 차하 서영자, 장려상 허경균, 송연주씨가 각각 입상했다.

 

◇ 장 원

내 고향 통영
   
 정형숙(통영여고 9회, 1941년생)

세상사 힘들어 한숨지을 때
세상사 기쁜 일 자랑하고 싶을 때
나는 고향 앞 바다 내려 보는 남망산에 올라
소리소리 외치며 마음을 달래본다.

미륵산 오솔길 너머 미래사 가는
길목에서 설익은 사랑을 해보았는가.
달 밝은 나포리 다리 밑에서 열여덟 나이에
이별을 얘기해 보았는가.

청운의 뜻을 품고 대학으로 사회로 떠나오면서
성포쯤 쪽배로 팔러 오던 쭈꾸미 안주 꼬치 통영김밥.
오늘도 그 맛을 그리며 통영김밥을 나누어 먹네.

통영은 우리에게 언제고 돌아가고픈
숙명의 보금자리
어머니의 사랑 같이 모든 것 다 감싸 주는 곳

만고의 충신 충무공의 기개와 얼이 살아 숨쉬는 곳
알뜰하고 지기 싫은 억샘 속에서도
한가락 낭만은 다 가슴 속에 품어
시인 화가 묵객이 온 나라에 우뚝 선 고향의 자랑이여!

눈 감으면 떠오르는 달빛어린 강구안
낙엽 바스락 밟히는 미륵산의 가을의 정취
삶의 열기가 넘치는 새벽 서호시장의 시끄러움
계절마다 미각을 돋우는 가지각색 생선 맛이여!

나 영원히 내고향 통영을 가슴에 품어
그 아름다운 자연 그곳처럼 곱고 예쁘게 살아가리라.

 

◇ 차 상

 

 사돈 동반기

 양민숙(한산면 향인, 1951년생)
 
 일 년에 한두 번씩 다녀오는 데도 늘 마음속에 살아서 고향하늘을 날아다니는 꿈을 꾸곤 한다.
 5년 동안 사돈에게 늘 자랑만 하다가 이번에는 구경을 시켜드려야겠다 마음먹고 말했더니 좋아라고 따라나섰다.
 거제도로 먼저 갔다. 해금강 가는 배를 타러 학동 몽돌 밭을 걷고 기념석 몰래 주워 사돈댁을 주었더니 좋아라고 공기놀이를 했다.
 해금강 천년송, 사자바위, 십자동굴의 그 장엄한 모습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점심 먹고 어구(둔덕)에 가서 한산도 가는 카페리를 탔다.
 우리가 이 대한민국이 존재하게 해 준 이순신 장군의 제승당을 참배하러 갔다.
 동백나무, 아왜나무 등등 나뭇잎은 어찌 그리도 반짝이는지, 내가 간밤에 와서 참기름을 발라놨다고 농담을 하며 감사드리고 이름그대로 한산함을 즐겼다. 그리고 고향 야소마을 뒷산에 모신 시부모님 납골당을 참배하며 감사드렸다.
 저녁에는 귀한 손님 오셨다고 시의원이 오셔서 저녁 먹고 작은음악회에 가잔다.
 이 시골 구석에 왠 음악횐가 하고 갔더니 한산도에 살러온 친구가 낚시동호인을 모아놓고 해외에 교환교수로 가는 친구 송별연을 벌이고 있었다.
 밴드 가락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우리도 한 곡조씩 불러주고 분위기를 띄워 줬다.
 다음날엔 1년 전 살러들어온 고등학교 후배가 요트를 태워 준단다.
 이 한산도 앞바다에 요트 타고 놀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보름달 밤에 요트를 타고 한잔 하면 이태백의 시대로 하늘에도 달이요, 바다에도, 술 잔에도, 그대의 눈동자에도 달이 뜨지 않겠는가. 
 항상 고향에 가서 사는 게 꿈인 우리 서방님은 두 옥타브 음성이 올라가고 신났다.
 바쁜 일정 때문에 더 즐기지도 못하고 충무로 올라 갔다.
 케이블카를 타고 아름다운 충무항을 바라보고, 미륵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 보니 섬, 섬들이 아름다움은 어디에도 비할 바가 없었다. 일몰을 놓칠 수 없어 달아공원으로 갔다. 물 위의 섬들은 마치 갖가지 바가지를 엎어 놓은 듯하고 일몰의 장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해저터널을 빼 놓을 수 없어 어릴 때 소풍가던 기억을 살리며 함께 걸었다.
 저녁거리로 중앙시장의 멍게, 해삼, 전복을 사서 팬션으로 돌아왔다.
 거제대교가 보이는 전망 좋은 뜨락에서 집주인과 한잔 하며 밤새 얘기하고 즐겼다.
 다음 날 중앙시장 해산물을 사서 싣고 돌아오는 길은 피곤함과 뿌듯함으로, 삶의 재충전이요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외국에서 오래 살고 외국 관광도 많이 한 사돈댁은 카프리섬도 갈 필요 없고, 나폴리도 갈 필요 없단다.
 오늘도 잠들기 전 눈 감고 있으면 고향의 앞바다에 둥둥 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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