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윤이상콩쿠르 우승 피아니스트

   

지난 13일 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에 영국 리즈에서 또 하나의 낭보가 들려왔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스물 여덟의 여성 피아니스트 소피아 굴리악. 바로 지난 해 윤이상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쥔 이 당찬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음악계의 명문 중 명문이라는 리즈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현존하는 콩쿠르 중 피아노 부문은 1천 개가 넘는다. 이 중 세계 최고의 태그를 달고 다니는 콩쿠르가 대중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쇼팽, 퀸엘리자베스, 차이코프스키, 롱티보, 반클라이번, 부조니 등이 그것이며 우리는 그 이름과 함께 항상 '리즈(Leeds)'를 떠올린다.

올해의 콩쿠르는 68명의 1차 본선 연주자 중 33명을 골라 2차 본선을 치렀고, 그 중 다시 12명의 준결선 진출자와 6명의 파이널리스트를 가려냈다.

저명한 지휘자 마크 엘더와 할레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파이널은 문자 그대로 별들의 향연이었다.

하지만 결선의 밤을 수놓은 장중한 브람스 협주곡에 이르러 우리는 굴리악의 음악성에 다시 한 번 전율을 느끼게 됐다.

지난해 통영의 무대에서 브람스를 선택한 굴리악은 올해의 리즈에서도 여전히 브람스를 선택하며 해석과 기교 양 측면에서 입에 달라붙듯이 맞아 떨어지는 브람스와의 궁합을 자랑했다.

고향 러시아를 떠나 이탈리아에서 어렵사리 새로운 배움의 보금자리를 튼 그의 이력을 통해 지나온 스물 몇 해의 생애가 만만치 않은 역정이었음이 짐작되지만,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는 젊은 음악가는 꿋꿋하게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개척해 왔다.

바야흐로 굴리악의 전성기는 지금인 것이다.

공격적인 필치와 안온한 철학이 깃든 굴리악의 브람스는, 재기발랄함과 완벽성의 황금 비율에 의한 조합을 보여준 3년 전 김선욱의 브람스와 묘하게 맞닿아 있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두 피아니스트는 모두 평범함에 머무를 수 있었던 인고의 세월을 딛고 새롭게 일신하여 대가로 발돋움하였다는 공통적 이력을 공유한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통영의 무대가 발굴한 스타들이다. 리즈에 가기 바로 한 해 전, 김선욱은 통영국제음악제 가을시즌 폐막연주 무대에 올라 폴란드 오케스트라와 쇼팽에 입을 맞추었고, 소피아는 작년 콩쿠르 결선에서 이대욱이 지휘하는 TIMF앙상블과 호흡을 같이 했다.

다른 듯 닮기도, 닮은 듯 다르기도 한 두 피아니스트. 그들의 행보에 통영이라는 음악 도시의 자양분이 한몫을 톡톡히 공유했다는 사실을 발견하니 놀랍기도 하다.

소피아 굴리악에게는 이제 정상의 자리에 우뚝 솟아 넘쳐나는 공연 섭외에 즐거운 비명을 올릴 수순만 남아 있다.

언제쯤 통영의 무대에 '금의환향'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윤이상 콩쿠르가 이제 젊은 콩쿠르로 시작하여 성장일로에 있듯이, 그 생장의 에너지를 닮아 기를 충전 받을 젊은 음악가들은 세상에 얼마든지 널려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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