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앞 굴곡도로 개선공사, 학생들 찻길로 내몰려

   

24일 아침 7시30분께.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통영시청 정문 앞을 지나쳐 간다. 교복 입은 학생들 허리춤까지 오는 작은 키의 어린이들도 드문 드문 보인다.

용남면 인근에서 시내로 등교하는 학생들이다. 대부분 통영제일고등학교, 통영동중학교, 충무초등학교로 향한다.

버스노선이 시청 정문 50여m 앞 삼거리에서 통영시보건소 방향으로 꺾이는 탓에 버스를 타고 온 학생들은 시청 위 고갯마루에서 내려 장대삼거리 방향으로 걷는다.

그런데 학생들이 걷는 길은 인도가 아니라 차들이 다니는 도로다.

펜스 같은 경계시설물이 없어 무리지은 학생들 왼쪽편으로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친다.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지나치는 차들도 부지기수.

오른쪽 편에는 거대한 굴착기가 굉음을 내며 학생들을 위협하듯 긴팔을 휘휘 저어댄다. 아찔한 장면이 계속되지만 안전요원 한명 없다.

며칠 전까지 멀쩡했던 인도는 학생들 덩치보다 큰 돌덩어리와 흙더미로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반대편 인도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쪽은 아예 공사장 인부가 통행을 막고 있다.

매일 아침 이곳을 지나는 김아람(14) 학생은 "(인도가 없어진지)한 2주쯤 된 듯하다. 승용차는 그나마 괜찮은데 큰 덤프트럭이라도 지나칠 때면 온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깜짝 놀란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어 그냥 걸어 다니고 있다"고 했다.

통영시가 시청 정문 앞 도로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별도의 안전시설도 없이 학생들 통학로를 막고 공사를 강행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통영시는 최근 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청 앞 굴곡도로 개선공사'에 착수했다. 완공은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시는 증가하는 교통량에 맞춰 도로 폭을 넓히고 공사구간 양 끝점에 화장장, 통영시보건소 방향 좌회전대기(포켓차로) 차로를 각각 신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로 양쪽을 2m 이상 넓히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인도가 사실상 폐쇄돼 인근 주민은 물론, 이곳을 등하굣길로 이용해온 200여 명의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마땅히 돌아갈 길도 없고, 반대편 인도 역시 공사로 막혀 있어 보행자들이 찻길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2차선 도로라고는 하지만 차량 2대가 나란히 운행할 경우 여유가 없는데다 보행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경계시설물이나 안전요원도 없어 사고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학부모 A씨는 "너무 위험하다. 인도에 안전펜스를 더해도 부족한데 있는 인도조차 막아버리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태"라며 "안전시설을 할 수 없다면 최소한 보행을 지도할 안전요원 정도는 배치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통영시 담당자는 "학생이나 시민들 보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안전시설과 요원을 보강하고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빨리 공사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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