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통영미륵산포럼, 예술의전당 봄을 여는 음악회 성황
예술가들을 잉태하고 길러내는 항구도시 통영!
코발트빛 하늘과 강렬한 태양이 눈부신 스페인 마드리드가 피카소와 미로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었듯이 따스한 햇살과 다도해가 펼쳐진 통영은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 음악가, 화가를 길러냈다.
한려수도의 길목인 통영은 수많은 섬들이 수놓인 바다와 항구가 낭만적인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항구에는 고깃배와 사람들이 언제나 활기차게 북적거리고, 바닷가를 낀 곳에서는 모두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하늘과 섬, 바다, 항구, 배, 갈매기가 오선지를 채운 교향악이 눈앞에 울려 퍼지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해질녘 노을에 붉게 물들어가는 항구와 한려수도의 풍경은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고 손바닥을 맞잡게 할 정도로 진한 감흥을 전한다.
진규영, 강부영, 김종홍, 박종화, 김선형, 김민형, 김대원, 봉성희, 서동일, 양수화….
이들 모두는 통영미륵산포럼 회원이자 통영출신인 음악가, 통영을 사랑한다는 세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5일 저녁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자유소극장 로비에는 통영 DNA를 가진 이들이 통영앞바다 밀물처럼 아름답게 밀려들었다.
통영미륵산포럼 제1회 봄을 여는 음악회를 위해 멀리 통영에서 아침 일찍 출발, 도착한 이도 있었고, 서울에서 모처럼 고향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한껏 멋 부린 이도 있었다. 모두 상기된 얼굴이다.
백발 머리가 한껏 잘 어울리는 서정화 전 장관을 비롯 정해주 전 장관, 김동욱 21경영인클럽회장(전 국회재경위원장) 등 통영출신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문화체육관광부 정병국 장관의 부인 통영출신 이상희 여사까지 객석에 보였다.
기업인, 문화예술인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김동진 통영시장 부부도 객석에 있다.
예약된 200석의 좌석은 금새 찼다. 2층과 3층에 보조의자가 놓였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줄은 끝나지 않았다.
결국 300여 명이 빽빽이 모여 앉았다. 그래도 좋았다. 꼭 봉래극장에서 함께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좋았다.
드디어 무대 막이 오르고 한국을 대표하는 통영의 작곡가 진규영 교수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잔잔한 음악에 통영중앙동 우체국이 화면을 가득 채우자 청마 유치환의 시 깃발과 행복이 낭낭히 울려 퍼진다. 가슴이 찡하고 코끝이 시리다.
진규영 교수는 "통영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오늘 무대가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박수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김선형 피아니스트의 반주에 강부영 소프라노가 진규영 작곡의 쉼표가 있는 통영바다를 시원하게 부른다. 무대 배경은 이한우 선생의 대한민국, 산양읍 중화동 마을풍경이 뜬다.
독일에서 돌아온 김종홍 바리톤이 윤이상 작곡 편지를 부를 때는 탁양지의 그림이 꿈결 속으로 우리를 부른다.
강부영 김종홍 김선형의 오페라 돈죠반니 중 연인이여 그대의 손을 나에게를 연주할 때는 힘찬 박수가 주어졌고, 무대 역시 열광적이었다.
박종화의 기타 연주 아리랑 환상곡은 우리들 마음 속에 잠재돼 있던 고향의 소리를 불러 일으켰고, 플라멩고 무희를 위한 춤곡에서는 그의 손이 플라멩고 무희의 화려한 발놀림이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바다는 시푸르고 바다는 곱다"는 진규영 작곡의 통영바다가 김민형 김선형 자매에 의해 연주될 때는 눈을 감고 통영바다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김대원의 스위스 목동은 한가로운 가운데 즐거움이 있었고, 서동일 봉선희 부부 연주자의 사월과 윤이상 작곡의 달무리는 김형근 화백의 그림과 환상을 이뤘다.
벌써 마지막 무대다. 이 무대를 기획하고 예산을 사비로 투입한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단장이다. 가고파와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무대 전체 울려 퍼졌다.
프로그램에 없는 앵콜이 이어졌다. 봉선희 반주에 양수화 서동일 김선형 강부영 김종홍이 나폴리 민요 오! 솔로미오를 함께 했고, 박수 세례가 이어졌다.
다시 고향의 봄이 울려 퍼졌다. 연주자도 관객도 모두가 하나됐다. 긴 여운이 사람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통영미륵산포럼의 봄을 여는 첫 번째 음악회에는 통영의 음악과 함께 통영의 시가 있고, 통영의 그림이 있고, 통영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또 하나의 통영역사를 새롭게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