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는 실력보다는 정성이 중요, 부모마음 담아

   

"결혼해서 받으려고 기대하지 말고, 내가 받고 싶은 것 이상으로 잘 해 줘야 합니다. 주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다보면 서운한 마음이 들고 그러다보면 싸움으로 번지게 되지요. '조금 손해보고 살자'라는 마음으로 살면 마음이 상당히 편해질 겁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의장1팀장 김효섭 상무는 지금까지 50번이 넘는 주례를 맡아 '삼성중공업의 주례왕'으로 통한다.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는 직원들의 '주례'를 서기 위해 매년 5월이 되면 수많은 커플들의 주례를 서기 위해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녀야 할 만큼 바쁘게 보낸다.
 

김 상무가 처음 주례를 맡기 시작한 건 2006년. 비록 주례사는 짧게 끝났지만 너무나 긴장한 탓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신랑이 저랑 한 살 차이였는데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가끔 두 사람이 동행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김 상무는 직원들의 주례를 맡으면 신랑, 신부에 대해 사전에 철저한 학습을 한다.
 

주례를 해 줄 신랑 신부를 초청해서 함께 식사를 하며 둘의 자랑거리와 연애담을 들어보고,  이를 메모해 두었다가 하객들에게 들려줘 엄숙한 결혼식 분위기를 웃음짓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례 도중 실수하지 않기 위해 양가의 혼주와 관련된 가족 관계를 우선적으로 파악합니다. 양가의 문화차이도 들어보죠."
 

결혼식 날 신랑 신부는 주례를 보게 하지 않고 서로 마주보게 한다. 예쁜 모습 오래도록 기억해두자는 취지인데 반응이 좋다.
 

종종 터지는 사회자들의 실수를 덮어 주는 것도 주례 전문가 김 상무의 역할이다.
 

결혼식 사회가 처음이었던 한 친구의 경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신랑신부 맞절' 뒤에 혼인서약, 성혼선언문 낭독 등을 죄다 빼먹고 "주례사가 있겠습니다"라는 실수를 하면 기지를 발휘해 "사회자는 신랑 신부가 빨리 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은데요. 주례 입장에서 혼인서약은 받고 보내겠습니다"며 사회자의 실수를 커버해 준다.
 

김 상무는 특별한 주례사보다는 "주례는 실력보다는 정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혼하는 부부가 정말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제가 이 두 사람의 부모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습니다"며 부모마음을 대신한다.
 

김 상무는 "조선소에서 근무하다보면 양복 입을 일이 별로 없어요. 아내가 주례를 자주 서는 저를 위해 양복도 2~3벌 해주고, 구두도 사주고, 주례 당일에는 머리 손질도 해줍니다. 잘하라는 격려의 한마디도 잊지 않죠"라며 "앞으로도 함께 근무하는 사원들이 주례를 부탁하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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