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는 농어목 갈치과에 속하는 어종이다. 다자란 성어는 전장 1.5m까지 성장한다. 몸빛깔은 은백색으로 손으로 만지면 은분이 묻어 나오는데 이것은 구아닌(guanine)이라는 유기염기이며, 비늘은 없다. 몸은 아주 길며 측편되어 있고, 꼬리쪽은 띠 모양으로 긴 줄과 같다. 입은 크고, 양 턱에는 크고 억센 이빨이 있으며, 배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없다. 옆줄은 1줄로서 가슴지느러미 윗쪽에서 비스듬히 내려와 그 이후부터는 몸 중앙부보다 아래쪽에 치우쳐 꼬리쪽에 도달한다. 두눈 사이의 머리부분은 편평하다.
 
갈치는 우리 나라 연안에서 주로 어획되는 어종이며, 남녀노소는 물론 빈부를 가릴것 없이 누구나 잘 먹는 그야말로 대중적인 생선이다. 갈치는 비교적 먼바다에 사는 물고기로 8~9월께 산란기가 되면 얕은 바다로 이동하며, 대단히 탐식성이고 동물성 포식자로 멸치, 밴댕이, 강달어, 부세등의 각종 소형어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또한 같은 갈치끼리도 서로 잡아먹는다고 하여 '갈치는 제 꼬리도 먹는다'는 속담도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갈치는 모성애가 지극한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암컷은 알을 낳은 뒤 안전하게 부화하도록 주위를 떠나지 않고 맴돌며 보호하는 데 잠시라도 한눈을 팔지 않기 위해 먹이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미는 여윌 대로 여위지만 새끼들은 무사히 알에서 깨어나게 된다. 갈치의 은빛을 띠는 색소인 구아닌은 셀룰로이드와 혼합하여 인조진주의 광택원료, 각종화장품이나 장식품의 소재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선도가 떨어지면 구아닌이 공기중의 산소에 의한 산화로 산패하기 때문에 비린내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표피의 구아닌을 잘 닦아내지 않고 먹으면, 복통과 두드러기 현상이 일어나는 식중독에 걸리므로, 수세미 등으로 잘 닦아내야한다.
 
그러나 가열하면 구아닌이 분해되므로 식중독의 염려는 없다. 갈치는 기름기가 많은 가을이 제철이고 대형은 조리용으로 소형은 폴치라고 부르며 연제품의 원료로 사용한다. 갈치에는 각종 영양이 풍부하여 옛날부터 민속전통식품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옛사람들이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보양제(補養劑)로서, 갈치, 참치, 삼치, 준치, 말쥐치, 멸치 등과 같이 '치'자가 붙는 고기는 대부분 맛이 있고 정력 및 보양제라고 한다.
 
지방 함량이 어류 평균의 7배정도인 20.9%로 대단히 많아서 DHA와 EPA 함량도 870 mg/100g으로 하루섭취 권장량 650mg보다 많아서 동맥경화, 뇌졸중 등과 같은 순환기계통의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뇌의 활동도 돕는다. 비타민과 무기질은 풍부하고 또 다른 어류들보다 칼슘함량이 높아 발육기의 어린이에게 아주 훌륭한 식품이다. 일반적으로 생선은 칼슘과 인의 비율이 대략 1:6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갈치는 다른 어류에 비하여 이상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수산연구관 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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