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노년 박태홍씨 아름다운 황혼으로 가는 색소폰의 길

▲ 박태홍씨.
늙어간다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노장 아티스트가 화제다.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와 스카프를 두른다는 박태홍씨.71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동안이다.

박씨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은 "어르신! 여기에 앉으세요."

흔히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 쓰는 말인데 그는 마음은 고맙지만 노인대접 하는 거 같아 사양한다는 것.

박씨는 아름다운 노년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인간의 목소리로 내는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악기인 색소폰을 68세에 입문한 늦깍이다.

고향이 남해인 박태홍씨는 통영동중, 상고 교사를 거쳐 충렬여고, 충렬여중에서 교감, 교장으로 62세에 정년퇴임했다.

사랑했던 아내와 사별한지가 올해로 12년. 퇴직 후 그의 곁엔 외로움과 허전함, 할 일 없는 지겨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이에 보다 못한 중학교 때의 제자들이 그에게 색소폰을 권유한 것. 이후 박씨는 예전보다 지루한 삶을 잊고 지내고 있다.

처음 색소폰을 배울 때 음치·박치 모두를 겸비해 노래를 못 부르는 건 당연지사. 평소 발라드, 러시아 음악, 샹송, 뉴에이지, 라운지, 엠비언트 음악 등 자신의 정서에 맞는 음악듣기를 꾸준히 한 덕택에 음감으로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이후 눈에 힘을 줘가며 콩나물 악보 하나하나를 열심히 읽어가며 한곡 한곡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시 또 쓸쓸히 낙엽은 지고, 허무한 마음, 조약돌,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너에게로 또 다시, 지금도 눈 감으면' 등 다수의 곡을 남 앞에 뽐낼 정도로 연주 가능하며 이 맛에 희열을 느낀다.

이에 그는 색소폰연주를 빨리 시작하지 않은 것을 매우 후회한다며 색소폰에 관심 있는 사람, 특히 60대 초반의 퇴직자들에게 적극 추천했다.

항남동 구 포트극장 옆 앵카건물 3층에 있는 '통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통영색소폰클럽](회장 강종원)은 연습공간이다.

박씨는 이 클럽의 멤버이자 최고참이며 통영에서도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 중 최고령이다.

바로 아래 60대가 2~3명 정도 된다. 그가 속한 통영 색소폰 클럽은 한 달에 한번 만월 노인 요양원에 직접 방문해 음악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인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에 대비하고 성공적인 노년의 삶을 위해 의존성에서 탈피하기 위해 오후 3시가 되면 매일 박태홍씨는 부지런히 이곳에 나온다.

요즘 100세 장수 프로젝트에 돌입한 그다.

"나이 먹고 철딱서니 없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름 100세로 가는 내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55살이라 해도 믿었다. 그러나 70살이 되니 아프면 걱정이 퍽 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준비 안 해 놓으면 오고 갈데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나이 많다고 집에서만 지내며 살아가는 것은 오히려 자식들에게도 피해를 줘 오래 사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때문에 나는 딸하고 동거하지만 아침에는 청국장을 직접 해먹고 오전에는 집안일을 모두 한 후 컴퓨터에 전념한다. 또 요즘 우리나라 유명시인 시만 1500편 수집해 '애송시집 앤솔로지'를 만들고 있다. 오늘까지 500개를 만들었다"고 했다.

또 "색소폰은 남녀노소구분 없고 실버악기다. 관악기라 복식호흡 해 배가 고파져 위장병 있는 사람에게 특히 좋으니 참고해라. 또 손가락 운동으로 인해 치매예방에도 탁월하다. 운동도 좋지만 색소폰 연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이 많은 행위다"고 말했다.

덧붙여 "색소폰 석 달 배워 집사람 묘소 위에서 '당신은 몰라' 불렀다. 무엇인가를 배워서 집사람한테 처음으로 바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글보다는 음악으로 감성을 전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늙는 것 슬프지만은 않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고령화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또래들에게 젊고 건강한 마인드로 함께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 박태홍씨가 소속된 통영색소폰클럽(회장 강종원)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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