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통영향인회 강일근 감사, 모교 두룡초 통영중 축구부에 1,500만원 후원금

▲ 재경통영향인회 강일근 감사.
남들에게 당연한 것들이 나에겐 쉬이 허락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재경통영향인회 강일근(67) 감사에겐 학창시절이 그랬다.

당시만 해도 다달이 수업료를 내야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 끼니 걱정이 앞섰던 가정형편에 수업료는 사치에 가까웠다.

그래서 시작한 게 축구였다.

두룡초등학교(11회) 재학 당시 교내 운동선수로 활동하면 수업료를 면제해 준다는 얘기에 덜컥 축구부에 들었다. 학교를 다니고 싶었고 공부를 하고 싶었다. 또 내심 축구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었다.

엉겁결에 시작했지만 실력은 남달랐다.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내리 3년간 두룡초 축구부를 지역 축구대회 정상에 올려놨다.

그때 발을 맞췄던 선수가 김호 전 국가대표 감독이다. 김 전 감독은 한 해 선배였다.

초등학교 졸업 후, 통영중학교(15기)에서 축구인생을 이어갔다. 그리고 부산상고를 거쳐 제일모직 실업팀에 입단했다.

하지만 축구선수로 한창 꽃을 피워야 할 순간 뜻밖의 부상이 찾아왔다. 상대팀이 아닌 부상과의 지리한 승부는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았다.

옛 한국신탁은행팀(현 우리은행)에서 새롭게 둥지를 틀었지만 부상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20대 전성기에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꿈이 산산조각 난 순간, 차마 운동장을 떠나지 못했던 그는 팀 매니저로 5년을 보냈다.

여기까지가 그의 인생 제1막이다. 2막은 축구장이 아닌 은행창구에서 시작됐다. 현역 선수에서 매너저로 활동하던 그는 소속팀 은행원으로 전향,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록 자신이 꿈꿨던 축구인생은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고향 축구에 대한 무한애정은 식지않았다.

은행원 재직시절 서울로 원정오는 고향 축구부에게 은행팀 합숙소를 내주고 팀버스까지 동원해 후배들의 원정길을 도왔다.

1993년 통영중학교가 KBS배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 묵묵히 뒷바라지를 했던 주인공이 그다.

이후, 은행 지원장까지 거쳤고 10년 전 56세 정년을 끝으로 퇴직했다.

퇴직 후, 어려웠던 학창시절을 함께한 선후배들이 그리워 모교 동창회와 향우회 활동에 적극 나섰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축구 국가대표의 꿈이 시작됐던 두룡초등학교에 축구부 후원금으로 500만원을 기탁했다.

이어 올해 5월11일 통영중학교 축구부 후원금으로 1,000만원을 전달했다.

모교 축구부 후배들을 위해 내놓은 후원금이 총 1,500만원. 10년 전 퇴직 후 특별한 경제활동도 없이 지내는 그에게 적잖은 금액이다.

하지만 그는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기자에게 그는 "부끄럽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이다. 계획에서 조금 늦어졌을 뿐이다"고 했다.

그는 "여러 은사님들과 학교, 동문들의 도움으로 나름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었다. 선수 시절엔 선배님들 도움이 있어 원정시합이 가능했다. 후원금은 이런 큰 은혜에 대한 작은 보답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고향 축구부가 많이 줄고 선수층도 얕아져 안타깝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통영 축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함께하려 애쓰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후배들이 알고 더욱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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