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어린이 뮤지컬 은빛고기 소년문학 연재, 빨래들의 합창 집필

▲ 주평 선생.

"아동극을 위해 태어나 평생 아동극에 몸바친 주평"이라는 묘비명을 소망하는 재미 아동극 작가 주평(84).

지난 2004년 118편 10권에 달하는 주평아동극전집을 발간하고도 현재까지 쉬지 않은 창작열로 6편의 신작을 연달아 발표, 영원한 현역임을 과시하고 있다.

단편 유채벌레의 꿈(월간문학)을 비롯 정직한 도둑(단편, 아동문예), 등대섬의 아이들(단편, 월간문학), 대갈령 마을의 순이(장편, 월간문학), 재덕이와 고추잠자리(장편, 월간문학)를 줄줄이 발표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부터 장편 은빛고기를 소년문학에 연재하고 있다.

월간 소년문학 1·2월 통권 248호에 동극 은빛고기 첫편을 시작으로 3월호에 2편이 실려 있다. 총 6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하지만 선생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을 위한 뮤지컬 '빨래들의 합창'도 7번째 신작으로 현재 집필이 한창이다.

주평은 통영시 서호동 해방다리 옆에서 터전을 잡고 연세대 의대 재학 중 연극에 빠져 학업을 중단, 유치진의 문하에 들어가 극작을 배웠다.

1962년 한국 최초의 아동극단 '새들'을 창단하고 한국아동극협회를 조직해 전국아동극 경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임동진 안성기 윤여정 서인석 송성환 손창민 등 지금도 쟁쟁한 배우들이 그의 극단을 거쳤다.

하지만 그는 1976년 국립아동극장을 설립하려는 꿈이 국회 법률안 부결로 좌절되자 소위 "홧김에 미국 이민을 택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30년이 넘는 미국에서의 생활 역시 세월이 응어리를 남겼음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쌓아올린 아동극을 내가 허물어 버린 것 같아 후회스럽다. 당시에는 이 나라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한국을 떠났지만 그의 본질인 아동극 동네는 끝내 뜨지 못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해서도 한인 아동극단과 성인극단, 노인극단 등 3개 극단을 운영하며 교민들을 상대로 공연을 계속해 오고 있다.

극작 연출 안무 연기 1인 4역을 마다하지 않던 그는 지난 2004년 한 가지 소원을 마침내 이루었다.

한산신문과 통영문화원 초청 '통영탄생 400주년 기념 재미아동극단 민들레 가족 뮤지컬 콩쥐팥쥐'를 통영시민문화회관에 올려 큰 박수를 받았다.

당시 "내 고향 통영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고, 나는 그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그리고 그해 50여 년간 발표한 동극 118편을 엮은 주평아동극전집(10권·신아출판사)을 발간했다.

2007년에는 50년 외길을 걸어온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 '아동극과 더불어 반세기'(교학사)와 네 번째 수필집 '뱃고동'(신아출판사)을 고국에서 연이어 출간, 화제가 됐다.

"아직도 통영 콩쥐팥쥐 무대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한산신문과 인연이 돼 1백여 명의 배우와 스텝, 가족들이 함께 감격하고 또 감격했다. 미국에서는 그 얘기가 지금까지 자주 오간다"고 말했다.

"그 옛날 고교 학창시절 키가 작아 꼬맹이 3인방이라 불리던 (김)영삼이는 대통령이 됐고, (김)종균이는 이미 고인이, 나는 여든살이 넘은 늙은몸으로 고향땅에 이렇게 섰다. 하지만 나는 내 문학과 연극의 요람이었던 한국 남단의 항구도시, 통영 항구의 뱃고동 소리를 귓전으로 들으며 미국 하늘의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고향 통영이 더더욱 그립다"고 노작가는 고백한다.

한국과 미국 통틀어 가장 많은 작품을 창작한 아동문학의 1인자 주평.

지난해 그는 여든 세 살 노구를 이끌고 머나먼 태평양을 건너 고향 통영을 방문, 통영예술의향기와 기념사업 전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의 식지 않는 창작열은 어쩌면 저 멀리 이국땅에서 고향을 향해 부르는 사모곡(思母曲)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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