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수협, 통영수협 17일 2014년산 햇굴 초매식…65톤, 평균 5만원 호가
17일 오후 5시께 동호동 굴수협 공판장.
한해 풍작을 기원하는 무녀의 춤사위가 멈추자 묵직한 생굴 상자를 실은 트럭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도착 순서대로 위판장으로 들어선 차들은 하역작업으로 분주하다.짐칸에서 내려져 4~5단씩 수직으로 쌓어진 상자들은 바닥에 그어진 선을 따라 나란히 자리를 잡는다.
두 손으로 헤아릴 정의 적은 양을 실은 트럭부터 줄잡아 수십개인 상자들로 수북한 트럭까지 다양하다.
금새 위판장 주변으로 차량들이 길게 늘어선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이다.
입구에선 위생복을 갖춰 입은 3명이 저마다 장비를 들고 섰다. 진입하려는 차량을 세우고는 짐칸에 실린 것들을 하나씩 헤집는다.
한 명이 기다란 철심을 '쿡'하고 찔러넣자 끝에 달리 액정에 온도가 나타난다.
옆에 있던 한 명은 의사 청진기 처럼 생긴 것을 닿을듯 말듯 갖다 댄다. 방사능 측정기다. 끄트머리 액정에는 '0.0'이 표시된다. 방사능 수치가 제로, 안전하다는 의미였다.
이들이 합격 사인을 보낸 뒤에야 위판장 진입이 가능했다. 차례, 차례 검사가 진행된다. 액정에 나타난 수치는 하나같이 '0.0'이다.
위판장에선 장정 4~5명이 달려들어 짐칸에 실린 것들을 쉴사이 없이 끄집어 내린다. 넓은 위판장이 순식간에 생굴로 채워졌다.
벽에 걸린 전자시계가 6시를 넘겼다. 스피커를 통해 경매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경매 시작 합시다".
향긋한 바다 내음의 진수 '굴'이 제철을 맞았다.
남해안 굴 생산어업인 대표단체인 굴수하식수협(조합장 최정복)은 17일 동호동 청사 공판장에서 '초매식(첫 경매)' 행사를 갖고 2014년산 햇굴 출하를 알렸다.
지역 굴 양식어업인을 비롯해 원로 수산인, 지역 수협단체장, 각계각층의 내빈 등 200여 명이 현장을 방문, 새로운 생산 시즌의 개막을 축하했다.
남해안별신굿 보존회의 풍작기원제를 시작으로 한해 풍어와 안전조업을 기원하는 고사, 지난 시즌 공판장 매매실적이 높은 우수중도매인 시상식이 열렸다.
지정중도매인 33번 임평자, 36번 최창환, 29번 문미라씨가 공판장 활성화 공로를 인정받아 상장을 받았다.
또, 1982년부터 수협 지정중도매인으로 활동해 온 13번 황춘자씨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이어 참석 내빈이 일일 경매사로 참여하는 초매 행사가 진행됐다.
최정복 굴수협장을 비롯해 김동진 통영시장, 김만옥 통영시의회의장, 박찬현 통영해양경찰서장, 이준형 통영경찰서장이 10kg들이 생굴을 10~20만원씩에 낙찰시켰다.
계속된 개장 첫날 본 경매에는 이날 새벽부터 까낸 생굴 5,700여 상자(1상자 10kg)가 매물로 나왔다. 예상치를 웃도는 양이었다.
첫날 물량치곤 적지않은데다 일본발 방사능 공포로 인한 소비둔화가 예상된 탓에 적정 단가 유지가 힘들 것으로 우려됐지만 기우였다.
이날 평균 위판가격은 10kg들이 1상자에 5만1천원. 최저 4만원, 최고 6만8천원의 가격대가 형성될 만큼 좋았다.
지난해 첫 경매 평균 5만3천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유난히 부정적 전망이 많았던 점을 감안할때 선전했다는 평가다.
덕분에 굴 생산업계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굴수협 관계자는 "예상보다 물량이 많아 제값을 받지 못할까 걱정도 됐지만 다행히 예년보다 나은 수준이 됐다. 방사능 공포 등으로 인한 우려도 컸지만 예상보다는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통영수협(조합장 서원열)도 이날 오후, 용남면 견유위판장에서 생굴 초매식을 가졌다. 10kg들이 820상자가 매물로 나와 평균 8만5천원선에 거래를 마쳤다.
통영, 거제, 고성 등 경남 남해안 일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남해안 굴 생산업계는 내년 6월까지 8개월여 간 생굴 출하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