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방사능 공포 속 대체 먹거리 각광…가격 전년 동기대비 1만원↑
먹거리 불신 탓 겨울 김장 수요 증가 전망…굴 소비도 대폭 늘어날 듯

제철 맞은 통영 굴이 일본발 방사능 공포를 가뿐히 넘어섰다.

전반적인 수산물 소비 급감과 내수소비 위축에 따른 각종 우려를 기우로 만들며 시즌 초반부터 선전 중이다.

수산물을 꺼려온 소비자들에게 이맘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수산 먹거리로 인식되면서 굴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수협 초매식(첫 경매)과 동시에 하루 80여 톤의 물량이 쏟아지는 악조건에도 예년보다 오히려 나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보다 1상자 평균이 1만원이상 높게 거래될 정도로 상승세다.

여기에 굴 소비의 1등 공신이 될 겨울 김장 수요의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방사능 공포에 따른 먹거리 불신이 소비자들의 김장 담그기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굴 생산업계의 최대 불안 요소로 손꼽힌 '방사능 공포'가 오히려 최고의 호재가 된 셈이다.

▲ 굴수협은 자체 검사소를 운영하며 그날, 그날 위판장에 올라온 매물의 선도와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초매식 현장에서 진행된 방사능 측정 모습.

방사능 공포는 기우?…일주일째 가격 상승세

굴수하식수협(조합장 최정복)에 따르면 17일 2014년산 햇굴 초매식 이후 일주일째 생굴 평균 위판가격이 10kg들이 1상자 기준 6만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위판 평균단가가 5만원 중반을 밑돌았던 점을 감안할 때 최소 1만원, 20% 이상 오른 수준이다.

사실 초매식까지만 해도 기대보단 우려가 컸었다. 당일 5,700여 상자가 위판장에 올랐다. 조합의 사전 예상치를 웃도는 양이었다.

첫날 물량치곤 적지 않은데다 일본발 방사능 공포 탓에 적정 단가 유지가 힘들 것으로 우려됐지만 기우였다. 최저 4만원, 최고 6만8천원이 기록될 만큼 가격이 후했다.

지난해 첫 경매 평균 5만3천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유난히 부정적 전망이 많았던 점을 감안할 때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에도 굴값 상승세는 계속됐다. 하루 뒤 6만5천원까지 올랐고 첫 주말을 보낸 이후에도 6만원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저 가격이 4만원 중반으로 받쳐주고 있는데다 최고가 상품은 벌써 8만원을 찍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생산 물량이 적은 것도 아니다.

첫날 5,700여 상자에서 둘째날 6,200여 상자로 늘었다. 토, 일요일 휴장 후 문을 연 21일에는 8,800여 상자로 치솟았다. 이날도 평균 6만6천원을 유지해 냈다.

'방사능 제로, 안전한 먹거리'…"지금은 굴 밖에 없다"

이 같은 상승세는 공교롭게도 일본 방사능 공포의 반사효과가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식재료 안전성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수산물 불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굴은 방사능과 무관한 안전 수산물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체 수산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굴수협 관계자는 "굴의 영양학적 우수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사전 방사능 검사를 통해 안전성까지 입증되면서 수산물에 목마른 소비자들의 기호가 제철 맞은 굴에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수산물 전반의 거듭된 부진 속에 그나마 소비가 이뤄지는 굴을 찾아 몰려든 중간 유통상들의 물량확보전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수산물 매출 부진에 시달리던 대형마트들도 굴을 전면에 내세운 판촉전을 펼치면서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소비도 한층 탄력을 받은 상태다.

지역 굴 유통업체 관계자는 "요즘 수산물 중에 팔리는 것은 굴 밖에 없다는 인식이 파다하다. 최근까지 반신반의하던 유통상들도 너나할 것 없이 물량을 요구하고 있다. 얼마 전까진 방사능 때문에 걱정했는데 지금은 방사능 덕분에 조금 웃는다"고 귀뜸했다.

김장 수요 증가 전망…연말까지 굴값 좋을 듯

당초 위험 요소로 손꼽힌 방사능 공포는 굴 생산업계에 또 다른 호재를 남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먹거리 불안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데다 배추나 무, 마늘, 고춧가루 등 김장 재료의 가격이 떨어져 직접 김장을 담그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겨울 김장이 시작되는 11월부터 그해 말까지가 곧 굴 생산업계의 최대 성수기일 정도로 국내에서 김장 수요는 굴 소비와 직결되는 요소다. 당연히 김장을 많이 담을수록 굴 수요도 늘어난다.

실제로 올해 김장 비용은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과 함께 주부 10명 가운데 8명이 김장을 직접 담글 계획이라는 유통업계의 조사 결과까지 제시되고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여성 소비자 패널 1,4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7.4%가 '올해 김장을 담그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9.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김장을 하는 이유로는 50.1%가 '안전'을 꼽았고, '입맛에 맞아서'(34.7%), '더 경제적이어서'(11.7%)가 뒤를 이었다.

이중 안전을 이유로 꼽은 응답자의 56%는 30대로 집계돼 젊은 층에서 먹거리 안전을 강조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60%수준에 머물렀던 40대 미만 김장층이 올해 70%를 넘겨 젊은 층의 김장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김장 수요에 반해 김장 재료 가격은 하락세가 점쳐지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내놓은 김장 예측 비용 자료에 따르면,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첫째주를 기준으로 추정한 4인 가족의 김장 비용은 20만~22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보다 21.3~28.9%가량 떨어진 수치다.

배추의 경우, 20포기 기준 지난해 이마트 판매가가 5만9600원이었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인 3만~4만원으로 예상된다.

무 가격도 10개 기준, 지난해 2만1,800원에서 올해 1만3,000~1만5,000원으로 떨어지고 고춧가루 역시 1.8㎏ 한 봉지가 지난해 7만4700원에서 5만6,000원 안팎으로 내릴 것으로 분석됐다.

김장철 마지막까지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마늘과 고추 가격은 저장마늘 보유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고 건고추 수확량도 지난해보다 7%가량 증가해 안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도 출하를 앞둔 김장 재료들의 작황이 예상보다 좋아 가격이 대폭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굴수협 관계자는 "속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초반 가격 형성이나 김장 수요 전망을 볼 때 나름 괜찮은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좋은 굴, 안전한 굴 공급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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