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당초 예정부지 2곳 실시계획 최종 불허 처분
주민 반대, 통영시 ‘불협의’ 의견이 결정타…대체부지 물색 중

한국가스공사가 거제지역 도시가스 공급 확대를 위해 용남면 장문리와 광도면 노산리 일원으로 예정했던 천연가스 공급관리소 건립 계획을 백지화했다.

예정지 인근 마을 주민의 격렬한 반발 여론에 통영시가 건립 계획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게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스공사측은 민원발생 소지 적거나 아예 없는 대체부지를 물색 해 재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내년 말로 예정했던 사업추진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져 거제 지역민들이 반발도 예상된다.

통영시 “주민들과 공감대 형성이 먼저”불협의 의견

한국가스공사 경남지역본부는 지난 26일 장문리가스공급관리소설치반대위원회(위원장 이준호)로 보낸 '천연가스 공급관리소 설치관련 진행경과 알림'공문을 통해 “당초 계획한 관리소 부지는 지자체의 불협의 의견으로 인해 관리소 설치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관련 공문에는 통영시가 장문관리소와 노산관리소 실시계획에 대해 ‘불협의’의견을 경상남도로 회신했다는 내용의 문건도 첨부했다.

경남지역본부는 앞서 용남면 장문리 762번지 외 8필지와 광도면 노산리 622번지 외 2필지 2곳에 통영~거제간 천연가스 주배관 중간관리소를 신설키로 계획했었다.

통상 천연가스를 장거리로 공급하기 위해선 8km 간격으로 3가지의 차단 및 관리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고압으로 수송된 천연가스를 일정압력으로 감압해 공급하는 정압관리소(G/S), 배관망상의 천연가스를 단순 차단하는 차단관리소(B/V), 생산 설비 보수나 비상상황발생시 가스를 차단하고 배관 내 가스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방산관리소(V/S) 등이다.

통영-거제간 주배관 선로에는 총 6개소의 관리소를 예정했다.

이 중 통영에는 광도면 노산리에 B/V 1개소, 용남면 장문리에 V/S 1개소 등 2개소를 신설키로 했다.

하지만 2곳 모두 사업계획을 뒤늦게 인지한 인근마을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용남면 장문관리소의 경우, 시설 예정지와 인접한 대안, 노산, 기호마을 주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이준호)를 발족시키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성남 민심은 기호마을 앞에서 진행되던 배관 매설 공사현장까지 점검, 농성을 벌였다. 결국, 공사는 잠정 중단됐다.

노산관리소는 당초 광도면 우동리 수직마을 인근으로 계획됐다 최근 북통영IC 진출입로 주변으로 변경된 사실이 최근에야 인지한 노산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발여론이 고조됐다.

청년회와 상가연합회를 구심점으로 한 노산마을관리차단소저지대책위원회(위원장 황상룡)이 구성됐다.

대책위는 차단관리소 반대의지를 담은 현수막을 게시하며 반대운동에 나섰다.

이처럼 관리소를 둘러싼 반발여론이 거세지자 통영시는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요청한 천연가스 공급설비 건설 사업실시계획에 대해 ‘불협의’ 의견을 회신했다.

당시 농지전용, 건축허가 등은 법률상 하자가 없어 담당부서에서 모두 ‘협의’ 의견을 내놨지만 최종 회신에는 ‘민원발생’을 이유로 불협의 처리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민원이 심한 만큼 가스공사와 주민들이 사전 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갖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불협의)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남도를 거쳐 중앙정부로 전달됐고 최종 허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계획 부지에 대한 관리소 신설 계획을 불허했다.

이준호 위원장은 “국가사업을 핑계로 주민 동의 없이 추진하는 일방통행식 업무처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보여 준 본보기다”고 말했다.

거제지역 천연가스 확대공급 무기한 연기 불가피

당장 대체부지를 찾아야하는 한국가스공사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통영시가 민원을 이유로 불협의 결정을 내린 만큼 민원 발생 소지가 없는 곳을 찾아야 최종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영에 설치키로 한 관리소 2곳이 갈피를 못잡으면서 거제에 들어설 4곳 역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 졌다.

특히, 내년 말께로 예정했던 거제지역 천연가스 확대 공급계획도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본부에서 거제시로 이어지는 주배관 건설공사는 육상 41.7km, 해저 0.6km 등 총 42.3km로 오는 2014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했었다.

현재 거제 관내 배관 매설은 전체 20km 가운데 17km를 완료, 9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 통영은 전체 21.2km 중 14.2km에 대한 시공이 완료된 상태다.

주배관은 거제지역에 천연가스 상시 공급체계를 갖추기 위한 기반시설이다.

현재 생산시설과 연결된 공급배관이 없는 거제시에는 가스공급 사업장인 경남에너지가 통영기지에서 차량을 이용해 천연가스를 가져와 자체 저장실에 저장 후 공급하고 있다.

저장용량의 한계 탓에 약 8천여 세대만이 천연가스 공급 혜택을 받고 있다. 주배관 시공이 완료되면 당장 내년 말부터 현재의 2배 이상인 2만여 세대로 확대된다.

하지만 필수 시설인 중간관리소 건립 추진이 장점 중단되면서 가스 확대 공급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갑갑함을 토로했다.

그는 “주민들의 보편적 에너지 사용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중요한 사업이다. 법률상 하자가 없는데도 통영시는 단지 민원이 많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중앙정부도 지자체가 안된다는 것을 뒤집을 권한이 없어 불허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통영시 주장대로라면 민원 발생이 제로인 곳을 찾아야 한다. 가능한 지역들을 물색하곤 있지만 통영 관내에서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작점이 되는 통영 2곳이 자리를 못 잡으면서 거제에 들어설 4곳 역시 처음부터 다시 검토를 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당초 지난해 말께로 예정했다 통영시가 배관매설 공사를 중단시키는 통에 내년말로 연기된 사안이다. 그런데 이번엔 관리소 문제로 또 다시 연기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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