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식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양식법 개정안을 사실상 내년 중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통영에서 진행된 입법안 설명회 현장에서 '민란, 살인난다' 등 격한 발언과 함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던 성난 어심이 또 다시 동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9일 '적조예보 3단계로 강화, 피해보험가입 간소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정책조정회의서 확정된 적조대응중장기종합대책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올해 적조 발생 시 중앙적조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방제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2000년대 들어 최대 피해를 기록, 보다 근본적인 중장기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9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중앙부처 및 지자체로 이뤄진 관계부처 합동 적조대책T/F팀을 구성해 대책을 준비해 왔고 지난 19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 환경부 등과 중장기 종합 대책을 마련, 확정했다.

종합대책은 전방위 적조대응 시스템구축, 정확한 사전예측체계 개발, 자연재해에 강한 양식시스템으로의 구조전환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예측 및 예보 기능 강화, 적조 R&D(연구개발) 강화, 양식어장 구조개선, 해양환경 관리강화, 적조관련 제도개선 등 5가지를 세부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적조 예보체계를 현행 '주의보→경보' 2단계에서 '관심→주의보→경보' 3단계로 세분화하고 발령 기준도 완화한다.

관심 경보의 경우 10개체/㎖, 기존 300개체/㎖가 기준이던 주의보는 100개체/㎖만 관찰되도 발령된다.

적조 조사주기도 단축해 남해안 적조 광역조사를 강화하고 동중국해 남해에 대한 적조 유입모니터링을 확대하는 등 예찰시스템을 대폭 강화한다.

적조 R&D가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수부와 미래부 협업을 강화하고 '동아시아적조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도 공고히 한다.

적조 피해 회복을 위한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가입을 위한 현지조사가 2단계서 1단계로 줄어들고 대상 품목은 확대된다.

내년, 다시마, 홍합, 가자미를 추가해 18개 품목으로 우선 확대하고 오는 2017년까지 27개 품목으로 늘릴 방침이다.

황토 이외의 방제물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운 방제 물질이나 장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3계절에서 2계절로 단축, 신규 물질 및 장비의 조기 실용화도 지원한다.

양식어장 구조개편도 추진한다.

적조 발생시 가두리 양식시설을 안전한 해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내년부터 5년간 50억원을 투입, 적조 상습피해어장 120ha에 대한 시설개선사업을 펼친다.

양식품종을 전복, 해조류 등 적조에 강한 품종으로 변경할 경우, 전환시설비도 지원한다.

전재우 양식산업과장은 "적조피해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다양한 과제가 포함됐다. 관계부처들과 협조해 계획을 차질 없이 실현, 매년 여름이면 되풀이되던 적조피해를 최소화해 어업인의 시름을 더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적조대책에는 어울리지 않는 항목이 포함됐다.

해양환경 관리강화 방안이다. 어업인에게 3~5년 주기의 어장청소의무를 부과하고 어장환경평가를 실시해 기준 미달시 어장 면적을 조정하거나 어업권 재면허를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덧붙여 어장환경 오염을 야기하는 생산료 대신 배합사료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고효율, 고품질 배합사료 개발을 강화하고 양식산업발전법(이하 양식법) 제정을 통해 배합사료 사용을 의무화한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양식업은 지난 7월 양식어업인들로부터 격한 반발을 불러온 법안이다.

양식법 제정안은 △양식면허 심사, 평가제 도입 △면허 우선순위 개선 △공동체 소유 어업권 경영 참여 제한 완화 △대규모 자본 유입 제한 완화 △한국양식산업진흥공단 설립 △배합사료의무화 규정 등을 골자로 한다.

어업인들은 관련 법안을 사실상 재산권으로 인식, 통용되고 있는 어업권을 단순 사용권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보고 결산 반대를 천명해 왔다.

과거부터 수차례 시도했던 양식 어업권의 단순 이용권 전환시도가 또 다시 재론되고 있다는 게 어업인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해수부는 이번에 발표한 양식법의 제정 취지 중 하나로 "양식면허를 특정인이 장기간 보유하면서 어장의 효율적 개발과 젊은 신규인력의 진입을 막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면허자를 재면허 1순위로 두는 관행을 없애고 기간이 만료된 면허에 대해 어장관리 실태나 경영능력 등을 별도로 심사, 평가해 기준에 미달될 경우 새로운 사업자에게 면허를 부여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더 이상 어업권이 특정인의 소유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어업인들은 "사실상 어업인들에게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어업권을 단순 이용권으로 전환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겼다"며 분노했다.

성난 어심은 7월 통영에서 열린 양식법 설명회에서 폭발했다.

경남권 어업인 200여 명이 들어찬 설명회장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자칫 살인난다'는 격한 발언들도 쏟아졌다. 격분한 누군가는 '민란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격분한 어업인들의 질타는 1시간여 넘게 계속됐고 결국 해수부는 한 발 물러섰다.

현장을 찾았던 해수부 강준석 수산정책실장은 "어업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충분히 알고 있다. 농토나 다름없는 어장을 뺏을 생각은 전혀 없다. 오늘 나온 여론과 의견을 토대로 한 번 더 고민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정부의 강행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게 이번 발표를 통해 확인됐다. 지역 양식어업인을 중심으로 또 다시 반발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양식 어업인 A씨는 "양식법은 공산주의 사회에나 있을 법한 법이다. 어업인의 권익을 찾고 보호해야 할 해수부가 도리어 양식산업을 죽이는 법을 만들고 있다"며 "하다 하다 안되니 이제 적조대책에 양식법을 꼽사리 끼워놨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사업을 하다보면 굴곡이 있다. 2~3년 사업이 안돼서 어장관리에 소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법대로 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 20년 넘게 가꿔온 어장을 딴 사람에게 뺏기게 된다. 이게 과연 합당한 법안이냐"며 "정책이나 법률 하나 잘못 만들면 어민은 한순간에 망한다. 사유재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 아예 거론조차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관계업계는 조만간 양식 업종별 회합을 통해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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