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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통영국제음악제 주목받는 공연
상주 작곡가 살바토레 샤리노의 음악극 '죽음의 꽃'
16세기 작곡가 제수알도 아내의 배신과 복수 실화 영감
오는 28·29일 음악당 블랙박스 2회 공연, 실험적 음악극
   
 

'실험과 도전' 통영국제음악제를 대변하는 단어다.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을 매개로 한 통영의 지난 15년은 실험과 도전의 연속이자 세계 음악의 소통 공간이었다.
 
파격적 음악극 역시 통영국제음악제 매력의 한 축이다.
 
음악극이야말로 당대의 작곡가 연주가 성악가 미술가 안무가 연출가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동시대 정서를 담아내는 실험의 장이기 때문이다.
 
올해 통영이 선택한 음악극은 작지만 강하다.
 
티그란 만수리안과 함께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 작곡가로 선정된 살바토레 샤리노의 '죽음의 꽃'이 오는 28일과 29일 관객과 만난다.
 
작품의 이탈리아어 원제는 'Luci mie traditrici(부정한 내 여인의 눈빛이여)'이다. 1998년 독일 슈베칭엔 페스티벌 초연 때 죽음의 꽃을 의미하는 독일어 제목으로 상연됐다.
 
원제에서 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여자의 배신과 남자의 복수를 담은 한 편의 잔혹 치정극이다. 샤리노는 제수알도의 그 유명한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16세기 실존 작곡가인 카를로 제수알도는 작곡가 이전에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귀족이었다. 1561년 즈음에 태어난 그는 1586년 사촌 마리아 다발로스와 결혼했다. 그녀는 제수알도의 아내가 된 지 2년 후 또 다른 귀족과의 밀애를 시작, 2년 동안 관계를 지속한다.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제수알도는 어느 날 사냥을 가는 척 밖으로 나갔다가 몰래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그의 정부를 살해한다.
 
살해 장면은 한없이 잔인하다. 제수알도는 직접 고용한 두 명의 남성을 이끌고 두 연인이 잠들어 있는 침대 앞에 선다. 먼저 살해당한 사람은 마리아, 이어서 아내의 정부인 공작이 죽음을 맞이했다. 시체를 치우기 위해 방에 들어간 하인들은 여자 옷을 입고 있는 공작의 주검을 발견했다. 이는 곧 공작에게 여자 옷을 입는 수치심을 맛보게 한 후 살해했다는 결론이다.
 
주검의 처리를 두고도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자신들이 왜 살해됐는지를 설명하는 문구와 함께, 두 구의 시체가 발가벗긴 채 공공장소에 전시됐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베노사의 풍문은 더욱 끔찍한 이야기를 전한다. 도미니크 수도승이 제수알도의 시간(屍姦)을 허용했다는 설, 두 구의 시체가 연금술 재료로 쓰였다는 설 등이 그것이다.
 
사건 후 4년이 지난 1594년. 제수알도는 당시 이탈리아 마드리갈 음악의 중심지였던 페라라로 이주해 작곡에 매진한다. 죄를 씻기 위해 그는 두 가지 방법을 택했다.
 
첫 번째가 작곡, 두 번째는 자학이었다.
 
그러나 샤리노는 비슷한 시기에 작곡가 슈니트케가 같은 소재로 작품을 쓰고 있음을 알고 주인공 이름을 '제수알도'가 아닌 '말라스티나 백작'으로 고치는 등 내용을 수정했다.
 
작곡가 제수알도는 16세기 작곡가답지 않게 파격적인 불협화음과 과감한 선율을 사용해 작품을 남겼다.
 
그 음악 양식은 유명한 살인사건과 더불어 20세기 이후 작곡가들에게 주목받아 왔다.
 
제수알도라는 소재와 현대음악 작곡가 샤리노의 음악이 시대를 뛰어넘어 공명하는 현장을 이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샤리노의 2막 오페라 '죽음의 꽃'에는 말라스피나 공작과 공작부인, 둘 사이를 관음하는 그들의 시종, 어느 날 공작의 집에 찾아온 젊고 잘생긴 손님이 등장한다.
 
공작부인은 장미를 손에 들고 무대에 등장한다. 이 장미가 참으로 문제. 유독 그 꽃송이가 거대하고 탐스럽고 핏빛이다.
 
거부할 수 없는 욕정에 사로잡힌 공작부인과 매력적인 이방인 손님, 두 남녀는 제수알도의 실화에서처럼 공작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그 순서와 방법은 다르다. 하지만 실화만큼이나 잔인하고 처절하다.
 
무대 위 가수들은 아리아, 레치타티보, 대사의 구분 없이 날카롭게 읊조린다.
 
기악 앙상블은 선율을 제시하기보다 극적 효과에 치중한다. 현악기의 극단적인 하모닉스는 관악기로 의심될 정도다.
 
플루트는 마우스피스에 강하게 바람을 불어넣어 "휙 휙" 공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그저 키만 딸깍거리며 긴장감을 높인다.
 
뤼디거 본이 지휘를, 박상연이 연출을 맡았다. 크고 탐스러운 핏빛 장미가 검게 시들고, 한 남자의 핏빛 잔치가 펼쳐지는 '죽음의 꽃'. 놓치기엔 너무 매력적인 음악극이다.
 
오는 28일, 29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관객과 깊이 있는 음악적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 좌석 3만원. 예약문의 055-650-0471∼3.
 

김영화 기자  han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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