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440호 충렬사 팔사품 제작 주체 논쟁 뜨거운 감자
관리 부실로 부식 가속화…훼손 심각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엄을 상징하는 보물 제440호 통영 충렬사 명조 팔사품(八賜品)이 관리 부실로 훼손이 심각, 시급한 보존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또 제187대 신관호 통제사가 제작한 '충렬사 팔사품 병풍', 조선삼도수군통제영의 위용을 자랑하는 정효연 파종(종4품)의 '수조도 병풍', 정조가 내린 각종 어제기판 등 국보급 유물들이 산재, 다양한 연구와 함께 총체적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보물 440호 통영 충렬사 명조 팔사품의 제작 주체를 놓고 황제 하사품이냐, 진린 도독 선물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가운데 유물 부식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충렬사 팔사품은 도독인(都督印)·영패(令牌) 등 여덟 가지 물건을 가리킨다.
 
임진왜란(1592~1598)이 끝날 즈음 명(明)의 황제 신종(神宗)이 이순신의 무공을 치하하며 명의 도독(군통수권자)으로 임명하기 위해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조선·명의 실록에 신종이 직접 내렸다는 내용이 없는 탓에 조선에 파견된 명 장수 진린(陳璘·1543~1607)이 이순신에게 준 선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관련기사 11월 15일자 5면 기획 보물 440호 통영 충렬사 팔사품 명 황제 하사품인가? 진린 도독 선물인가?>
▲ 제187대 신관호 통제사가 제작한 충렬사 팔사품 병풍.
 
하지만 40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도독인 글자조차 해독하지 못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았다.
 
이 연유로 1960년대 노산 이은상을 시작으로 2011년 통영사연구회 프로젝트 일환인 배제대 문지상 교수의 '통영충렬사 팔사품에 대한 고찰', 2012년 중국 산둥대 류바오취안 교수의 '중국 문헌으로 본 임진왜란', 지난 19일 통영시립박물관에서 '통영 충렬사 팔사품' 논문 발표회를 가진 장경희 한서대 교수에 이르기까지 팔사품 제작 주체에 관한 학술적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제작 주체를 떠나 이순신과 삼도수군통제영을 상징하는 물품으로 이미 국보급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에는 학계 입장이 동일하다.
 
학계가 이처럼 사실 규명에 천착하는 가운데 정작 통영 충렬사의 팔사품을 비롯 이순신 각종 유물들은 관리 소홀로 부식이 가속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에도 학계 공통된 의견이다.

심지어 지난 수십년간 통영 충렬사 전시실과 수장고(역사 유물 보관소)에는 온·습도 제어 장치 하나도 없이 '물먹는 하마'가 그 역할을 대신, 각종 유품에 이슬맺힘 현상은 물론 물이 줄줄 흐르는 등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마저 발생했다.
▲ 조선후기 통제영의 파총 정효현(1848~1928)이 그린 수조도 병풍.
 
또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태의 팔사품과 병풍 등의 진품 유물들을 지난해 진주박물관에 대여, 전시하는 등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훼손이 심각한 팔사품과 팔사품 병풍, 수조도 병풍 등은 통영시립박물관에 위탁 보관, 충렬사로 돌아올 수 없는 상태에 까지 이르렀다.
 
팔사품 연구에 본격적 물꼬를 튼 배제대학교 문지성 교수는 "팔사품 내력이 불확실한 면이 있다고 해서 보물의 가치와 의미는 훼손될 수 없다. 이순신의 위대함과 한중 역사적 의미를 대변하는 귀중한 문화유물이다. 앞으로 확실성을 보장하는 노력과 함께 보존에 더 힘써야 한다. 과학적 고증도 시행할 필요가 있고, 현대 선진기술에 의한 재고증이 되면 국보급으로의 격상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이처럼 팔사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향후 연구의 토대마련의 기초가 된다는 큰 의미가 있고, 최근 국가간 협력 연구 추세에 따라 국내학계와 중국학계가 협력해 진행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역사를 말해주는 살아있는 유물 팔사품을 비롯 이미 낡아진 충렬사의 귀중한 유물들의 보존과 관리에 최선을 다할 때"라고 주장했다.
 
▲ 통영 충렬사 어사제문판.

나아가 팔사품 병풍에 대해서도 "신관호 팔사품 병풍에 나타나는 그림과 더불어 수사문자(手寫文字)의 경우 정형화된 서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체자(異體字) 분야에 정통한 학자가 아니면 해독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다양한 학술적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서대학교 장경희 교수 역시 "충렬사 팔사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훼손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크기는 도량형 적용이 잘못된 결과로 바로 잡으면 되지만 살짝 만지기만 해도 부서져 흘러내릴 정도인 것도 있다. 하루 빨리 유물 보존 처리와 전시용 복제품 제작, 그리고 다양한 학술적 연구가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팔사품은 제작 주체가 누구냐도 중요하지만 이순신과 400년 통제영의 중요 상징물로 국보급으로의 격상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신관호 통제사가 그린 팔사품 병풍도 팔사품 못지않은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가 지정 보물로 추천하고 싶다. 최근 출토된 통제영 비석들과 함께 총체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송 3사와 연합뉴스, 중앙일간지 대표들로 구성된 뉴스통신진흥회 역시 지난 12일 통영 워크샵 일환으로 충렬사를 방문 "통영의 위대한 정신의 제1 상징물인 충렬사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실망스럽다. 유물 보관 수장고도 엉망이다. 충렬사 내에 산재돼 있는 유물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와 연구, 그리고 보존대책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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