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교통 등 인프라 확충 관건, 자원보호수면 설정도 필요

[기획] 해삼산업, 황해 넘어 중국 갈 수 있을까 ⑤회차

 

 “추도 사람들은 해삼 섬 사업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앞으로 할 일도 많이 남았다”

통영항에서 출항한 차도선 ‘한려카페리호’가 추도 연안에 접근하자 윤성구 추도어촌계장은 ‘해삼양식섬’이라고 적힌 어장경계표시 부표를 손으로 가리켰다.

국내 해삼 산업의 현황을 살피며 충남, 전남, 제주, 부산 등 전국 바닷가를 달린 취재의 종착지는 통영의 작은 섬 추도다.

물메기(꼼치) 산지로 유명한 추도(통영시 산양읍 추도리)에 ‘해삼 섬’ 사업이 지난 2013년부터 진행 중이기 때문.

 

통영 추도 해삼섬 조성사업은 지난 2013년부터 총 사업비 30억원(국비50%, 도비8.4%, 시비31.6%, 자담10%)을 투입, 추도 일원을 연 100톤 이상의 해삼을 생산할 수 있는 해삼 증양식 단지로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2013~2014년 추도 지선 50ha 수중에 자연석 투석, 인공어초 투입 등으로 해삼 서식장이 마련되었으며, 지난해 총 50만미의 해삼종묘가 방류되었다.

▲ 해삼종묘 방류

통영시가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기본계획용역은 한국수산증양식기술사협회가, 실시설계는 오션파트너즈㈜가 수행했으며, 시설조성은 FIRA(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가 맡았다.

여기에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가 해삼 서식장 시설조성 및 종묘 투입의 효과 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성된 어장은 추도어촌계가 관리하게 된다.

 해삼섬 적격지 ‘전국 3위 경남 1위’, 자연환경과 마을공동체의 힘

추도는 지난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전국 6개 해삼 섬 사업지를 선정할 당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조사에서 40여개 후보지 중 전국 3위와 경남 1위의 해삼 섬 사업 적격지로 나타났다.

통영시 김영복 어업진흥과장은 “추도는 수질, 수온, 저질 등 연안 환경이 해삼 생태에 특히 적합한 조건이다”라며 “뿐만 아니라 추도자율관리어업공동체가 2012년 우수공동체로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는 등 추도는 어민들이 마을 어장을 모범적으로 관리하고 해삼 종묘방류사업 성과도 높았다는 점도 사업지 선정에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 통영시 김영복 어업진흥과장

추도에서는 사업지 선정 당시인 2012년 기준 11,320kg의 해삼을 생산, 물메기(2012년 72,000kg) 다음의 섬 주민 소득원으로 자리잡아 왔다.

즉, 추도는 사업지로 선정되기 전부터 이미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서 해삼 섬으로 불릴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추도자율관리어업공동체는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해삼, 물메기 등 수산자원 조성 및 관리사업 모범사례로서 전국 최우수 자율관리어업 공동체에 선정된 바 있다.

김영복 어업진흥과장은 “사업 선정 당시 정부는 추도가 다양한 면에서 여건이 우수하다고 밝혔으며, 통영시도 전략사업으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어초 투입효과 극대화 아쉬워 “해삼 집중서식 수심보다 깊다”

추도 해삼어장 조성은 섬 동남쪽 ‘샛개’ 지선 30ha를 1구역, 서편 미조항 인접 20ha를 2구역, 동북쪽 한목항 인접 5ha를 3구역으로 구분했다.

해삼의 생육과 정착 공간 마련을 위해 3개 구역에 인공어초(아치형, 돔형, 반톱니형), 해삼전용 인공어초, 해삼 은신어초, 자연석을 투입했다.

특히 1, 2구역에는 민간 해삼 전문가로 ‘해양수산신지식인’ 태안남부수협 강학순 전 조합장이 개발한 해삼전용 인공어초를 다수 투입, 해삼 정착률 증대를 도모했다.

그러나 인공어초가 투입된 수심, 그리고 일부 어초가 자리잡은 해저지형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해삼은 수심 0~40m에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수심 5~10m에 서식이 집중된다. 서해안 태안반도 해삼어장에서도 썰물 때 수면 바로 아래의 해삼을 육안으로 다수 관찰할 수 있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추도 해삼 섬 인공어초 투입은 1구역에 10~15m 수심이 주를 이루며, 2구역은 수심 15m 이상도 있어 해삼의 집중서식 수심에서 벗어났다.

게다가 다이버 촬영 영상에서는 해저 뻘층에 자리잡아 무용지물이 될 해삼전용 인공어초도 1구역에서 일부 관측됐다.

이와 관련 태안남부수협 강학순 전 조합장도 “통영 추도가 해삼 사업지로 좋은 편이나, 시설 설계에서 해삼 생태와 연관한 해저지형의 구체적인 조사가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우려한 바 있다.

수과원 남동해수산연구소는 지난해 연말부터 내달 말까지 ‘제 2차년도 해삼양식섬 조성사업 효과조사’를 진행 중이다.

남동해수산연구소 이정용 연구관은 “해삼섬 조성에 따른 해저 서식환경 변화 조사, 생물생태 및 바닥씨뿌림 효과조사 보고를 곧 내놓을 예정”이라면서도 “사업의 전반적인 성과는 내년에 드러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식처 조성과 종묘 방류를 통한 해삼 어획량의 구체적인 변화는 내년부터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광섬 추도, 해삼 먹으러 오게 하자” 산양읍 중화항 개발이 열쇠?

추도 해삼 섬의 장기 비전을 위해 교통과 숙박 등 관광산업 인프라가 확충되어야 한다는 데에 민관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언제든 양식장을 견학할 수 있고 먹거리가 풍부한 해삼 섬으로, 생산부터 소비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해삼섬'이자 '찾아가고싶은 관광섬'으로 만들자는 것.

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출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추도 해삼 수요 창출의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 추도 윤성구 어촌계장

윤성구 추도어촌계장은 “추도가 행안부의 2013년 찾아가고 싶은 섬에 선정된 바 있고 관광섬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그래서 마을 공동사업으로 펜션 조성을 추진 중으로, 부지는 확보했고 곧 사업계획서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숙박시설이 되고 내년에 해삼양식 성과가 나오면 관광섬 추도로 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통영시 김영복 과장은 "관광객이 추도에 들어가서 해삼 양식 구경도 하고 해삼도 먹고, 나오면서는 마른물메기도 사오고 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추도는 수산업과 관광산업이 결합되기 특히 좋은 조건을 가진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광과 결부된 추도 해삼섬을 위해서도 해상교통인프라 확충의 핵심인 중화항 개발사업이 시급하다. 추도, 욕지, 사량도는 물론 산양읍이 동시에 발전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화항 개발은 올해 설계비를 확정했으며, 내년 성과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서호동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단 2회 운항하는 차도선은 추도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중화항에서 카페리가 출항하게 되면 추도까지 단 20분이면 도착하게 된다.

 

한편, 추도 어민들은 해삼 섬 사업의 정착을 위해 ‘보호수면지정’을 호소하고 있다.

윤성구 계장은 “현재 추도 어민들은 해삼자원 관리를 위해 5~7월 채취를 중단했다. 자연 산란을 늘려 해삼을 많이 퍼지게 하고 해삼 크기도 커지게 하려는 것”이라며 “그런데 자칫 해삼 섬 사업이 엉뚱한 사람들 좋은 일만 시킬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추도 바깥에서 찾아온 어선들이 해삼을 무단 채포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윤 계장은 “주로 꽃게연안통발 어선들인데 크게 자란 해삼들을 쏙쏙 가져가니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래서야 되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해삼어장 표시 부표

추도 어민들의 호소는 산양읍 연명항 앞바다에 조성된 ‘바다목장’과 마찬가지로, 보호수면을 추도 해삼어장 구역 50ha에 설정해 해삼 무단 채포를 막아 달라는 것이다.

해삼자원 보호를 위한 보호수면 지정에 대해서는 통영시도 공감하고 있다.

통영시 김영복 어업진흥과장은 “보호수면으로 지정해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과제 중 하나”라며 “해양수산부와 시가 인식을 함께하고 있어 내년까지는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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