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책 읽는 도시 통영 - 통영시청 이재안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A.G. 로엠메르스 씀, 김경집 옮김, 지식의숲 펴냄)

저는 누구나 알 법한 대상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데요, 그 대상은 어린왕자입니다.
초, 중, 고를 거치면서 우리에게 어린왕자는 교과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린 아이였죠. 저도 이 친구와 함께 자랐습니다.

그런데,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 싶은 게 초등학교 때에는 어린왕자가 하는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길들여지는 것과 헤어짐에 대한 아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고찰이 심오하게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었죠.

지금은 그 책을 들면, 몇 번이나 마음이 쿵쾅거리면서 눈물을 글썽이는지 모릅니다. 이젠 책에 실린 은유가 내포하는 뜻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늘 어린아이로 멈춰 있을 줄 알았던 어린왕자가 3년 전, 소년이 되어서 찾아옵니다. 이제 더 이상, 양을 그려 달라, 사랑하기엔 아직 어리다, 위대한 왕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는 더 직설적이고, 단단한 태도를 가진 청년으로 향하고 있죠. “네가 힘을 가하면 가할수록 벽도 똑같은 힘으로 밀어내려고 한단다. 해결책은 바로 네 손을 벽에서 떼어 낼 때 생겨. 그러면 벽이 밀어내려는 힘도 사라지게 되니까 말이야”하고 ‘나’는 말합니다.
그러자, 어린왕자는 “누구나 자신의 세계에서 사는 거고, 그렇다면 그렇게 사람들 수만큼 똑같이 많은 세상이 있다는 뜻이겠네요”하고 말하죠.

이 책은 둘의 묻고 답하는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맞장구를 치고, 상대의 의견에 동의를 하지 못하다가도, “왜 어렵게 말해요?”하며, 단순하게 답을 이끌어 내죠. 빙빙 둘러가는 법이 없이 말입니다.
이젠 어린왕자에게 동물이나 꽃이 말을 걸어주지 않고, 안내해 줄 사람도 하나 없죠, ‘나’이외에는.

전작이 외부에서 어린왕자를 감화시켰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어린왕자의 내면의 싸움을 표현한 책입니다.

문제의 열쇠는 나에게 있다고 이 책은 말하죠. “비록 네가 그것을 확신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너 자신 안에 있어”

사랑을 한없이 받던 어린왕자는 사랑하는 법을 꽤 많이 알고 있고, 이미 깨친 사람이 됩니다.
주인을 잃은 강아지에게 ‘날개’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끊임없이 쓰다듬어 주죠. 이전엔 사물이 말을 걸고 그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는데 말입니다. “사랑의 기술에 대한 백 권의 책이 한 번의 입맞춤에 미치지 못하고, 사랑에 대한 백 번의 연설도 단 한 번의 행동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확실히 깨닫게 되었어”

우리는 어릴 적 많은 동화책을 읽었어요. 공주와 왕자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하며, 결혼에서 마침표를 찍으며 끝이 나죠.

그런 책을 읽고 자란 우리는 그것이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을 성인이 되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순간 행복하긴 하지만, 엔딩은 아니라는 것을, 즉 그것은 끝이 아니라 과정인 것을. 그 이후에 일어날 많은 일들이 간과되었다는 것을 말이죠.

“어린 시절에 꿈꾸던 세상이 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단다. 그렇게 되면 고통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사람이 되고 말아. 결국 소중하게 간직해 온 꿈을 버리고 합리적인 사고라는 안전함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도 있단다. 숫자와 틀에 박힌 일상을 사랑하면서 심각한 사람이 되어 가는 거야.”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와 인생은 목적이 아닌 여정이라는 것을 생각하게끔 하는 대목이죠.

살아 있지만, 살고는 있지 않은 사람들이 의외로 꽤나 많습니다.
매 순간 사랑하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느끼지 못한다면, 살아만 있는 것은 아닐까요? 숨을 쉰다고 해서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생물학적인 것을 떠난 존재감을 이야기해 보죠. 존재감에 대한 의구심은 끊임없이 들곤 합니다. ‘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이런 생각은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삶이 버겁고 힘들 때엔 더더욱 말입니다.

과거는 분명하게 끝나고 죽은 것이고, 현재는 지금 바로 옆에 있는 가치이며,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올지 모를 사람이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고통이나 행복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야. 왜냐하면 세상은 즐거울 때조차 여전히 고통스러운 곳이고 또한 고통이 있더라도 즐거움을 막지는 못하니까.”

경험이라는 지도를 들고,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되돌려 주는 세상이라는 거울을 바라보며, 사랑과 용서를 품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이라는 존재를 빛내며, 사랑 자체에는 실패가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이 책을 당신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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