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책 읽는 통영 - 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윤여진 PD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하늘을 나는 새들의 부드러운 날개가 모두 사라져버린 황폐한 세상이 되더라도 벌레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설령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가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침묵의 봄 중에서

 

찬바람이 불더니, 어느새 봄이 찾아왔다. 봉숫골에는 팝콘 같은 벚꽃들이 분홍빛 세상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이란 그런 계절인 것 같다. 알록달록 핀 꽃들처럼 누구나 설레고, 행복만 가득한 계절.
하지만, ‘침묵의 봄’을 읽으면서 “오늘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봄이 다시 찾아오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불안한 마음과 예년과 같이 예쁜 모습을 보여주는 봄에게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작가 레이첼 키슨은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든 DDT(유기 염소 계열 살충제)를 서두로 살충제의 무분별한 사용과 그로인한 환경오염까지, 인간이 인간을 위해 행동하며 환경을 파괴는 현재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행동을 꼬집는다. 그녀는 ‘인류의 과학발전이 이 세상을 파괴하는 실험으로 한 발씩 더 나아가고 있다’는 역설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우리는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낸 업적들로 아주 편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채소를 기르면서 벌레가 생기면 농약 몇 번으로 이파리가 반질반질한 상품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들쭉날쭉한 여러 가지의 종자를 관리하기 어려우면, 먹기 좋고 키우기 좋게 획일화 된 슈퍼 종자를 이용해 단시간 내에 많은 수확물을 거둘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작아지는 활주로를 볼 때, 새들이 날아다니면 공포탄 한방으로 새들을 쫓고 아름다운 곳으로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내 생활을 돌아보면, 건강을 위해 먹는 채소는 내가 밟고 서있는 이 땅을 농약으로 오염시키면서 다른 생명체들을 생각지도 않고 처참히 죽이면서 얻은 수확물이었을 터이다.
물론, 그 잔여물은 내 몸속으로 들어와 축적 될 것이다. 즐겨 먹는 감자 과자의 원재료는 재래종의 자리를 밀어내고 만들어낸 품종이고, 나중에 재래종을 구하려고 해도 이 싸움에서 밀려난 재래종 감자를 더 이상 맛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 역설적이게도 나를 병들게 하고, 슬프게 하는 행동이었다.

동시에 이 모든 행동에 연결된 일련의 과정들과 시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인류는 환경을 이용하며, 풍요로운 장소를 만들어가고 있다.
인간 말고는 고통 받는 것이 당연시 된 지금 상황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는 내가 너무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결과를 만든 인류의 한 구성원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인류는 환경을 이용하면서 상처를 남기고 있고, 그 결과로 우리는 현재 이 삶이 편하고 풍요롭다고 생각하며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나의 행동을 돌아보며,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어 책장을 급히 넘겼다. 이미 나의 행동이 잘못 되었고, 세상에는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오랜 익숙함에 속에 레이첼 카슨의 ‘경고’를 더 이상 경고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지금 살충제가 없는 사회에서는 살기 힘든 생활 습관에 길들여져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현대를 살아가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 편한 생활에 익숙해져 그 속에서 소중한 것들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당장의 편리함과 풍성함에 현혹되어 넓게 보아야만 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욕심 때문에 어디에선가 희생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편리하고 눈에 보기 좋은 것이 좋다고 여긴다. 이미 오랜 시간 내가 살면서 좋다고 느끼고, 교육을 받은 것들이기에 쉽게 이러한 생활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인간을 위해서 환경이 당연히 희생되어도 된다고 생각하고는 오류를 더 이상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누리는 이 생활에서 희생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보고, 이제부터는 지킬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내가 건강하기 위해 먹는 채소 뿐 아니라, 그 채소가 자라는 땅과 그 땅에 사는 작은 생물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하나하나 실천해나가야겠다.

그래서 내년, 그리고 그 후에 찾아오는 봄이 침묵하지 않고 개굴개굴 개구리 울음소리와 톡톡 떨어지는 봄비소리를 들려줬으면 좋겠다. 그 조화로운 소리들 속에서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떳떳한 사람이 되도록 나의 작은 행동 하나도 생각하고, 조심하는 오늘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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