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책 읽는 통영 - 강용상(동네건축가, 봄날의집 운영)

1. 구문도해 기초영어구문론(지은이: 류진)

책 추천하는 지면에 영어공부에 관한 책을 추천하게 되다니 아마 이 방면 한국 최초일거 같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건 사실 매우 인문학적인 작업이다. 듣고 말하는 데는 실제적인 경험이 필요하지만 읽고 쓰는 것은 영어라는 언어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영어가 단순한 암기과목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책을 고1때 만나고 난 이후이다. 내가 영어를 힘들어하자 친구가 권해준 책인데 알고 보니 성문종합영어가 나오기 전 선배들은 이 책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남영동에 있는 한 헌책방에서 이 책을 구입했던 게 기억난다.

내 생각에는 성문영어가 장님 코끼리만지는 식이라면 이 책은 코끼리의 내장까지 만져보고 쓴 책이라고 생각된다(동의보감 식의 설명을 한다면 말이다).
영어에 갈피를 아직도 못 잡은 중1- 고2 까지의 모든 수험생과 나이 들어서도 영어공부를 처음부터 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권한다. 멋진 영어의 신세계에 눈을 뜨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2. 아직도 가야 할 길(지은이: 모건 스캇펙)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과 그들의 부모들이다. 그 다음은 아직 철이 안 든 어른아이들이다.

이 책은 인생을 인격적인 성숙을 지향하는 조금은 지난한 하나의 여행이라고 말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인생에 있어서의 관계의 기본이 되는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성숙시켜 갈 것이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1978년 출판 당시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입소문으로 서서히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13년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런 류의 자기개발과 자존감에 관한 책과 프로그램의 원조격이 된 책이다. 사랑과 인생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

3.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지은이: 조반니노 과레스키)

추천한 책들 중 가장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중학교 때 영화 서편제의 주인공이었고 나중에 문화부장관을 하셨던 김명곤 씨가 번역한 책을 읽었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의 신부님(여기서 그는 보수우파의 시각을 대변한다)과 공산주의자 읍장이 치고받으면서 벌이는 귀여운 싸움과 그 사이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여유와 해학이 인상적이다.

예전부터 나는 아버지로 부터는 정의감을, 어머니로 부터는 착한 마음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다시 읽다보니 내가 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게 된 건 이 책 때문인 것 같다. 경상도의 평범한 중년 남성분들께 강추한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출판된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도 뽑혔다고 하는데 근거는 알 수 없다. 총 시리즈가 열 권이나 되는 장편이지만 읽다보면 열 권이라는 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물론 따로따로 읽어도 되고 책 중에서도 아무 에피소드나 읽어도 상관이 없다.
권하고 싶은 독서법은 잠자리 옆에 두고 자기 전에 한 챕터 정도씩 오랫동안 읽는 것이다. 요새 인기가 많은 현재 교황 프란체스코도 이 책을 애독한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그분이 위트가 있고 작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후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1948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어찌 보면 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의 낭만이 살아 있는 좋았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좋았던 시절은 다시 올 수 있다는 게 돈 까밀로 신부님이나 뻬뽀네 읍장의 생각이다. 왜 안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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