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경험이 곧 디자인 되는 도시, 세계 디자인 산업 발신지 '서울'

2010 한국 최초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 선정, 세계 8번째 경사
하루 2만명 방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공공디자인 대명사
이용자 관점·시민 경험 디자인…연희주민센터와 편리한 길찾기


서울의 핫 플레이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세계디자인산업 랜드마크, 공공디자인 대명사

동대문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모양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부에노스아이레스, 베를린, 몬트리올, 나고야, 고베, 선전, 상하이에 이어 2010년 세계 8번째 디자인 창의도시로 공식 선정된 '서울'의 심장부이다.

'돈 먹는 하마'로 불리며 시민들의 우려를 한 몸에 받았던 이곳이 개관 2년 여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서울의 복합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에 낯선 풍경을 자아낸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 '환유의 풍경'은 호기심을 자아냈고, 샤넬과 디올 등 주목받는 행사가 관심을 더욱 끌어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그 결과 2015 뉴욕타임즈가 뽑은 꼭 가봐야 할 세계 52명소로 선정됐고, 별에서 온 그대 등 유명드라마와 CF 촬영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 2만 명 지난해 700만 명 방문
경제와 공공디자인 2마리토끼 비법은?

4천840억원이 투입된 DDP가 거대한 애물단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던 시각에서 디자인 창조산업 전진 기지이자 서울 대표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한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방문객 약 2만명씩 모두 700만 명 이상이 DDP를 찾았다. 위탁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이 예상한 550만 명을 일찌감치 넘어선 것이다.

이는 세계적 명소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과 미국 뉴욕의 MOMA 방문객수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2014년 3월 21일 DDP 개관 이래 지난해 말까지 누적 방문객은 무려 1천400만 명에 달한다.

DDP가 단시간에 세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랜드마크로 떠오른 배경에는 유네스코 창의 도시답게 새로운 생각과 기술,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 다양한 문화로 연중 끊임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그 답이라는 평가다.

"디자인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화두에 맞게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독특한 외관과 세계적 수준의 행사와 전시의 DDP는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던 샤넬 패션쇼인 샤넬 크루즈쇼, 디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에스프리 디올-디올 정신' 등 세계적 패션행사와 전시 등이 이미 개최됐다.

앤디 워홀의 작품 등 400여 점이 전시된 '앤디 워홀 라이브(live)', 알레산드로 멘디니전, 오드리 햅번 전시, 앙리 카르테에 브래송전 등 수준 높은 예술 전시가 열린 곳도 바로 이곳이다.

롤스로이스 아이콘 투어와 현대차 아슬란 론칭, BMW i3 등 세계적 신차 발표 장소로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올해 역시 장 폴 고티에 패션세계와 간송미술관 특별전과 소장품 전시회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24시간 활성화, 60개 명소화, 100% 효율화라는 운영 목표로 민간 콘텐츠와의 협업 등 다양한 열린 기획으로 DDP는 동대문 시장의 낙후하고 저렴한 이미지를 고급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세계 문화 플랫폼 역할로 이 곳을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지역 유동인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개관 전에 비해 10%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변에 고급호텔 등 관광호텔이 약 10여 곳 새로 생기는 등 숙박업소와 식당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동대문과 상생, 세계문화 플랫폼 지향
24시간 개방 시민 놀이공원으로

DDP는 올해도 다양한 전시와 함께 강연, 워크샵 등 프로그램과 DDP 포럼, 디자인 놀이터 등 교육콘텐츠를 기획 운영하며 창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또 급성장 중에서도 동대문 주변 산업과 상생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밤도깨비 야시장도 열고 있다. 청춘런웨이&댄싱나이트 콘셉트의 DDP 야시장은 청년 디자이너들의 이색적인 거리 패션쇼와 DJ와 함께 춤추고 노는 파티, 버스킹 공연 등이 진행,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서울디자인재단이 DDP에서 자체 진행하는 영화제와 패션위크 등 각종 프로그램을 연계, 더욱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오스트리아 비엔나 최고의 복합문화공간 뮤제움 콰르티어(Museums Quartier, MQ)의 명물 비엔나의 의자 엔지스(Enzis)를 기증받아 '꿈꾸고 만들고 누리는' DDP를 만들어 가고 있다.

별다방 콩다방 보다 유명한 '카페 컵(CUP)'
버려진 공간, 신(新)커뮤니티 연희주민센터

연희동에는 별다방 콩다방 보다 '카페, 컵(CUP)'이 유명하다. 연희동 주민센터 2층에 자리잡은 '카페, 컵(CUP)'은 연령층에 상관없이, 돈이 없어도,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언제라도 들어가서 책을 보거나 수다를 떨거나 따뜻한 온돌방에서 쉬어갈 수 있는 주민 사랑방이다.

지난해 12월 서울디자인재단이 주민센터 서비스디자인 개선 첫 시범사업으로 재탄생한 연희동 주민센터의 이야기다.

창의디자인 도시 서울은 패션의 중심지 DDP 뿐 아니라 공공디자인 정책을 시스템 속에 스며들게 하는 작업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연희동 주민센터는 디자인의 초기 논의부터 재미와 실속이 담긴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가미, 모두가 가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1층 민원코너는 담당직원과 방문객 사이의 벽을 제거해 고객이 편하게 쉬면서 다른 업무도 볼 수 있다. 통합코디네이터가 현관에서부터 방문객을 친절하게 맞아주며 방문 목적을 물어보고 돕는다.

2층은 '오픈 치킨'으로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도록 컵(CUP)을 브랜팅,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메신저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민과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워크숍, 인터뷰, 현장관찰, 주변 리서치 등을 진행하면서 모두가 소통하고 누구나 편안한 카페를 지향한다.

또 주민센터 이용시간 확대 및 활용방법 제안, 연희동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 제공 등의 제안을 충실히 반영, 주민 커뮤니티공간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공공시설물 표준형 디자인 개발 용역
이용자 중심 도심공공 안전안심서비스 디자인

우리의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화장실, 지하철, 버스 등 서로 다른 운영기관에서 통합되지 않는 안내체계로 이용자들이 길찾기에 불편을 느끼고 있으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자동차 전용도로가 늘어남에 따라 그에 따른 자동차 교통사고 건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이에 서울시의 디자인 사업을 수행하는 서울디자인재단 시민서비스디자인팀은 다양한 문제를 놓치지 않고 그것을 해결함으로 삶을 변화시키는 디자인에 집중했다. 공급자 관점에서 이용자 관점으로 시각을 바꾸는 생활과 밀접한 디자인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국내에서 개념조차 생소했던 공공디자인을 정착시키기 위해 테스코포스팀을 만들었고 팀의 수장 역시 부시장급으로 격상시켜 적극적인 정책개발을 유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시가 공공시설물 표준형 디자인 개발 용역을 시작한 데 이어, 지하철에서의 편리한 길찾기, 자동차 전용도로 위해요소와 진출입로 개선 등 안전을 위한 교통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과 서울시설공단이 함께 하는 자동차전용도로 디자인 시범사업에서는 노면과 벽면의 갈매기 표시, 버스캐릭터의 전복 사인, 딱딱한 도로에 감성을 입히는 동물 사인 등등 시민의 관점에서 쉽고 재미있게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또 시민참여 워크숍과 시민자문, 전문가 자문을 통해 상황별로 문제점을 개선하는 안전과 안심을 제공하는 디자인을 도로표지, 보조사인, 안전시설에 적용했다.

나아가 서울시 공공시설 전반에 안전안심서비스디자인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디자인,
있지만 없는 듯한 디자인"을 꿈꾸는
DDP 운영기관 서울디자인재단 이근 대표


DDP 첫인상이 위압적이고 낯설다는 평가가 있다.
=솔직히 제가 본 첫인상도 위압적이고 낯설었다. DDP가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위압감과 경계심을 줄 수 있다. 그 이유는 보통 휴먼스케일(인간척도)이나 입면도 같은 우리의 공간 개념이 수직과 수평에 익숙해 있는 반면, DDP는 곡선으로 되어 있어서 그 크기나 비율을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가 낯선 미로에 빠져서 헤맬 때 디자인이 도와주고 친숙하게 해줘야 한다.

DDP는 외국 건축가가 디자인했고, 건축으로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 조형물이 주는 복합적인 상징성을 가지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담아서 서울의 의미를 드러내고, 무형의 자산가치를 높여가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다.

서울의 이미지나 정체성이 DDP와 어떤 연관성을 맺을 수 있는지.
=서울은 오백년이 넘은 도시이다. 신구가 적절히 조화되어야 한다. 각각의 아이템들이 나름의 역사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서울의 다양한 요소들을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통합적으로 인식시키고 정리하는 것이 우리 DDP와 재단의 역할이다.

이어가는 디자인,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맥락적인 디자인, 그러면서도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편안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 서울은 큰 도시이기 때문에 속으로는 엄청난 기술들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하이테크(high tech)이고 하이터치(high touch) 디자인이다.

DDP와 재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떤 것인가.
=서울 시민이 가고 있는 메가트렌드(mega trend)의 방향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다.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안전이 중요하고, 노령화 사회이다 보니 노약자들의 활동성, 이동성이 중요하고, 환경문제가 중요하다. 이러한 공공성 복지에 기반을 둔 '서비스 디자인'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 될 것이다.

도시 안에 모든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들, 모든 시스템들이 하나의 디자인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보이는 디자인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 주요하게 됐다. 서비스 디자인이라든지 유니버설 디자인이 확산 되어서 말 그대로 안전하고 편안한 복지의 일환으로서의 디자인이 발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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