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역사 도자기가 힘, 발상의 전환으로 세계 중심이 된 '이천'

이천 공예창의도시의 산실 '이천 세라피아'전경. 도자비엔날레가 열리는 주무대이자 도예가들의 레지던시와 작업, 상설 전시 등이 열리는 시민문화놀이터이다.

2010 한국 최초 유네스코 공예민속예술 창의도시 선정, 세계 4번째
예산 보다 발상 전환으로 국제 흐름 파악, 한국 창의도시 1호 등록
12만평 729억원 3년 공사, 221개 공방 이천도자예술촌 탄생 눈앞
시민 중심 중앙정부 설득, 도자산업밸리 연 1천만명 627억원 효과

'쌀밥' 소도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서울과 나란히, 세계 중심으로 우뚝

예산보다 발상의 전환으로 세계 중심이 된 소도시 경기도 이천.

이천쌀로 대중에게 각인됐던 이천시가 '유네스코'와 '창의'를 등에 업고 세계무대에 전면 부상한 것은 지난 2010년.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 이천이 유네스코 지정 공예 민속예술창의도시(이하 공예 창의도시)로 당당히 이름을 알리며 1천만 서울시와 어깨를 나란히 견줘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도시의 비전을 꿈꾸던 이천시는 일찌감치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준비했다. 작은 도시에 인력도 없었지만 창의도시 팀을 만들고 과감히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당시 광역시들도 생각도 못했던 시절이었다.

공무원들의 열정과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도시의 열망이 더해지면서 드디어 2010년 7월 20일 서울시와 함께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당당히 이름을 내걸었다.

대한민국 창의도시 1호이자 세계 유네스코 공예창의도시로는 4번째이다.

시의 전통과 현대가 1천년 역사의 공예를 만나 세계 속 공예창의도시로 선정된 도시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중 한국에서는 제일 모범적 사례에 속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공예도시에서 세계적 공예 특화도시로의 웅비하기까지는 도자분야가 전통과 현대, 첨단산업까지 영역 확장, 현재 지역경제와 서민생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학교와 연구소, 시민에 이르기까지 문화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평가다.

현재 이천시는 국내공예(도자) 업체의 55%가 밀집한 이천·여주·광주 지역을 포함한 경기지역을 대표하는 국내 최고, 최대의 공예산업 집산지이다.

유명공예인, 산업체, 문화예술인들과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도예전문고등학교, 도자전문도서관, 이천세라피아,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각종 교육·연구 및 지원시설 등 공예와 관련된 물적 인적 인프라가 골고루 잘 구축된 유일무이한 공예대표 도시이다.

또 공예 문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 경기도 및 민·산·학·연 등과의 긴밀한 협조로 이천도자 특구 지정, 도예2020비전과 전략 수립, 경기도 문화산업진흥조례 제정 등 각종 공예 관련 지원제도 및 지원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했다.


도자종합테마파크 이천 세라피아(Cerapia)
창의도시 전시장이자 얼굴, 시민문화놀이터

2010년 이천이 유네스코 공예창의도시로 지정되자 이듬해 경기도가 구축한 도자센터 일대를 도자기 조형 테마파크로 조성, '이천 세라피아(Cerapia)'란 이름으로 거듭났다.

세라믹(Ceramic)과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도자로 만든 세상'을 의미하는 세라피아(Cerapia)는 도자기 전시 및 연구센터이자 '이천도자기축제'와 '세계도자비엔날레'가 열리는, 공예창의도시의 전시장이자 얼굴이다.

세계 도자 예술의 흐름과 경향을 조명해 온 도자 전문 미술관이었던 세계도자센터는 '세라믹스 창조 센터'로 바뀌어 창작 레지던시와 공작소, 체험시설 등의 기능까지 겸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일대는 도자공원으로 조성, 이천 공예창의도시의 향기를 음미해볼 수 있다.

그 이름답게 벤치·테이블·산정호수·건물 인테리어, 조형물 등 문화와 놀이시설, 심지어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모든 편의 시설이 도자로 만들어져 도자세상임을 실감케 한다.

비엔날레 기간 중에는 국제 공모전, 기획 전시와 워크샵, 체험 프로그램 및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 센터에서 진행된다.

4개의 전시실에 1천300여 점의 소장품을 보관, 전시하고 있으며, 도자 전문도서관 '만권당'과 복합 콘퍼런스 공간 '만화당(    話當)' 등 교육과 학술, 휴게기능을 갖춘 복합개념의 세계 도자 미술관인 토야지움(TOYASEUM)도 있다.

더 놀라운것은 이 거대한 복합문화공간이 20만 시민들을 위해 서비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형 종합 테마파크로 만들어진 세라피아는 도자 조형물의 볼거리, 거대한 공원이 주는 휴식감 등으로 주말이면 시민들로 넘쳐난다.

지난 5월 22일 이곳에서 폐막한 제30회 이천도자기축제에는 '지나온 30년, 나아갈 30년'이라는 주제로 44만명의 방문객이 함께 즐긴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이천조각페스티벌이다. 매년 가을 조각축제는 채 4억원에 불과한 예산으로 전개되지만 축제가 끝난 후 모든 작품이 이천시에 기증, 도시를 장식한다. 공모 때부터 작업에 필요한 모든 것은 제공하고 작품은 시에 기증하는 조건을 다는데도 입소문이 나 세계 곳곳에서 작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또 하나의 야심작 221개 공방 도자산업실리콘밸리
이천도자예술촌, 연 1천만명 627억원 경제효과 예상

이천의 또 하나의 야심작 12만3천평 규모의 도자산업실리콘밸리가 현재 조성 중이다.

이천도자예술촌은 이천에 산재한 도예공방을 한군데 모아 집적화해 도자기 제조와 전시, 판매,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 도자산업클러스터다.

여기에 고가구, 미술, 조각, 목공예, 종이공예, 섬유, 비즈, 옻칠 등 다양한 예술분야 종사자들도 함께 들어와 도자문화콘텐츠단지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도자예술촌에는 221개의 개인 공방과 휴게 및 문화시설이 들어선다. 190개 공방은 도자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고, 나머지 31개 공방은 미술이나 조각 등 다른 예술분야용이다.

사업비 729억원이 투입돼 2013년 5월 기반공사를 시작, 현재 거의 완공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천시 관계자는 "도예인들이 20∼30명 모여 공방을 이룬 곳은 있지만 200개 가까운 공방이 한데 모이는 것은 이천도자예술촌이 처음이다. 도자산업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만하다"면서 "도자예술촌이 완성되면 연간 1천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해 약 627억원의 경제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천도자예술촌이 들어설 수 있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천시가 지난 2005년 7월 국내 최초로 도자산업특구로 지정받았지만, 과도한 수도권 규제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도자예술촌 조성사업은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에 조병돈 시장과 공무원들이 국토교통부 등 7개 중앙부처를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2009년 10월 도자예술촌조성사업이 이천도자산업특구 사업에 포함됐다.

이어 농지였던 사업부지를 대지로 변경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승인을 받아 이듬해 5월 공사를 시작하게 됐다.

부지매입비 440억원은 도자기조합에서 부담했다. 시는 사업부지를 330∼4천300㎡ 규모로 도예인에게 분양했고, 이 땅을 산 도예인들이 개별적으로 최대 3층 높이의 공방을 짓고 있다.

현재 17개 공방이 완성돼 도자기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고, 나머지 공방들은 건축 중이거나 건축허가를 받고 있다.

이천시는 방문객들이 도자예술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에서 도자예술촌으로 직접 차를 몰고 진·출입할 수 있는 '이천도자예술촌 하이패스 IC'를 설치, 2017년 12월 완공할 계획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유네스코 국제 파급력 실감, 교류 활발
시민 중심 창의도시 모범 모델 되고파"
조병돈 이천시장


2010 서울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됐다. 창의도시가 갖는 경쟁력은.
=시민들의 가슴 설레게 하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이름값은 실로 대단했다.

과거에는 해외 도시들과 교류 하고자 해도 성사가 어려웠는데도 창의도시 지정 이후에는 해외도시와 지역 예술가들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도시 간 연대도 깊어져 그 파급력을 정말 실감한다.

현재 이천시는 같은 창의도시인 미국 산타페를 비롯 일본 가나자와, 이탈리아 파브리아노 등 다양한 도시들과 교류가 활발하다.

또 새로운 도시가 신규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입한 도시의 추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도시들의 방문이 잇따르며 자연스럽게 이천의 존재감이 세계무대에 알려지는 것이다.

그동안 연례회 성격으로 개최됐던 국제 네크워크 활동 모임을 공예 회원 도시 뿐 아니라 세계 유명 도자 도시들과의 공동 프로젝트 진행 등으로도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유네스코'라는 국제적 명성은 작가들에게도 날개를 달아줬다. 유네스코와 세계공예협회(World Crfats Council)가 공동 주관하는 우수 수공예품 인증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 명장의 칭호를 넘어, 전통 수공예 제작 기술의 보존 및 혁신은 물론 작가들에게 세계적 상품 경쟁력과 홍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안겼다.

올해 범시민운동으로 '참시민 이천행복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다. 어떤 캠페인인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된 이후 선진국의 각 도시를 다녔다. 가장 와 닿았던 것이 시민들의 질서와 시민의식이었다. 시민의식이 높아져야 진정한 시격이 올라가고 비로소 세계적인 창의도시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게 바로 이천행복나눔운동의 시작이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함께 상의, 진행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참여해서 원탁회의를 했다. 어떻게 하면 깨끗하고 질서 있는 도시를 만들 것인지, 그리고 행복도시가 될 수 있는 방안과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총 40여 개 제안 중 12개를 뽑았다.

나부터 양보하고 인사하면서 어렵고 힘든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도우며 각종 사회폭력을 추방하자는 등 12가지 실천과제들이다.

창의도시로서 이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천은 대한민국의 강소도시지만 유네스코 창의도시 선정으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큰 발판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힘과 배경은 시민들의 변함없는 성원과 응원이었다.

지금까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서의 이천이 세계 속의 창의도시로서의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시민 중심의 창의도시로서의 내실을 기해야 하는 주요한 시기이다.

창의도시에 대한 시민 이해도를 높이고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담은 창의프로그램 발굴을 통해 '시민 중심 창의도시'로서의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이천시'라는 고유 브랜드로 자리매길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시민들과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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