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맛·한옥의 멋·판소리의 품격이 숨 쉬는 '문화특별시' 전주, 세계를 비빈다

한바탕 '전주' 천년의 맛, 2012 한국 최초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 선정
민간 노력에 지자체 지원 대한민국 '한식(韓食)수도'…특색 먹거리 개발
한옥·한식·판소리…13년새 관광객 20배 증가, 연간 관광객 600만명 돌파
'한식'과 '한식문화' 유네스코 일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세계로 비상

천년의 맛과 멋의 고장 전북 전주(全州)

예향 전주의 구성진 소리와 춤사위는 한국인의 흥을 한껏 녹여내고, 각양각색의 고운 나물과 황포묵이 올라간 비빔밥, 상다리 휘어질 듯 한상 떡하니 차려낸 한정식은 전주의 또 다른 이름이다.

2010 한국관광의 별과 국제슬로시티, 2011 한국관광 으뜸명소, 2012 유네스코 한국 최초의 음식 창의도시라는 특별한 이름을 연달아 가지게 된 전주.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와 부르고뉴 와인의 본거지 디종이 자매결연을 요청할 정도의 대한민국 '문화특별시 전주'는 이미 세계 속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예술과 맛깔스러운 음식, 한옥마을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색동저고리 나풀거리며 한복 열풍이 절정을 이루는 특별한 여행지이기도 하다.

연간 방문객 600만명, 이 중 외국인 방문객만 23만명. 한옥마을에서 올리는 하루 평균 매출이 3억원에 달하고 있다. 과연 그 비법은 무엇일까.

 

조선 최고의 맛과 멋의 문화특별시 전주
애물단지 한옥마을, 한국의 피렌체로 변신

풍남동 한옥마을 경기전 앞을 지나는 태조(이성계)로를 중심으로 한옥 700여 채가 다소곳하게 내려앉아 있는 곳은 전주를 찾는 외국인은 물론 국내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한옥의 멋과 맛깔스러운 음식, 전통예술이 흐르는 전주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자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서툰 젓가락질로 전주비빔밥을 먹으며 연신 '원더풀'과 '판타스틱'을 외치는 모습이 일상이기도 하다.

전주는 이미 조선시대 최고의 맛과 멋을 지닌 문화도시였다. 호남물산의 집결지로서 각 지역 산해진미가 모여들어 일찍이 맛으로 유명했고, 풍류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판소리와 서예, 공예 분야의 예술인들이 자리 잡았다. 전주에 사는 무형문화재 전수자만 42명으로 전국 도시 중 가장 많다.

하지만 서구식 생활 방식의 변화에 따라 구도심이었던 전주 한옥마을은 슬럼화의 길을 걷기도 했다. 전주가 역사적 전통문화 자신을 바탕으로 이곳을 문화특별시로 성장시킨 것은 2002년 시 주도로 전주한옥마을을 조성하면서다.

전주시는 그 해 열린 한일 월드컵이 국내외에 전주를 알릴 좋은 기회라 판단했다. 원도심인 교동과 풍남동 일대 한옥 700여 채로 이뤄진 마을을 전통문화보존지구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정비 사업에 나섰다. 빗물이 샐 정도로 열악하고 슬럼화된 한옥을 개보수하고, 사라진 돌담을 다시 세웠다.

양철 대문도 전통 목재 대문으로 바꾸는 등 마을에 전통을 불어넣었다. 사업이 진척되자 관광객이 늘어났고, 다시 도로를 정비하고 주차장을 확대하는 등 관광 인프라도 확충했다.

2001년 50곳에 불과하던 한옥마을 상가는 10배가 늘어 500곳이 넘었다. 민박집 등 숙박업소도 160여 곳에 이른다. 주말이면 방문객이 밀려들어 인산인해 한복물결을 이룬다.

여기에 전주의 소리와 춤, 술과 음식, 한지, 전통가구, 옻칠, 우산단청, 바느질 같은 문화자산(資産)이 스토리를 덧씌우고, 장인들이 솜씨를 뽐내고 가르치며 산업화할 공간도 한옥마을 안에 문을 열었다. 2014년 문을 연 국립무형유산원과 한국전통문화전당이 그 대표적 예이다. 한옥마을에선 방문객들이 공연도 감상하고 직접 체험하는 덤을 얻었다.

2017년까지 조선시대 호남과 제주를 관할하던 전라 감영 복원 작업으로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 등 주요 건물 6동이 옛모습을 찾는다.

쇠락해 가던 구도심이었던 한옥마을이 한국의 피렌체로 주목받자 그 옆 남부시장 역시 명물로 떠올랐다. 주말 야시장이 서면서 남부시장을 찾는 손님이 하루 최대 1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한 해 방문객 600만명을 돌파한 전주는 호남제일문인 풍남문과 한옥마을, 전라감영에다 전통시장의 넉넉한 인심까지 얹어 가장 한국다운 도시로 비상하고 있다.

 


한식(韓食)수도 전주,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
전주비빔밥 외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BEST 1

대한민국 맛의 수도 전주, 음식으로 도시 자체를 풍요롭게 요리하는 전주는 대한민국 최초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서 이미 세계적 명성을 날리고 있다.

30가지 천연 재료가 듬뿍 든 전주 창의음식의 대표주자 비빔밥은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 BEST 1이자 창의산업을 이끌어가는 대표 아이콘이다.

육해공 산해진미 퍼레이드로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푸짐한 전주 한정식, 서목태로 키운 얼큰 시원한 콩나물 국밥과 달큰한 모주, 뚝배기에 민물고기 넣어 끓인 전주식 매운탕 오모가리, 폐백음식에 이르기까지. 완산(전주의 옛이름)십미, 완산팔미가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2012년 5월, 한국 최초 세계 4번째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로 전주가 이름을 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오늘날에는 여기에 더해 호남평야의 쌀 막걸리와 황태·갑오징어·달걀부침 등 맛깔스런 안주를 싼 값에 즐길 수 있는 가맥집(가게 맥주집)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또 다양한 길거리 음식으로도 젊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임실 치즈로 만든 치즈구이, 모주로 만든 모주 아이스크림, 보리빵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보리빵스크림 등 전통 음식과 이 지역 유명 특산물을 이용,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상품화 시켰다.

민·관이 함께 한옥 배경 한식문화 세계화 앞장
전주비빔밥축제 10만명 방문, 107억 경제 효과

전주는 오랜 음식문화를 바탕으로 음식문화네트워크와 미식의 산업화에 중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전주에는 일찍이 관 주도의 음식 테마 행사 뿐 아니라 민 주도의 테마 행사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는 한옥마을과 음식문화 발달이 밑받침 됐기 때문이다.

김명옥 김치체험관, 전주한옥 생활체험관, 동락원, 신뱅이 김치 등 민간주도의 여러 전통음식 체험장이 한옥마을에 터를 잡아 자연스럽게 전주 음식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관이 주도한 대규모 행사가 더해져 효과는 배가 됐다.

2007년 '전주 천년의 맛잔치'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전주비빔밥 축제'가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도약하고 있다. 다양한 교류 활동 및 프랑스와 이탈리아 유명 셰프들에 의한 전주 팔미의 재해석은 물론 축제 기간 4일간 방문자만 약 10만명에 이르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 107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주 맛 장인 경연대회, 향토음식 품평회 및 경연대회, 전주 가양주 경연대회, 전주 10미 경진대회 등을 열어 한식 전문가를 육성, 이를 토대로 전국 단위의 전통음식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특히 전주시는 전국 유일 '한문화계'와 '한식계'라는 부서를 설치, 세계적 음식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유네스코 지정 후 활동은 더 부지런하다는 평이다.

전주음식 계보 잇기 사업은 물론 비빔밥의 세계화, 전통모주 및 막프로젝트, 한식반찬클러스터 사업, 우수 외식업지구 육성사업, 국제한식조립학교,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한옥마을 마당창극 등 문화콘텐츠 발굴과 더불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전주 단오제 등의 전통예술축제와 전주국제영화제(JIFF) 등을 성공적으로 열면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런 노력은 전주의 콩나물국밥과 모주, 전주비빔밥과 돌솥밥, 전주한옥마을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기반으로 숙박, 문화관광 등 관련 산업 발전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2010년 350만명이던 전주한옥마을 관광객수는 2012년 493만명, 2013년 508만명, 2015년 600만명을 돌파했다.

2002년 30만명 대비, 13년 만에 관광객이 무려 20배 증가한 수치다. 도시의 애물단지 한옥마을이 천년의 맛 전통 음식과 만나 '창의'라는 날개를 달고 국제문화관광도시로 부상한 것이다.

 


유네스코 전주음식창의도시시민네트워크
음식창의도시의 위상, 세계로 한층 비상

음식 창의도시 전주의 또 하나의 주인공을 손꼽으라면 단연 (사)유네스코 전주음식창의도시시민네트워크(대표 송재복 호원대 교수)이다.

지난해 연말 전주세무소로부터 공익법인으로 지정,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시민단체는 전주가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로 지정받는데 기여한 공이 크다.

2008년 산학연 워킹그룹으로 출범, 500여 명의 회원이 그동안 전주 10미를 활용한 음식시연회 개최, 음식관련 세미나, 포럼 및 전시회 개최 등 창의적인 전주 음식문화 확산에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2012년 10월에는 중국의 유네스코 창의도시인 청두와 일본 동경도 시치부시 민간단체와의 국제민간교류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며, 2013년에는 그리움의 식기전, 찾아가는 전주비빔밥체험행사, 삼천막걸리축제개최, 안심먹거리 운동발대식 등 시민차원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여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서 전주시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14년에는 유네스코 창의도시와 관련 전주를 찾은 동국대, 목포대학생, 강원발전연구원 등에 전주음식창의도시를 소개, 홍보하고,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신청하려는 국내 후보도시들에게 정책적 자문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한식문화의 세계화에 발맞춰 '한식'과 '한식문화'를 유네스코 일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제 전주는 천년의 멋과 맛으로 민관이 더욱 노력, 한식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문화콘텐츠로 재무장, 세계로 더욱 비상할 전망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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