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출 트럭 1대 뿐, 처리 지연에 2차 폐사 피해 및 환경오염 우려

“죽은 고기 싣고 온 어선이 열척은 되는데 서너척 분량 실으면 트럭이 다 차겠다. 아무래도 오늘 저거 다 못 치우지 싶다”

고수온 피해를 입은 어민들이 양식어류 폐사체 반출처리 지연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통영시가 폐사체를 수집해 도산면 ‘유기산업’ 퇴비생산 처리장까지 실어나르는 트럭이 단 한 대 뿐인 탓에 반출이 늦어져, 가두리에서 싣고 온 어선 위에서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산양읍 달아항 한쪽의 물양장은 통영 바다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직 통영바다에 엄습하지 않은 적조를 대비해 황토를 쌓아둔 바로 옆에서, 산양읍 일대 양식장의 고수온 피해 어류 폐사체 반출처리가 연일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달아항 황토야적장 앞, 아침부터 3톤급 소형어선 10여척이 방파제에 줄을 지어 정박해 있다. 오전 10시경 ‘유기산업’의 대형 트럭이 도착하자 어선 귀퉁이에 앉았던 어민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선에 가득 실린 짐은 다름 아닌 양식어류 폐사체다. 가까이 다가가자 구역질이 솟을 정도로 역한 냄새가 진동하지만, 마스크를 쓴 어민들은 묵묵하게 썩은 생선을 트럭에 싣는다.

대기열 맨 앞 배에 실린 물고기 폐사체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해 마치 젓갈처럼 흘러내리고, 바로 뒤 다른 배에 실린 폐사체는 그나마 모양이 온전하다.

산양읍 곤리도 양식어민 김모씨는 “앞 배에 실린거는 죽은지 좀 돼서 엊그제 달아항에 싣고 왔는데, 트럭에 자리가 모자라서 싣고 온 즉시 반출하지 못했다. 하루 넘게 기다리다 보니 달아항 배 위에서 곤죽이 되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뒤에 다른 배에 모양이 온전한 폐사체는, 어제오늘 계속 고기가 죽어나온다는 걸 보여준다”며 “수온이 여전히 28도다. 지금 아직 살아있는 고기들도 장담할 수 없다. 폐사체가 나온 가두리에 다른 고기들도 결국 다 못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싣고 온 배 위에서 썩어 곤죽이 된 폐사체를 포크레인이 퍼담아 트럭에 쏟아넣는다. 그래도 5톤 트럭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오지는 않는다.

차를 몰고 온 ‘유기산업’ 관계자는 “수집 반출작업을 오늘로 8일째 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트럭으로 실어나르면 침출수가 흘러서 안 된다. 방수가 되는 트럭이 지금 이 한 대 뿐이라 작업이 늦다”며 “싣고 간 폐사체에 톱밥을 섞어서 하루 묵혀둔 뒤 교반기에 넣어서 한달 뒷면 퇴비로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식어민들은 폐사체 수집 반출 처리 지연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다. 어선에 싣고 와서 반출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어장에서는 고기들이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곤리도 어민 선창보씨는 “폐사체 처리 적체현상이다. 빨리 처리가 안되니까 가두리에도 죽은 고기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2차 피해로 폐사가 발생하고 양식장 인근 바다가 오염된다”며 “도나 시에서 어류 폐사체 수거 선박을 운영해야 한다. 가두리양식장에서 제각각 어선이 싣고 오다가 침출수가 바다에 흐를 수 밖에 없다”라며 환경문제도 제기했다.

폐사체를 트럭에 싣는 작업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민들

5톤 트럭으로 하루 두 번 실어날라도 달아항에는 여전히 3~4척의 어선들이 어류 폐사체를 실은 채로 하루를 보낸다.

이에 통영시는 양식어민들의 폐사체 신속처리 요구는 물론 도산면 ‘유기산업’ 인근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산양읍 관내에 폐사체 매몰처리를 24일 오전 긴급 결정하고 매몰작업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매몰지가 하루만에 변경되는 등 혼선도 빚어졌다.

양식어민들은 “고수온 뿐만 아니라 여름철 적조시기가 되면 항상 폐사체가 대량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수집 반출 처리에 사전 대책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라는 지적이다.

한편 24일까지 욕지도를 비롯한 통영 관내에서 총 206톤의 폐사체가 수거 처리되었으며 이중 146톤이 유기비료용으로 반출, 60톤이 매몰처리되었다.

 

 

폐사해 썩은 물고기의 침출수가 바다에 흘러들어간다

 

 

폐사체 반출 작업장은 그야말로 냄새지옥이다. 반출 작업원은 물론 달아항 물양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민들의 고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